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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순항 중인 금융지주사…4분기 ‘대손충당금’ 신경쓰이네 [금융사 건전성 ‘노란불’②]

4대 금융, 2Q 대비 3Q 충당금 큰 폭 감소
레고랜드 사태·경기침체 겹치며 충당금 적립 부담↑

 
 
[게티이미지뱅크]
올 4분기 대손충담금 적립 부담이 커지며 4대 금융지주사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사는 지난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올 2분기 1000억원 이상 대손충담금을 쌓은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자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금리인상기가 이어지며 당분간 은행권 이자이익은 고공행진을 달리겠지만 비이자이익군 부진과 함께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4대 금융지주사의 연간 실적 기대치는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3Q 대폭 줄어든 충당금, 이익 방어했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면서도 호실적까지 내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충당금이란 미래에 받지 못할 부실 채무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두는 금액이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각종 금융지원으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지속되면서 주요 금융사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채무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4대 금융지주사는 올 상반기 약 2조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고도 순익이 9조원을 넘어서며 호실적을 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사는 각사별로 2분기에만 10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반면 3분기 4대 금융지주사의 대손충당금은 전 분기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각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4대 금융지주사의 대손충당금 총액은 8617억원으로 전 분기 1조2724억원 대비 32% 줄었다.
 
[자료 각 사]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은 올 2분기 3582억원에서 3분기 2506억원으로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312억원에서 3139억원으로 -5.2% 줄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대손충당금도 2분기 대비 3분기에 각각 2520억원, 3310억원에서 1722억원, 1250억원으로 -31.7%, -62% 감소했다. KB금융을 제외한 3곳은 전 분기 대비 충당금을 30% 이상 줄인 셈이다. 2분기 충당금 규모가 컸던 것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적지 않다.
 
충당금을 줄인 덕분에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대손충당금이 전 분기 대비 32% 줄어 3분기 사상 최고 순익을 냈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 비이자이익이 1320억원으로 전 분기 4000억원 대비 60% 이상 줄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62% 줄여 사실상 실적을 방어한 효과를 봤다.  
 

금리인상·경기침체…충당금 부담 지속

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사는 올 4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시장에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단 금융지주들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때 부동산PF 관련 우려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착실히 모니터해왔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방동권 신한금융 부사장(CRO)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신한금융의 총여신에서 부동산PF와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라며 “이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도 200억원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경기침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 대손충당금 부담은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면서도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이자·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져 대손충당금 비율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증권가에서도 올 4분기 4대 금융지주사의 대손충당금이 3분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NH투자증권은  4대 금융지주사 모두 3분기 대비 4분기 대손충당금이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4분기 대손충당금은 각각 4610억원, 5040억원으로 전 분기 2510억원, 3140억원 대비 83.6%, 60.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대손충당금은 3650억원, 4040억원으로 3분기 대비 각각 112.2%, 22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불어난 대손충당금은 결국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며 4대 금융의 이자이익 강세는 여전하지만 비이자이익 부문 상승세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올 3분기 4대 금융지주사의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은 증권, 보험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22%나 줄었다. 여기에 대손충당금이 3분기 대비 큰 폭으로 높아질 수 있어 비이자이익 부진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의 4분기 실적은 3분기 대비 둔화될 전망”이라며 “추가 충당금 적립을 가정하고 증권 계열사 중심으로 비은행 실적 눈높이도 다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의 압박도 금융지주사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은행 등 금융사들의 대출이익이 커진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리스크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금융사의 일시적 이익은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대출 규모 확대와 글로벌 긴축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그만큼 금융권이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은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이나 채무조정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경기하강 우려가 본격화되는 추세라 향후에도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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