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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은 공짜 인터넷을 좋아한다?

네티즌은 공짜 인터넷을 좋아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K아무개 과장은 부산 출장 마지막날 위궤양이 악화돼 부산병원에 들렀다. 이 병원 내과의사는 네트워크를 통해 K과장이 치료를 받아온 서울병원에서 진료기록을 전송받아 병력(病歷)을 살펴 보고 처방을 내렸다. 조금 낯선 풍경이지만 이같은 원격진료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울진·구례·백령도에서는 이미 원격 영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신호탄으로 의료시장의 문도 열리고 있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의료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병·의원마다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가 됐다. 국내 의료정보화 사업의 첫 단추는 메디다스(대표 김진태·사진 왼쪽)라는 조그만 기업이 채웠다. 메디다스는 병·의원용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의료정보시스템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세살배기 기업. 흥미롭게도 임직원 55명의 평균 연령도 27살로 회사만큼 젊다. 그만큼 패기가 넘친다. 메디다스는 모태인 메디슨에서 12명의 직원들이 뜻을 모아 회사를 세운(Spin Off) 케이스. 1호 사내벤처를 물색하고 있던 메디슨과 서울대 의공학교실 연구원들이 손을 잡고 92년 6월 ‘마이다스’(MIDAS) 사업부를 만들었다. 마이다스는 두번째 작품인 병원정보화 프로그램 ‘의사랑’이 성공의 물꼬를 튼데 힘입어 94년 12월 메디다스로 거듭났다.

‘마이다스’서 94년 12월 개명 메디다스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크게 병·의원 정보화, 의료영상, 의료정보 서비스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메디다스의 주력인 병·의원 정보화사업은 병원의 모든 업무를 전산처리, 정보화 하는 것. 의료영상사업은 초음파 영상진단기, X선 촬영장치, 내시경 등의 의료영상 자료를 제작·관리한다. 영상자료를 통신망으로 전송,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텔레 메디신, 특수 임상자료와 해설을 담은 교육용 CD롬 타이틀 제작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의료정보화사업은 의사들을 위한 전용 통신서비스인 ‘의료샘’(http://www.medikorea.net)으로 닻을 올렸다. 의료샘은 인터넷을 통해 의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공급한다. 메디다스의 출세작은 93년 12월 비트컴퓨터와 공동으로 개발한 ‘의사랑.’ 이는 병·의원을 컴퓨터망으로 연결, 환자접수·진료기록은 물론 의료보험 청구까지 전산처리 하는 소프트웨어다. ‘의사랑’은 특히 병원 디지털 영상전송장치(PACS), 원격의료영상 진료시스템, 전자차트시스템(EMR), 의료보험 전산청구시스템(EDI)과 연계, 지난 6월 과학기술처가 주는 IR52장영실상 26주 수상제품으로 뽑혔다. PACS·EMR 등이 분리된 미국의 ‘메디스’보다 한발 앞선 기술임을 인정받은 것. 그러나 의사랑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병원들의 인식부족이 큰 걸림돌이었다. 내시경·심전도계와 같은 당장 돈 되는 장비를 사는데만 열을 올렸고 의료정보화는 뒷전이었다. 물론 병원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장비설치비는 고사하고 보험수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94년 9월까지 적자에 허덕였다. 사업부가 코너에 몰렸다. 영업은 극도로 부진했고 사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사업부 직원 12명이 똘똘 뭉쳤다. ‘메디슨이 팔아주겠지’라는 안일한 자세를 버렸다. 직원 모두 영업에 나섰다. 서비스 시스템도 새롭게 꾸몄다. 제품의 불만을 발로 뛰며 듣고 바로 고쳐나갔다. 꿈쩍도 하지 않던 고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업은 연구소가 아니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품질만 좋으면 그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를 심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3개월만에 누적적자 8억원을 털어냈다. 더구나 독립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3개월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전직원 판매 나서 적자 탈출 ‘의사랑’은 93년 고작 10개가 팔리는데 그쳤으나 94년 1백개, 95년 3백50개, 96년 6백개, 97년 1천개(추정)가 팔리며 병원, 특히 1차 진료기관의 정보화 정도를 대변하고 있다. 전국 개인병원 1만6천개 가운데 2천여 군데가 ‘의사랑’을 쓰고 있다. 국내 의사들의 인지도는 95%, 시장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의사랑’을 쓰고 있는 종로구 필운동 한빛내과 김신애 원장은 “진료기록 정리와 조회가 편해졌다”며 “한명 몫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랑’의 기본 사양 가격은 9백90만원. ‘의사랑’의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96년 매출액은 95년보다 1백25% 늘어난 50억3천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매출액 1백억원 달성은 무난할 듯. 또한 회사설립 2년6개월만에 코스닥시장에 올랐다. 요즘은 주가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3만5천원대는 유지하고 있다. 김진태 사장은 “기술개발과 더불어 공동체문화를 이룬 것이 약진의 원동력”이라며 “이를 위해 수익의 6분의1은 인센티브로 나눠 주고 주식배분의 기회도 균등하게 보장,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95년 11월 한국통신 EDI협력업체로 뽑혔다. 96년 7월 중진공으로부터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11월에는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됐다. 92년 첫 작품으로 내놓은 의원용 영상관리시스템인 ‘마이다스’(MIDAS)는 아시아 초음파 학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보급형 PACS&텔레레이디올로지 시스템과 PACS용 다기능 워크스테이션은 웹·자바 등 세계 표준 통신프로토콜을 적용, 시스템 확장과 개선이 쉽다.

한의원·치과용 SW도 개발중 메디다스는 한의원·치과용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틈새시장인 동물병원도 내년 초 공략할 계획이다. 1차 타깃은 미국시장. 의사 2~3명인 작은 병원이 2만5천개 정도 있다. 지난 6월 미국 텔레 마케팅 업체인 RVC사와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국내 의료정보 소프트웨어로는 첫 수출이다. 미국의 경우 병원정보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있다. 그러나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승산이 있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2분의1인 1만5천달러, 서비스 비용은 4분의1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 일이 순조로우면 유럽과 일본의 문도 두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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