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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금사 이어 이번엔 리스업계 덜컹!

종금사 이어 이번엔 리스업계 덜컹!

은 행과 종합금융, 증권, 투자신탁에 이어 리스업계도 정부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당장 해외현지법인들이 현지에서 빌린 단기외채를 감당하지 못 하겠으니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달라고 손을 벌렸다. 종금사 처리방식처럼 가교(架橋)리스사를 설립, 외화부실자산을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어느 리스업체가 망할까”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종금사보다 더욱 부실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고 25개 리스사 중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간 기업이 10여개사라고 알려지기도 한다. 70년대 후반 설립돼 현재 25개사에 총자산이 36조5천억원이나 될 정도로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리스업계가 이처럼 ‘내일’을 걱정할 정도로 극심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당장 드러난 것은 심각한 자금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대의 자금원인 회사채 발행이 중단되다시피하면서 자금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외화차입마저 불가능해지면서 리스사들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이러한 회사채 발행중단과 외화차입 불능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더 타격을 준다. 은행이나 종금사와는 달리 리스는 고객의 예금을 받을 수 없는 여신전문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리스채발행률 겨우 7.6% 물론 근원을 따지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부실채권의 급증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리나라를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몰아 넣은 원인 중 하나인 기업체 연쇄도산에서 리스사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대기업 연쇄 부도의 신호탄이었던 한보그룹에만 리스업계는 1조2천억원이 물렸다. 이어 기아와 한라그룹의 부실화 및 파산으로 리스사들의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한보, 기아, 삼미, 해태 등 지난해 파산하거나 부실화된 10대 기업들에 물린 리스업계의 부실채권 규모는 작년 9월 말 현재 모두 2조2천3백억원이다. 여기에 한라와 청구에 물린 1조원 가량의 여신과 부도난 중소기업에 대출된 것을 포함하면 리스업계의 총 부실채권 규모는 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리스업계의 신인도는 급격히 추락했고 여기에 지난해 IMF 구제금융으로 금리가 폭등하는 등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그때까지 리스채를 꾸준히 인수해 줬던 은행, 투신,증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조달금리가 다소 오르긴 했으나 90% 이상을 기록했던 리스업계의 회사채발행 실적이 11월 발행률 80%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2월에는 배정액 2천7백억원 중 8백50억원만 발행돼 발행률이 31.4%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더욱 악화됐다. 1월 발행률은 불과 7.6%였다. 신청액 6천2백70억원 중 불과 4백77억원만이 발행됐다. 더구나 최근에는 빚을 갚기 위한 차환용 발행도 중단돼 리스사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앙리스 1월 부도 또 대출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리스사들은 매달 들어오는 리스료로 근근이 자금부족분을 메우고 있었는데 IMF 이후 도산기업이 속출하고 리스이용자들의 연체가 잇따르고 있어 부족자금을 메우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리스사들의 유동성 부족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따라서 리스사들은 대주주인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리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그나마 조금씩 인수해 준 것은 대부분 각사의 모은행들이었다. 그러나 은행이라고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준수 등으로 은행 역시 여유가 없었고 점차 리스사들은 은행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1월 충북은행 계열인 중앙리스가 은행에 돌아온 기업어음 50억원을 막지 못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최종부도처리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충북은행의 긴급자금지원과 채권은행의 부도처리 취소로 파산은 면했지만 이를 계기로 리스업계의 위기는 표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리스업계의 유동성악화는 외화부문에서 더욱 심각하다. 리스사의 외화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백20억 달러. 이 중 은행이나 종금사에서 장기로 빌려온 일반외화차입이 1백30억 달러로 가장 많다. 이밖에 한은에서 35억 달러, 외국계 은행에서 18억 달러를 빌렸다. 또 리스사가 외환업무 지정 기관으로 선정된 지난 95년부터 해외에서 직접 빌린 외화차입금이 15억 달러, 리스업계의 30개 외국현지법인의 외채가 22억 달러다. 외국환은행이 아닌 데도 적지 않은 규모의 외채가 있는 것이다.

