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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팔아라”…약세장서 소신 지킨 DB금융투자

매수 일변도 깨고 차별화…비상장기업 발굴에도 힘써
홈페이지에서만 리포트 열람…“지적재산권 보호 차원”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현재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비상장사의 리포트까지 발간하는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주목 받고 있다. 연구원들의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해 홈페이지에서만 리포트를 공개하는 등 리서치센터 역량 강화를 위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나온 증권사 리포트 1만3538개(21일 기준) 중 매수 의견은 1만2784개다. 반면 중립 의견은 748개, 매도 의견(비중 축소 포함) 6개에 불과했다. 발간된 리포트 가운데 매수 리포트 비율은 94%에 달했지만 비중 축소를 포함한 매도 의견은 0.04%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들은 ‘매수 일변도’이기 때문에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본다.   
 
법인 영업이 증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매도 리포트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거센 항의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은 매도 의견을 내거나 목표 주가를 낮추면 주주들이 전화로 항의하곤 한다”며 “(보고서 공개 후) 내선 전화는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2만4600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날 종가(3만3750원)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투자의견 역시 사실상 매도를 뜻하는 ‘언더퍼폼(Underperform·시장 수익률 하회)’이었다.올해 증권사들이 발간한 6개의 매도 의견(비중 축소 포함) 리포트 가운데 3개가 DB금융투자에서 나왔다. 
 
DB금융투자는 지난달에도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1만6200원대로 내려 잡았다. 기존 2만4600원에서 무려 34.14%(8400원)나 낮춘 가격이다. 카카오뱅크에 대해 1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DB금융투자가 처음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세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은 역성장하고 있고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렵다”며 “연간 대출 증가가 당초 예상했던 4조원 수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2만원 이상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대신증권 2만7000원, 하나증권 2만6000원, 신한투자증권 2만5000원(단기 매수), 교보증권 2만4000원 등 DB금융투자의 목표주가와 괴리가 컸다. 
 
DB금융투자는 지난달 25일 넷마블에도 투자 의견 ‘중립’을 제시하고 목표 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낮췄다. 전날 종가가 4만51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승 여력이 없다고 본 셈이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넷마블이 적자구조 탈피를 위해서는 신작 흥행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잇따른 신작 부진으로 기대감이 높지 않아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비상장 기업 리포트 발간에도 힘을 쏟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2019년 10월 1호 발간 이후 지난 6월 100호까지 총 114개의 비상장기업을 분석했다. 공시 의무가 없어 정보 접근이 제한적인 유망 비상장사를 리포트를 통해 발굴하기 위해서다. DB금융투자는 앞서 카카오뱅크, 네패스아크, 디어유, 맥스트, 딥노이드, 뷰노, 티움바이오, 브이씨 등이 상장하기 전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 받았다.  
 
또 DB금융투자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홈페이지에서 리포트를 비공개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IP(지적재산권)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리포트는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전부 볼 수 있어 비공개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유튜브 등 채널에서 짜깁기 돼 돌아다니거나 의견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에프앤가이드에서만 비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포트를 내기 전 진행되는 ‘프로젝트 회의’도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센터 의견 공유 과정과 시스템이 잘 형성돼 있는 편”이라며 “특히 비상장 리포트의 경우 승인위원회를 통한 의견 공유를 거쳐 발간한다”고 강조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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