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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했는데 오히려 떨어지네?…월드컵 특수 노린 ‘팬토큰’ 울쌍

칠리즈, 월드컵 기대감에 6월부터 상승
개막 이후 일주일 간 30% 넘게 빠져
아르헨티나 팬토큰, 경기 직후 28% ↓…2시간만
이벤트에 변동폭 심하게 나타나 투자 유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2022 카타르 월드컵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했던 ‘팬토큰(Fan Token)’이 개막 이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팀이 승리한다고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토큰은 경기 결과에 따라 순식간에 3분의 1 이상 빠지기도 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에 혼란을 안겼다. 팬토큰의 본래 목적인 팬 멤버십을 벗어난 과도한 투기는 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토큰이란 축구·농구 등 스포츠 클럽의 굿즈 구매 수단, 팬미팅 참여 등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암호화폐다. 팬토큰 보유량에 따라 구단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권한을 행사한다. 예컨대 유니폼 디자인, 프리시즌 투어 장소, 홈경기 입장 음악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팬토큰은 ‘칠리즈(CHZ)’다. 칠리즈 또한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칠리즈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소시오스닷컴’을 통해 구단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칠리즈는 유벤투스, AC밀란, FC바로셀로나, 파리생제르맹, 맨시티 등 유명 축구 클럽과 공식 협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칠리즈와 유벤투스가 협약해 발행한 ‘유벤투스 팬토큰(JUV)’을 받은 바 있다. 축구선수 최초로 암호화폐를 부상(副賞)으로 받은 것이다.
 
29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115원이던 칠리즈 가격은 이후 꾸준히 올라 11월 9일 394원까지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 가격이다. 거래량도 같은 날 2조3900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나타냈다. 이후 칠리즈는 다소 변동성은 있었으나 월드컵 개막일인 21일까지 3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칠리즈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21일 오전 0시 309원에서 28일 오전 11시 45분 211원까지 떨어져 일주일 만에 31.72%나 하락했다. 29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소폭 반등해 22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월드컵 개막 이전 수준으로 올라서진 못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등 월드컵 우승 후보인 국가들의 팬토큰조차도 칠리즈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국가대표 팬토큰인 SNFT는 지난 10일 오후 1시 기준 297원에서 19일 오전 10시 714원까지 무려 140%나 올랐다. 하지만 23일 오후 12시 기준 365원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19일 오전 0시 9393원이던 포르투갈 국가대표 팬토큰 POR은 29일 현재 4322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같은 기간 브라질 국가대표 팬토큰 BFT는 1355원에서 336원으로 급락했다.
 
심지어 이들 팬토큰은 승리를 한 후에도 도리어 하락하거나 아주 소폭 상승했다. 스페인이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7대0 대승을 거둔 지난 24일, SNFT는 경기 시작 전인 오전 1시 485원에서 종료 시점인 오전 2시 50분경 414원으로 하락했다. 29일 포르투갈이 우루과이를 2대0으로 이긴 때에도 POR은 361원(오전 4시)에서 363원(오전 6시)으로 불과 0.55% 오르는 데 그쳤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팬토큰 ARG 22일 시세 그래프. 경기 종료 후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팬토큰은 또한 이변의 경기 결과에 더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난 22일 치러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자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팬토큰인 ARG는 2시간 만에 28.83% 급감했다. 이날 경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9822원에서 종료 시점인 오후 9시 6990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팬토큰의 급격한 변동성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우려와 원성은 더욱 커졌다.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선 “월드컵엔 칠리즈라더니 선동이냐” “팬과의 소통으로 만들어지는 코인이라 믿었는데…” “월드컵보다 월드컵 ‘기대감’에 올랐나 보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팬토큰이 팬 커뮤니티 형성과 참여라는 목적을 잃고 투기성으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한편에선 팬토큰이 클럽의 의사결정에 끼치는 영향력이 사소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등락을 보인 축구 국가대표 팬토큰은 마케팅용으로 토큰 자체의 내재가치는 크게 없다”며 “앞으로도 월드컵뿐 아니라 스포츠 이벤트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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