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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전쟁·인플레이션…세계 경제 흔들 다음 변수는 [김광석 경제 읽어주는 남자]

세계 경제, 회고와 전망
새로운 국가 전략 짜야

 
 
우크라이나 주민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러시아의 로켓 공격을 받아 무너진 아파트 건물 앞에서 절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바로 전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뚜렷하게 회복되던 경제를 멈춰 세웠다. 2022년 코로나19는 잊혀지는 단계였다. 물리적으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흐름도 나타났지만, 경제주체의 마음속에서는 지워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단계적 일상 회복’ 시대가 왔고, 코로나19는 더이상 변수가 아니었다. 백신을 먼저 확보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던 터였는데, 전쟁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등장했다. 단기간 안에 끝날 것만 같았던 전쟁은 장기전이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동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서방국가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경제제재는 세계 공급망을 틀어막히게 했고,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초인플레이션 충격, 고금리의 역습, 킹달러의 복수 등 무수한 부메랑들이 세계 경기를 침체하게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경제전망 보고서에 ‘War Sets Back the Global Recovery’라는 부제를 이용해, 전쟁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멈춰 세우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2022년 세계 경제 회고

2020년의 변수는 코로나19였고, 2021년의 변수는 백신이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대유행으로 경제 위기가 찾아왔고, 세계 경제는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충격적인 상황에 놓였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1%를 기록했고,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세계 주요국들은 마치 인공호흡 하듯 유동성을 급격히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끌어내리며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 과도하게 풀려나간 유동성은 자산가치를 급등시켰고, 이른바 자산 거품을 가져왔다. 더욱이 2021년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갔다. 2020년~2021년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대세 상승장이었다.
 
2022년의 변수는 전쟁이었다. 2021년 백신의 보급으로 선진국들의 경제가 매우 탄탄하게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는 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과 같은 내구재 수요뿐만 아니라, 외식·스포츠·여행 서비스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백신 보급 속도가 더뎠던 신흥개도국들로부터 원자재나 부품을 원활히 수급 받을 수 없었던 수준으로 수요가 넘쳐났고, 이는 공급망 병목현상을 초래했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던 터에, 전쟁이라는 변수가 등장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엄청나게 가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Inflation fighting)을 선언했고,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해 나갔다. 2020년~2021년 동안의 자산버블은 2022년들어 빠르게 수축되기 시작했다. 주식가치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수준의 강달러 기조가 나타나 외환시장과 세계 교역을 급격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변이 유형 '베타코로나 바이러스' 구조. [넥슈사이언스커뮤니케이션=로이터]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2023년 세계 경제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그레이트 리세션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2023년은 장기 침체의 초입이 될 것으로 진단한바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2년 3.2%에서 2023년 2.7%로 하락할 전망이다. 평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어려운 국면이 지속할 것임을 인지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역습을 받으며 경기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까지는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게 발표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아이폰14 판매 예상치를 상향 조정해 초도물량 600만대 증산 계획을 세웠으나, 정식 출시 이후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례적으로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고, 목표 주가를 185달러에서 160달러로 상당폭 낮췄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이 높지 않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가가 자연히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경기부양만 신경쓰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일본경제는 2021년,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1.7%를 유지하는 흐름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엇박자의 흐름이다. 세계경제가 2022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보여왔다. 코로나19가 재창궐함에 따라 대봉쇄 조치가 단행되고, 공장 가동률 급격히 줄어들며 물류 마비가 반복되었다. 2022년 정부의 엄격한 방역정책이 서비스 회복을 지연시키고도 있다.  
 
세계경제가 물가와 싸우는 동안 중국은 코로나19와 싸웠고, 2023년에는 작게나마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미중 패권전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으로부터 생산공장이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과거의 폭발적인 회복속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2022년 3.3%에서 2023년 4.6%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경기 침체 국면의 국가 대응 전략

2023년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즉, 경제 성장세는 둔화하고,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국면이 될 것이다. 2023년 세계경제의 흐름에 맞는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세계교역이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은 더욱 휘청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의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경기가 완만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을 신시장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일에 게을리함이 없어야 한다. 양 떼는 먹잇감만을 찾아 풀이 많은 곳으로 움직이지만, 정부는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양들을 인도해야 한다. 물가는 치솟고 소득은 불안정한 어려운 국면에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이자 부담마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국면이기 때문에, 어떻게 상환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할지 제도적 고민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어떤 계층에게 어떤 지원을 제공해야 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 필자는 ‘경제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이코노미스트다. 현재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자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며 경제 이슈를 분석해 왔다. 정부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인사혁신처·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 전망’,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 전망’,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 전망’ 등 5년째 베스트셀러 경제전망서를 발간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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