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3代 황제株 등극, 다음은?
국내 증시에 또 다른 황제주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주인공은 롯데그룹주들이다. 단순주가로만 친다면 롯데칠성과 롯데제과가 SK텔레콤·삼성전자를 제치고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구랍 19일 54만원을 기록, 지난해 첫 50만원대 주식으로 등장했고 롯데제과도 4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계열사인 롯데삼강도 10만원대를 넘보고 있다. 이들 주식은 연말로 접어들면서 조정국면에 들어섰지만 당분간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롯데그룹주들의 지칠줄 모르는 상승세는 올들어 증시에 몰아친 ‘가치주’ 열풍 속에 이루어졌다. 경기불황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의 눈은 경기를 타지 않으면서 실적이 좋은 내수우량주에 쏠렸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아랑곳 않고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태평양·남양유업 등의 내수주들이 가치주 열풍을 이끌고 나갔다. 롯데칠성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당순이익이 2001년 6월 말 기준 6만3천3백96원에 달하고 유보율도 6천1백90%나 된다. 이 정도면 황제주 계보를 잇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 내용이 좋다 보니 외국인들의 사랑이 쏟아졌다. 롯데칠성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연초 14. 2%에서 최근 30%를 넘어섰고 롯데제과도 40%를 웃돈다. 게다가 유통주식 수도 그리 많지 않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의 상장주식 수가 많아야 1백40만주에 불과, 약간의 매수세만 가세해도 주가가 크게 탄력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황제주의 탄생은 당시의 증시테마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증시개방 원년인 지난 92년 봄 투자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자본금도 적고 성장산업도 아닌 섬유업체 태광산업이란 주식이 5만원에서 단숨에 1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 처음 발을 들여논 외국인들의 시각은 달랐다. 당시 결산 기준으로 1주당 2만8천원씩 벌어들이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주가는 10만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기업의 주가를 가늠하는 잣대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1년에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당 얼마씩 벌고 있느냐는 관점에서 기업이 재조명됐다. 이후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됐고 이들 가치측정 방법들은 그때그때의 증시상황과 맞물리면서 급등주를 만들어냈다. 황제주라는 신조어도 이때부터 나왔다. 1대 황제주 태광산업은 95년 4월 76만원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그해 12월까지 군림했다. 태광산업의 장중최고가는 99년 7월의 79만8천원. 태광산업의 황제주 바통은 정보통신혁명의 주역 SK텔레콤이 이어받았다. SK텔레콤은 태광산업이 하야한 뒤 2000년 3월 액면분할되기 전까지 황제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SK텔레콤의 최고가는 2000년 3월6일 4백81만원이며 장중최고가는 그해 12월11일의 5백7만원으로 이는 국내 증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밖에도 삼성화재가 지난 99년 7월 액면가 5백원 기준 9만2천9백원까지 올라서 액면가 5천원짜리로 치면 1백만원대 주가진입 직전에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새롬기술(액면가 5백원)이 인터넷 벤처열풍을 타고 2000년 2월18일 30만8천원(액면가 5천원 기준 3백8만원)까지 올라 황제주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1만원대로 곤두박질쳐 황제주 무대에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지금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코스닥 황제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황제주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그 생명은 길어야 3년이다. 기업세계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고, 증시 자체도 워낙 변덕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롯데칠성의 황제주 등극기간은 얼마나 될까. 태광산업이 몰락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의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태광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섬유산업 영향으로 실적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기업가치도 급전 직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상장기업으로서 공공성 결여가 더 큰 문제였다. 내부유보가 엄청나게 쌓였으면서도 유·무상증자에 인색했다. 기업문화 또한 폐쇄적이었다. 증권사의 기업분석가들에겐 태광산업이 탐방하기 힘든 회사들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상장기업으로서 투자자들에게 회사 정보를 알리려는 기본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유통물량이 적고 정보접근도 어려운 태광산업 주식에서 관심을 돌렸고, 결국 기관화장세에서 대표적인 소외주로 전락했다. 태광산업의 교훈은 아무리 우량한 기업이라도 시장이 등을 돌리면 주가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이 잘해야 황제주가 될 수 있지만 시장은 언제든지 그 왕관을 벗길 수 있다. 시장친화적이냐 아니냐가 황제주의 롱런을 판가름짓는 요소인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세상만사엔 영욕과 부침이 반복된다. 어제의 황제주가 오늘은 넝마주로 떨어질 수 있고, 오늘의 천덕꾸러기는 내일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롯데칠성이 장수 황제주가 되느냐의 여부는 지금부터 시장에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