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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이벤트가 실제 일어났다”...카카오 사태와 ‘웹 3.0’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카카오사태가 쏘아올린 웹 3.0 설득력
탈중앙화 철학 담긴 웹 3.0 시대 도래해
하지만 아직까지 ‘불투명함’은 풀어야할 과제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 C&C 데이터 센터에서 난 불은 이곳에 세 들어 살던 국민 채팅 앱 카카오로 옮겨붙어 더 큰 불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쓰던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가 단 한 개의 배터리 화재로 인해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키는 초유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의 복잡계 이론가이자 저술가인 죤 캐스티가 예언한 X이벤트가 현실에서 일어 난 것이다. X 이벤트는 디지털 사회는 마치 카드로 지어진 거대한 구조물과 같아서 살짝만 건드려도 구조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으로 서버의 전원 공급이 안되는 상황으로 일어나는 디지털 암흑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웹 2.0의 시대, 빅테크 기업의 정보독점과 권력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주장하는 웹3.0 지지자들에게는 설득력의 무게를 실어줬다.
 
올해 초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그의 트위터에 뜬금없이 웹3.0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웹 3.0에 대한 구글의 검색량이 폭증했다. 그는 '웹 3.0은 실체가 없고,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비판을 한 것이다. 여기에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웹 3.0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밴처 캐피탈 같은 자본가들'이라는 말로 다시 한번 일반인들에게 웹 3.0에 대해 환기를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론머스크가 웹 3.0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인 NFT를 이용한 도지코인을 찬양하고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만들겠다는 말로 자신은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탈중앙화라는 웹3.0의 정신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자 사람들은 ‘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웹3.0은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메타버스와 NFT 열풍이 더해져 최근 IT업계와 마케팅 업계를 달구는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탈중앙화’ 철학 담은 새로운 인터넷 개념

일론머스크의 웹3.0에 대한 비난 트위터 메시지. [트위터 화면캡처]
이쯤 되면 당연히 웹 1.0 과 2.0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1991년 인터넷의 기초가 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PC라는 디바이스 안에서 일방향의 정보를 보는 형태, 즉 신문이나 잡지의 콘텐츠를 인터넷 환경에서 보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이를 웹 1.0의 시대라고 한다. 일방향적이었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없었다. 
 
그런데 플랫폼 시대가 오면서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정보를 읽고 쓰기를 통해 상호 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플랫폼 내에서 정보를 자유롭게 게시하고 게시된 정보에 대한 댓글을 올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개발과 더불어 웹 2.0의 시대는 날개를 달았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에 언제나 접속이 기능해졌고 기업이 제공한 플랫폼을 통해 다른 디바이스나 시스템 간의 서비스를 마음대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공룡 IT플랫폼들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바대로, 이들 거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용자의 데이터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이용해 엄청난 자본권력이 만들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일상을 보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이용자들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했거나 광고를 시청한다. 우리는 네이버나 카톡을 공짜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가 노출된다. 내가 인터넷이란 가상공간 안에서 제공한 각종 데이터는 플랫폼의 서버에 저장되고 그들의 비즈니스에 이용되며 이들은 나의 콘텐츠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독점적으로 만들어 내는구조인 것이다. 폐쇄적인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구글은 지난 3분기에만 매출 76조원에 순이익 2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분기에만 25조원이니까, 1년이면 100조원이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은 매출 34조원, 순이익 10조7000억원을 벌었고, 우리의 네이버와 카카오도 매년 조 단위 돈을 쌓는다. 거기에 더해 일부 플랫폼들은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키고 카카오와 같이 재난이 생기는 등 독점적 플랫폼이 수집 관리하는 개인 정보의 보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등장한 것이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의 철학을 담은 Web 3.0의 개념이다.  
 

