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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눈치에…6% 저축보험, 못 나오나

KDB 당국 제동에 6% 아닌 5.95% 저축 상품 출시
당분간 6% 상품 보기 힘들듯…내년 회계제도 시행도 연관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부터 이어진 고금리 저축보험 출시 행렬이 사실상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무리한 저축보험 금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보험사에 주문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로운 지급여력기준인 킥스(K-ICS)가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 재무건전성에도 숨통이 트이게 돼 지난 석 달간 이어진 고금리 경쟁 열기가 다소 사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4~5%대 저축보험 출시 릴레이…금융당국 ‘제동’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5일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채널 전용 연 5.95%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이는 올해 출시된 방카슈랑스 채널 전용 저축보험 상품 중 최고 금리다. 저축보험은 매월 일정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을 말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6% 저축보험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0.05%포인트 낮은 5.95% 상품이 출시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최근 생명보험사들에게 저축보험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출시된 생보사 저축보험 상품의 금리는 4.00~5.90%다. 8월 이전까지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채널 전용 저축보험 상품의 금리는 3%대였다. 하지만 8월부터 4%대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생보사들의 참전이 이어졌다. 8월 이후 푸본현대생명(4.00%)을 시작으로 흥국생명(4.20%), 동양생명(4.50%), IBK연금보험(5.30%), ABL생명(5.40%), 한화생명(5.70%), 교보생명(5.80%), 푸본현대생명(5.90%) 등이 지난 석 달간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인 저축보험 상품을 내놨다.  
 
KDB생명은 6%에서 0.05% 못 미친 5.95% 저축보험을 내놨다. 이는 KDB생명이 당초 6% 상품을 출시하려다 당국의 요청으로 금리를 소폭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8월 이후 출시된 고금리 상품들은 대부분 수천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완판되는 등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금리가 곧 마케팅 요인이자 상품의 경쟁력이다 보니 금리를 애매하게 책정했다가 판매력에서 다른 상품에 밀릴 수도 있다.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중소형사 입장에서 금리를 크게 내리면 마케팅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다른 생보사가 5%대 후반 상품을 또 출시할 수 있어 KDB생명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금리가 유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내년 새로운 회계제도인 IFSR17과 킥스가 도입되는 만큼 그 전까지 보험사들에게 재무건전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저축보험의 경우 단기간에 수천억원 자금을 챙길 수 있어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도움을 주지만 금리 하락시에는 오히려 역마진 위험이 커진다. 내년 이후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저축보험에 적정 금리를 적용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생보사들도 당국 눈치에 당장 무리해서 6%가 넘는 저축보험 상품을 내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완판 행렬’ 고금리 저축보험, 내년엔 없다?

8월부터 이어진 4~5%대 고금리 저축보험 출시 행렬도 내년에는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생보사들이 앞다퉈 고금리 저축보험을 내놓은 배경에는 내년 IFRS17을 대비한 자본확충 차원이 컸다. 내년이 오기 전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새 회계제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는 것이다. 
 
내년부터 IFRS17이 시행되면 보이는 재무건전성 지표가 상당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보다 자본 확충 부담이 덜해질 전망이다. 
 
2012년 말 경 저축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을 재유치하기 위함도 있다. 보험사들은 2013년 2월 세제개편안이 진행되기 전 2012년 말 경쟁적으로 저축보험을 팔았다. 이후 10년 만기가 찾아온 가입자들을 자사 상품으로 다시 유입시켜 자금(만기환급금)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다. 내년에 이 가입시기가 지나면 생보사들 간 고금리 저축보험 경쟁은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축보험은 IFRS17하에서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된다. 저축보험료는 만기 시 모두 환급되는 만큼 새 회계기준상 모두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면 보험사에 가해질 재무부담이 커진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난 몇년간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고 회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종신보험 등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 4~5%대 저축보험 상품은 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는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저축보험 상품 출시 행렬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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