현지법인 동남아 투자로 큰 손실 게다가 지난해 말 외화차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재정경제원이 할당해 준 해외 직접차입금 한도 9억 달러 중 산업리스와 상은리스 등이 빌린 8천8백만 달러가 IMF 이후 외화차입의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해외 직접 차입금의 만기 상환액 4억4천만 달러를 갚아야 한다. 이 돈을 마련할 길이 난감한 실정이다. 홍콩을 비롯, 동남아 각국에 앞다퉈 진출한 리스사 현지법인들도 본사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 현지법인은 주로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곳 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수억 달러가 물렸기 때문이다. 신규차입은 안 되고 차입금의 만기연장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지법인은 이들 외화를 갚아야 한다. 결국 이들 현지법인이 갚아야 할 달러를 본사가 국내에서 매입해 송금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즘에는 은행이나 종금사들이 자신들이 빌려준 장기외화차입금의 금리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외화조달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종전의 금리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대략 연리로 4∼8%포인트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리스협회에 따르면 그럴 경우 리스업계가 추가로 물어야 할 이자손실이 무려 한 해 2천9백억원이나 된다. 결국 리스업계는 이에 반발, 지난 1월 말 한일은행과 새한종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데 이어 지난 2월27일에는 은행 및 종금 24개사를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에 추가 제소했다. 이처럼 외화차입금 문제로 리스업계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자 금융계 관계자들은 리스사들이 장차 외환위기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스사의 외화차입금은 절반 이상이 은행권을 통해 대출된 것으로 리스사들이 도산할 경우 막바로 은행이 부실을 떠안게 돼 금융권 전체에 확산된다는 것이다.

두달새 2백65명 리스업계 떠나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리스업계는 자구노력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 2월13일 선두업체인 한국개발리스가 명예퇴직을 실시, 총직원 2백67명 중 43%에 달하는 1백13명을 퇴직시켰다. 한국산업리스도 비슷한 시기에 66명을 명예퇴직시켰고 부산리스에서도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34명이 퇴직했다. 중앙리스는 전직원이 일괄사표를 낸 후 이 중 18명이 회사를 떠나는 등 올 들어 두 달 동안에만 7개 리스사에서 모두 2백65명이 업계를 떠났다. 게다가 대부분의 리스사들은 지금 추가 감원도 검토하고 있다. 또 리스업계는 국내점포도 일부 폐쇄했고 해외현지법인도 철수 준비중이다. 동화리스가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과 11월 수원지점과 부평본점을 폐쇄해 서울지점 하나로 살림을 줄였고 서울, 국민, 부산리스가 지점 하나씩을 폐쇄했다. 대구리스는 3월께 홍콩현지법인을 철수할 계획이고 다른 리스사도 대부분 철수 방법을 모색중이다. 사활을 건 구조조정 작업이 리스업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중순 금융당국이 리스사에 ‘솔깃한’제안을 했다. 최근 자금압박이 심한 중소기업들의 리스료 납부를 6개월간 연장해 주면 리스사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적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6월까지 만기도래하는 원화 및 외화대출과 은행 보유 리스채 상환의 6개월간 연장과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한 리스채 발행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만약 이 약속이 지켜질 경우 리스업계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와 종금사에 이어 리스사마저도 과거의 명성이나 화려함으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해졌다. 리스사 대부분이 자금시장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당장 내일, 또는 4월 돌아오는 자금결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리스업계도 이제는 새로운 질서에 편입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14조원에 달하는 리스채 발행규모와 총여신 중 50%를 웃도는 중소기업 지원비율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역시 쉽지 않다. 타금융권과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진행시켜야 하는 리스업계의 구조조정은 정부와 대주주인 은행 그리고 리스사 모두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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