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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공동창업가 갈등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공동창업가 갈등 미연 방지 위해 계약서 작성도 방법
창업에 대한 미션·비전 미리 맞춰보는 노력 필요

 
 
11월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치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영업팀 이사에게 분기별 매출이나 예상 매출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아요. 그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같이 일하는데 너무 답답해요. 대표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별  이야기가 없고 정말 고민입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임원이 털어놓은 고충이다. A임원은 자료를 요청하면 번번히 동문서답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영업팀 임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영업팀 임원을 퇴출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임원에게 영업팀 임원과 업무 협력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되길 원하느냐 물었다. 그는 “현재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데, 성장률과 이익률이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우리 회사의 생존이 걸려있어 너무 중요한데, 그 영업팀 임원은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A이사는 물살이 세게 흐르는 강가에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물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도 힘이 들지만,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것도 힘이 드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도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싶어요?”라고 필자가 물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헤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살에 휩쓸려 다 같이 죽으면 안되고, 회사의 성장이 가장 우선순위이라는 것이다. 영업 업무에 경력이 있는 자신이 그 임원에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물어보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챙겨야겠다고 대답했다.
 

창업 멤버·임원과 갈등…창업자 더욱 괴롭게 만들어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B 대표는 창업 멤버와 갈등을 하소연했다. “4명이 공동창업을 했는데, 생각이 다른 멤버가 있어요. 저는 스타트업이 당연히 업앤다운이 있고, 회사가 어려우면 우리 넷은 월급을 받지 못해도 직원들은 꼭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멤버 생각은 달라서 저보고 자꾸 투자를 받아오라고 푸쉬를 해서 힘드네요. 아니 창업 멤버면 그런 짐은 함께 나눠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다른 멤버는 회사 가치를 높여서 exit 하는 데만 초점이 있어요. 저는 회사를 키워서 지속가능하게 운영하고 싶어요.”
 
필자는 “대표님, 공동창업자 네 명이 스타트업에 대한 미션, 비전, 서로 기대하는 역할이 다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일치되어 있지 않고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다. 여기에 공동창업자 혹은 임원들과 갈등이 생기면 이래저래 더욱 괴로워진다.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 갈등을 예방하거나 조율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함께 스타트업을 만들기 전에 각자 창업에 대한 개인적 미션과 비전을 맞춰야 한다. 흔히 ‘비전을 얼라인(align)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의 존재 이유나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목표 등에 대한 생각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스타트업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사업이 피봇되기도 하는 등 변화의 시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작점에서 서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그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갈등의 폭은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스타트업 창업멤버는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끼리 꾸려진다. 필자가 스타트업을 다닐 때는 그런 부분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오래 겪어온 사람들과 뜻을 맞춰 창업해야 미리 갈등요소를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신뢰다. 공동창업자의 인품이나 능력, 리더십 등을 존중한다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끼리 공동으로 창업했을 때 파트너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건 좋게 보일 수 없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이다. 신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구글이 성과가 잘나는 팀을 분석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5가지 조건 중 하나도 바로 상호신뢰다. 상호신뢰는 말보다는 행동, 노력, 책임감 그리고 결과로 쌓아가는 것이다.
 

공동창업가들과 의견 조율 시간 따로 만드는 게 필요

한인국 삼성전자 상무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컴업 2022 행사에 참석해 C랩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셋째, 공동창업가들은 반드시 서로 계약서를 써 놓아야 한다. 창업 멤버들의 지분은 추후 스타트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 위반 시 패널티, 비밀유지 등의 내용을 합의해서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홧김에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모든 위기는 기회를 품고 있다. 코칭 이후에 만난 A임원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 영업팀 임원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제가 커버하고, 필요한 부분은 맡아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당장은 내가 힘들지만 앞으로 회사가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나의 이런 행동이 회사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B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창업가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가져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뜻이 다르다면 갈라지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한 것 같아요. 어떻게든 함께 가려고 했을 때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함께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하지 못하는 모습도 그냥 갈라서기 보다 협력의 형태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지는 늘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개척자인 권도균 멘토(프라이머 대표)는 “조직 구성원을 채용할 때도 직원이 아닌 협력자를 구하라”고 조언했다. 협력자란 우리 회사의 미션, 비전을 진정으로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사람, 스타트업의 창업 및 운영 동기가 비슷한 사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 필자는 현재 스타트업의 성장을 조력하는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 외국계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일했고, MBA를 졸업하고 심리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영어로 내생각 말하기〉, 〈스타트업 PR〉이 있다. 유튜브 ‘안나코치’를 운영 중이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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