플랫폼의 정보독점과 자본권력의 분산추구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은 웹 2.0시대의 부조리를 구조적이고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탈중앙화를 실현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개방적이고 분산화 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앙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웹 2.0에서 사용자 간 연결은 중계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권력이 막강해졌지만, 웹3.0에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중앙 서버 없이 노드(node)들이 자율적으로 연결되는 P2P(Peer to Peer) 방식을 기반으로 각 노드에 데이터를 분산시키는 데이터 분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 플랫폼이 독점했던 이익을 사용자에게 분산하고 정보주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웹3.0의 기본정신이다. 이용자가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소유도 가능하게 만들어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소유하고 조율하는 새로운 인터넷의 개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웹3.0의 혁명이 온다’의 저자인 김재필의 정의를 참고하면, 웹3.0은 신뢰와 보상을 가치로 한 창작자 중심의 새로운 인터넷 철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에 따르면 웹3.0은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개념으로 과거 기업의 주주자본주의의 개념에서, 주주는 물론 고객, 공급자, 종업원, 사회, 환경을 위해 기업의 이익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ESG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 한다. 웹 3.0 이코노미는 실제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모든 생태계 구성원에게 탈중앙화 된 정보와 자본권력의 분산을 추구한다.
 
탈중앙화의 개념은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tonomous Organization), 디앱(DApp탈중앙화앱:Decentralized Application),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ID(탈중앙화 신원 증명:Decentralized Identification)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어산지를 구명하기위해 탈중앙화돤 자율조직 어산지 DAO의 웹사이트. [DAO 웹사이트 화면캡처]

웹3.0의 핵심개념-DAO

메타버스 열풍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웹 3.0을 구성하는 핵심기술인 NFT에 대해, 가상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핵심은 결속력을 가진 탈중앙화 커뮤니티의 기능, 즉 다오(DAO)구성 이다.
 
온라인상의 일종의 커뮤니티로, 주주가 지배하고 이사회가 경영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중앙의 관리자 없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구나 조직, 모임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과거 온라인상의 느슨한 결속력의 커뮤니티와 다른 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성원들 간의 강력한 결속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한마디로 탈중앙화된 팬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BTS의 아미들은 ‘하이브’의 팬서비스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팬덤 ‘다오’를 만들어 아미밤(공연봉)을 만들고 팔고,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다오 내에서 수십, 수백만의 멤버들이 투표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고 사업을 통해 수익을 만들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 또한 다오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누구도 자의적으로 거래를 조작할 수 없다. 프로젝트의 자금모집, 분배, 운영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된다. 다오센트럴(DAO Central)이나 유어스 다오(Yours DAO)에 들어 가 보면 이미 다양한 다오가 존재한다.  
 
다오가 주목을 받았던 사례로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어산지(Assange)를 석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산지 다오’가 있다. 2019년 미국정부와 기업의 논란이 되는 기밀문서를 폭로해 수감 중인 그를 석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오로전세계에서 무려 1만7423이더륨(690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유명하다. 환경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다오가 활약하고 있다. 디아톰(Diatom)다오는 바다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거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커뮤니티로 웨일즈NFT프로젝트를 만들어 모금운동을 한 결과, 불과 며칠 만에 540만 달러를 모금하고 360만 킬로그램의 플라스틱폐기물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인터넷시대의 이념적 대안

웹3.0의 중심 철학인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는 분명, 디지털 경제구조에 있어 플랫폼 중심의 중앙집권적 정보와 자본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적 인터넷 철학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질문들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한국인이 만든 코인인 ‘루나’ ‘테라’ 사태에서는 웹 3.0 정신의 공정함도 투명함도 보이지 않았다. 블록체인기반 SNS인 ‘스팀잇(Steemit)’도 데이터 주권을 이용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지만 오로지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으로 전락했고 결국 실패했다. 이렇게 보면 웹3.0은 일론 머스크의 지적처럼, 한때 지나가는 일종의 마케팅용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현실 속에서도 웹3.0은 분명히 다가올 가까운 미래로 보여 진다. 그것은 거대화된 IT플랫폼들이 만든 정보와 자본의 구조적 독점, 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웹 3.0이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단순한 새로운 기술의 도래가 아니라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갈망하는 이념적 대안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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