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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간부 감원설에 불안한 설날

국민銀 간부 감원설에 불안한 설날

일러스트 김회룡
통합 국민은행 간부들은 올해 불안한 설 연휴를 보낼 전망이다. 2월 말께 한 차례 ‘감원 태풍’이 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타깃은 부장급에서 부행장까지 1천2백50여명. 이들 가운데 많아야 70% 정도만 살아남을 듯하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국민은행에서는 쉬쉬하지만 이미 널리 알려져 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다. 국민은행측은 2월 말에 인사 뒤 3월22일께 주주총회를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사가 소문처럼 감원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인사란 게 사업 전략이나 영업 방향에 따라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무조건 줄이는 무식한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김정태 통합 국민은행장은 지금껏 합병 뒤 점포와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점포가 필요하다며 점포 수를 1천1백26개에서 2천개 정도로 늘리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행장은 다만 인력은 늘리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었다. 그런데다 은행권은 올 들어서도 감원 바람이 여전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올초 명예 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평화은행도 명퇴를 실시했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도 올 상반기에 덩치를 줄일 계획이다. 제2, 제3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감원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도 선택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통합 과정에서 한번은 치뤄야 할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덩치가 가장 큰 국민은행으로선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서장 이상 간부라면 비용은 더 많이 줄일 수 있는데다 강성인 노조와 마찰도 피할 수 있다. 옛 국민은행 출신의 지점장은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통합 뒤 첫 인사라 김행장의 인사 스타일이 어떨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 옛 국민은행의 경우 인사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이 됐고, 대충 맞아떨어졌는데 이번엔 다르다는 하소연이다. 국민은행의 다른 지점장은 “오래된 얘기라 이젠 조금 무덤덤해졌다”며 “어차피 칼자루는 인사권자가 쥐고 있는 만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행장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이번 인사의 기준도 ‘능력’일 가능성이 크다. 김행장은 동원증권 사장 시절부터 능력 중심의 인사정책을 펴왔다. 곧잘 파격 인사가 이뤄지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지난 1월2일 ‘미스터 워크아웃’이란 별명을 가진 이성규 前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설립위원회 사무국장을 워크아웃본부장(부행장급)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부행장이다. 물론 때론 ‘김정태 라인’만 살아남는다는 비난도 없진 않았다. 지난 1월9일 서재인 통합전산정보 본부장 임명 때도 그랬다. 서본부장은 옛 국민은행 출신이지만 전남 광양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상학과를 나와 학연과 지연에 치우친 인사라는 빈축을 샀다. 하지만 김행장 인사의 잣대는 기본적으론 개인의 능력이다. 김행장은 통합 은행 취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김행장은 지난해 11월1일 취임사에선 “통합은행의 융합을 위해 인사제도 통합이 이뤄지면 과거 인사 기록을 모두 폐지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김행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점포장·지역본부장·부행장 자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경영 계획서와 경력 증명서를 내라고 했다. 김행장이 비서실을 통로로 따로 내린 지시였다. 행장이라고 모든 직원들의 능력과 재주를 손에 꿰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인사에 얼마나 반영될 지는 몰라도 신선한 얘기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어차피 능력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지는 게 발전적인 방향 아니냐”고 한수 거들었다. 김행장은 지난해 7월 통합 은행장에 오른 뒤 크게 세 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김행장은 지난해 10월22일 국민은행 강국신 실장을 재무기획팀장으로 내정한 것을 비롯 통합 은행의 96개팀 가운데 4개 소팀장을 뺀 92개 팀장 발령을 냈다. 김행장은 당시 92개 팀장 가운데 47개 팀은 옛 국민은행 직원이, 나머지 45개 팀장은 옛 주택은행 사람으로 채웠다. 주요 포스트인 재무기획 본부에서는 국민은행 출신 간부가 재무기획·자금·IR팀을, 주택은행 출신은 성과관리·홍보·회계팀을 맡았었다. 김행장은 올 들어 이성규 부행장과 서재인 본부장 발령을 냈다. 옛 국민·주택 직원간 직위·직급 조정 등은 IT통합 진통 탓에 일단 미뤄진 상태다. 김행장은 지난 1월27일 능률협회 주관으로 해마다 가는 최고경영자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 모임 뒤 돌아오면 새로운 일을 벌이곤 했다는 김행장. 그가 쥐고 있는 카드 가운데 인사 문제도 포함돼 있을지, 감원 카드라면 어떻게 꺼낼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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