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 커진 기대감…관건은 ‘중계기관’ 선정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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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간소화’ 커진 기대감…관건은 ‘중계기관’ 선정

의료계 “심평원 청구망 기술 부족…중계기관 핀테크사로”
민간회사, 10만 의료기관 감당 미지수
정치권 8자 협의회 제안…‘입 맞춰야’ 법안 등록

 
 
[연합뉴스]

[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 통과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체를 반대하던 의료계가 취지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계는 여전히 중계기관을 건강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의료계, 보험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손 간소화는 찬성, 심평원은 반대”

15일 국회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실손비서’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와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실손보험은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이에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청구서류가 보험사에 전송돼 보험금이 지급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이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의 핵심 쟁점은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둬야하는지’의 여부였다. 앞서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에는 심평원이 의료기관-보험사 사이에서 중계 역할을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소비자 편의성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 중계기관 선정 등에서 합의점만 찾으면 실손 간소화 법안 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이사는 심평원이 전국 9만4000여개 의료기관과 연결돼 청구 간소화 시스템 조기구축에는 용이할 수 있지만 현재 활용 중인 KT-EDI(의료정보서비스) 기술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심평원 청구망으로는 원활한 실손 간소화 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료 윤창현 의원실]

[자료 윤창현 의원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지앤넷 등 민간 핀테크회사가 심평원 대신 중계기관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정보전송 플랫폼 기업인 지앤넷은 국내 주요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회사들과 함께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아예 이런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해 실손 간소화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다만 민간 핀테크사들이 약 10만곳에 달하는 국내 의료기관과 모두 제휴를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민간 핀테크사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지앤넷의 올 상반기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 참여 의료기관은 163곳 수준이다. 이는 국내 전체 의료기관 9만여곳 중 0.1% 수준에 그친다. 올 4분기 4000여곳까지 참여 의료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제휴처 수가 적어 이용 편의성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이날 토론에서 “민간 ICT 업체의 노력에도 제휴된 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9만여곳 중 극히 일부 대형병원에 한정되며, 약 2만3000곳에 달하는 약국과는 아직 제휴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민간업체를 통한 실손 간소화는 전 의료기관의 참여는 어려워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앤넷 측은 “병원에서 (실손 간소화를) 추진하고자 하면 바로 저희 서비스와 연동되는 기술은 개발이 된 상태라 제휴처를 빠르게 늘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민간회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청구망에서 중계기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8자 협의체 구성 제안…중계기관 두고 난관 예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심평원이 국내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들과 연결돼있고 안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심평원의 환자정보 집적 등의 문제는 법률 조항을 삽입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는 중계기관으로 심평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향후 실손 간소화 법안 통과는 중계기관 선정 여부가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또한 의료계 전체가 민간회사를 중계기관으로 둔 실손 간소화 법안을 찬성하는 것도 아닌 분위기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민간회사가 중계기관이 되면 의료기관이 환자자료를 보내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럴 이유가 없다”며 “어떤식으로든 환자의 정보가 모이게되면 보안 문제도 생길 수 있어 실손 간소화 자체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실손 간소화 법안을 두고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실손 간소화는 십수년간 거론되고 있는 문제라 딱 한가지 정답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창현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제도 도입의 주도권을 의사, 병원 관계자, 소비자단체, 보험업계 등 전문가 그룹에 위임하는 8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 집단에서 나온 합의 내용을 의회가 받아들여 법안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반드시 의견일치를 이뤄내야 법안이 추진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며 “중계기관 설정부분에서 의료계가 전혀 물러설 뜻이 없어보여 여전히 난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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