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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핍강요와 외채로 외채갚기…

내핍강요와 외채로 외채갚기…

정확히 3년 전 멕시코에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5백28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우리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우리와 멕시코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결코 우리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언론들도 멕시코 위기를 대서특필하면서 티킬러(Tequila)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며 선진국 흉내를 내다 또다시 무너지고 있다고 모두들 비웃었다. 그러나 정확히 3년이 지난 오늘, 완전히 역전 드라마가 재연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그런 비웃음을 똑같이 받고 있고 멕시코의 세디요 대통령은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는 금융위기를 맞은 지 3년이 지난 지금 대외신뢰도 회복과 국내 정치·경제·사회안정을 유지하면서 예상외로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투자유망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멕시코에서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좋은 점은 한시라도 빨리 배워야 한다. 그러나 배워서는 안될 것도 있다. 경제구조나 여건, 규모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멕시코는 회복과정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외채로 외채 갚아 금융위기 재발 가능 멕시코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개월만에 다시 국제자본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즉 95년 2분기부터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멕시코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빌린 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국제채권의 발행을 통해서였다. 다시 말해 저리의 외채를 빌려와 고리의 외채를 갚은 것이다. 이것은 물론 대외신뢰도 회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고 대외신인도가 완전히 붕괴된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호사스런(?)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멕시코에는 이것이 장기적인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국민저축이 부족한 가운데 외채로 외채를 갚는 것은 자본의 대외종속 문제를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기관의 재정건전화가 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멕시코 경제의 ‘미국화 문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에 유입되는 외화의 대부분이 미국 돈인데다 무역 등 모든 대외경제관계가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이라 미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멕시코 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94년 말 멕시코에 위기가 일어났던 이유중 하나는 미국 금리가 상승해 단기투자자들이 일시에 멕시코에서 철수해 버렸다는데 있다. 사회적인 문제도 있다. 국민의 내핍 강요는 소득분배의 왜곡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높은 이자에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채무자들이 조직을 만들어 거리로 나왔었다. 게다가 노조의 어쩔 수 없는 양보로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하는 등 위기극복과정은 노동자와 국민들의 일방적인 고통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작년의 실질임금은 무려 16년 전인 80년 임금의 50%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전반적인 실질소득의 하락이 멕시코의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당면한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고 따라서 대외신뢰도 회복이 가장 시급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철저한 자성의 자세로 우리에게 부과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다만 멕시코의 ‘실수’에서 보듯 뒷날 보다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될 지도 모를 정책적 실수는 피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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