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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만 남은 보험 비교·추천…소비자는 뒷전으로[이코노 EYE]

8월 규제 허용 후 석달간 서비스 개시 못한 상황
빅테크-보험업계 이견 커 향후 일정도 미지수
당국 '소비자 편의성' 취지 고려돼야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8월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준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산으로 가는 분위기입니다. 빅테크·핀테크와 보험업계간 이견이 커 연말에도 서비스 출범은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업계는 수수료 논의까지는 가지도 못한 체 자동차보험 서비스 포함 여부를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도 자동차보험을 비교·추천에서 제외할 경우 자칫 빅테크사들이 서비스 참여 포기를 할 수도 있어 고민이 많은 눈치입니다. 또 그러면서 기존 보험업계의 목소리도 들어야 해 난감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당국이 이 규제를 풀어준 궁극적인 취지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보험가입 시 여러 선택권을 주겠다는 거였지만 취지와 달리 지금은 양 업계의 ‘밥그릇 싸움’만 남은 느낌입니다.
 

이견차로 답보…당국 취지 되살리길 

지난 8월23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심의했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쉽게말해 금융소비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핀테크 업체들, 또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등에서 여러회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금융소비자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듣거나 혹은 온라인 상에서 상품 약관만을 보고 가입을 결정합니다. 여러 회사 간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죠. 보험 비교·추천은 바로 이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대형 포털에서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급 상품을 두고 업권 간 이견이 너무 큽니다. 금융당국은 종신, 변액, 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계약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상품은 비교·추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가 지난 8월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대리점업 진출 허용을 결사반대한다″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자동차보험을 포함하느냐의 여부를 두고 빅테크와 보험업계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연합뉴스]
빅테크·핀테크사들은 일부 상품 제외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보험은 포함시켜 주기를 기대했죠. 하지만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의 밥줄인 자동차보험도 플랫폼에 문을 열어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빅테크·핀테크사들은 이럴거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허탈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업계 간 수수료 이견도 문제입니다. 플랫폼에서 비교·추천 후 소비자가 A회사 상품을 선택해 가입하면 보험사가 해당 플랫폼회사에 수수료로 얼마를 줘야 하냐는 것이죠. 빅테크사들은 구체적인 수수료 수치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과거 포털사들의 광고 배너 클릭당 수수료 비율이 약 10~11%로 책정된 만큼 이 정도 수준을 원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반면 보험업계는 현재 다이렉트(온라인) 채널 보험 판매의 경우 중간 사업비가 매우 적은 상태인데 포털에게 10%나 되는 수수료를 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업계 측은 업권간 간담회에서 수수료로 최대 2%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 측이 원하는 수수료간 차이가 매우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앞으로 양 측의 논의가 진행돼도 수수료 부문에서 쉽게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10월 말~11월 초 빅테크·핀테크와 보험업권 목소리를 들은 후 한달 동안 보험 비교·추천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빅테크사들이 참여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험업계 목소리를 듣다 자동차보험을 서비스에서 제외하면 일부 빅테크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수료 문제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당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이르면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업계 간 이견이 커 이제는 내년 상반기에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서비스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에게는 실망스런 소식입니다.  
 
보험은 상품 특성상 금융상품 중 민원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60%는 보험이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탑재되는 상품이 많아지고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도 확충되면 민원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험 비교 및 가입에 애를 먹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보험 비교·추천은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금융당국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게 업계간 이견이 좁혀져 하루빨리 이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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