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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장기수선충당금, 새 집주인에 반환 요구할 수 있을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임대인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거부하면 법적 대응해야

 
 
7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수도관이 파열돼 수리 관계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이거나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공동주택 또는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에서는 건물 노후화에 따른 승강기나 외벽 기타 건축물의 유지·관리·보수를 위해 일정 비용을 충당해둬야 합니다. 매월 관리비에 포함해서 조금씩 걷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모아두지 않으면 향후 한 번에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비용 부담과 관련해 입주자 사이의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의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이라 합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1항).
 
이에 따라 아파트를 관리하는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소장, 주택관리업자 등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의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을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해야 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요율은 해당 아파트 공용부분의 내구연한 등을 감안해 관리규약으로 정하고, 적립금액은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합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1항, 제4항, 동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제4항). 아파트 중 분양하지 않은 세대의 장기수선충당금은 사업주체가 부담하고(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으면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습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102조 제3항 제11호, 동법 시행령 제100조 및 별표 9).
 
이렇게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사용하게 됩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4항, 동법 시행령 제31조 제5항).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기본적으로 장기수선계획에 따르지만,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조정 등의 비용, 하자진단 및 감정에 드는 비용과 이러한 비용을 청구하는데 드는 비용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
 
이처럼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그 사용용도와 사용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고(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참조), 주주총회나 이사회, 부녀회 등에서 위법한 예산지출에 관해 의결을 했더라도 횡령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으며 그 의결에 따른 예산집행이라고 해서 횡령 행위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735 판결 참조)는 법원의 입장을 고려할 때, 만약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정해진 용도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지출하게 되면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임차인,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0년 이내 반환 청구 가능

이외에도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해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을 때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수선충당금은 해당 주택의 소유자가 납부해야 하는데, 해당 주택에 임차인이 거주하는 경우 장기수선충당금 부분만 임대인에게 따로 청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질적으로 매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업무의 편의를 위해 보통 관리비에 포함해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이 대신 납부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은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자가 대신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즉,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은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에 포함해 납부한 임차인에게 그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차인은 그동안 자신이 관리비에 포함해 납부했던 장기수선충당금을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아야 하는데, 임대인이 먼저 돌려주겠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할 뿐 아니라 많은 임차인들이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다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는 탓에 이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임대차계약 종료 직후 임대인으로부터 장기수선충당금 납부액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차계약기간 종료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임대인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대차계약 기간 중 주택의 소유자가 변동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자신이 그동안 거주하면서 납부했던 장기수선충당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특약사항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면, 이러한 약정은 유효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러한 특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임대인이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을 거부한다면, 지급명령신청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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