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계 방향' 돌다 상계동서 멈춘 꼴
'역시계 방향' 돌다 상계동서 멈춘 꼴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평당 4천만원 서울 강남권은 웬만한 곳이면 평당 매매가가 1천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저밀도지구인 강남구 청담·도곡지구의 도곡주공 1차의 경우 매매가가 평당 4천만원을 돌파했다. 저밀도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 4단지 역시 매매가가 평당 2천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일반 단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남권 중고층 단지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매가가 크게 올라 꼭지에 도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권 중개업소에서는 가격이 너무 오르자 수요자들이 매수세에 나서지 않으면서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관악구 등 강남 외곽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 들어선 재개발 단지의 경우 평당 매매가가 1천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반면 강북권 단지의 경우 일부 인기 주거지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플러스가 지난 12월 말 대비 매매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구는 이 기간 동안에 13.09% 상승했다. 서초구는 11.30%, 송파구는 12.27%, 강동구는 8.63% 올랐다. 이에 비해 강북구 4.52%, 서대문구 4.24%, 종로구 3.72% 등의 오름폭을 보였다. 노원·도봉구 등 일부 지역은 7%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소형 아파트값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양극화는 더 심화될 듯 강남·강북 간의 가격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고려해볼 때 아파트값 상승은 서울 강남을 시발로 분당이나 일산으로 옮겨가는 국지적 양상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강북지역 아파트 소유자들은 앞으로도 집값 상승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집값 상승 혜택을 누리려면 돈이 몰리는 강남으로 가야 한다는 말과 같다. 집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교통이나 주거·주변환경·문화 등의 요인을 하나씩 따지면, 강북이 강남을 따라간다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재건축도 강남이 강북보다 유리하다. 우선 강북권 단지의 경우 재건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흠이다.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인해 재건축시 적용되는 용적률은 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2백50%를 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반면 재건축 사업의 기본이 되는 땅값은 강남과 강북 간의 격차가 매우 크다. 결국 재건축으로 인한 가격 상승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강남은 워낙 땅값이 비싸고 분양이 잘 돼 용적률이 낮아져도 투자 가치가 살아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모임인 바른재건축연합회에서는 지구단위 계획을 강남과 강북에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판교 등 한수 이남을 위주로 개발되는 택지개발정책 역시 강북권 주택시장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 이남에는 성남 판교를 비롯 용인 보정·영신지구·화성 신도시 등 10곳의 매머드급 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신혼부부 등 신규 내집마련 수요의 상당수가 입지여건이 좋고 공급물량이 많은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또 이들 지역은 서울 강남권과 연계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한수 이북에서는 파주·남양주·동두천 등에서 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은 서울 강북권과는 생활권이 다르다는 점이다. 때문에 서울 강북권의 신규 주택수요 창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거여건 개선도 강북권 주택시장의 걸림돌이다. 강북권의 경우 재개발 사업을 통해 그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주를 이뤘다. 민이 주도하는 재건축의 경우 사업성이 없다 보나 자연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전개된 것이다. 반면 도로 등 기반시설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이들 단지가 입주할 때에는 강남보다 더한 교통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한편 아파트값 상승 바람이 강남에 비해서 강북에 상대적으로 덜 불었다고는 하지만, 불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이에 따라 거품이 잔뜩 낀, 아파트값 호가가 서울 시내 전역에서 형성되었고,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이미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자칫 잘못하면, 아파트 부녀회가 담합해서 만든, 거품이 잔뜩 낀 ‘반상회 가격’에 속기 쉽다. 깜빡 속았다간 2천만∼3천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3월 서울 당산역 인근 모 현대아파트 32평을 깎고 깎아서 2억5백만원에 구입한 김모씨(46). 돈 1천만원 정도 깎아서 샀다고 희희락락하던 그는 얼마 전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험을 한다. 근처에는 이모씨는 같은 시기에 같은 평수 같은 평형아파트 1억8천만원에 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천5백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가격차이가 난 이유는 간단하다. 김모씨는 ‘부녀회가 담합한 가격’에 맞추어서 샀고, 이모씨는 ‘담합을 거부한 가격’에 샀기 때문이다. ‘반상회 가격’이 불러온 두번째 사례. 최근 대기업 임원인 김모씨(45)는 이사가려고 아파트를 내놓았다가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를 의뢰하고 며칠이 지나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자 급한 마음에 담합가격보다 2천만원 정도 낮는 가격에 내놓았다. 그러자 몇 시간도 안 지나 아파트 부녀 회원들의 전화공세가 시작됐다. “집을 그렇게 싼 값에 내놓으면 어떡하느냐”, “당신 때문에 남은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생각해 봤느냐”는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주민들이 힘을 합해 ‘아파트값 올려받기 운동’을 하는 데 왜 돕지 못할 망정 방해하느냐는 항의였다. 이처럼 아파트 가격담합이 요즘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지역은 물론 구로구 개봉동 등 외곽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아파트 가격은 반상회 가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본동 H아파트 입주민들은 공개적으로 나서 가격을 담합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 3월 초 회의를 열어 매매가 하한선을 정한 뒤 이 가격 이하로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 또 이같은 내용을 단지 내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공공하는 한편 아파트 내 방송 등을 통해 전 주민이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24평형은 1억6천만원, 32평형은 2억원 등 평형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뒤 인근 중개업소에도 이 가격 이하로 거래도 하지 말고 매물도 받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공개적인 가격담합을 벌이고 있다. 실제 이 아파트 시세는 부녀회에서 정한 가격보다 2천만∼3천만원 정도 낮다. 이 동네 김모 공인중개사는 “담합가격에 사는 산 사람만 바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 대책의 표적이 된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등 강남권 일대에서는 가격담합이 보편화 돼 있다. 강남구 대치동 N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J아파트 등 대부분의 단지에서 공공연히 가격담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할 헤프닝도 속출하고 있다. 잠실동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1천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아파트 매매 거래를 성사시키자는 홈페이지에 나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이후부터 부녀회에서 정한 시세 이하로 거래할 생각을 아예 꿈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개봉동의 한 중개업자 박모씨는 부녀회 임원과 말다툼까지 했다. 부녀회 임원이 중개업소를 방문, 정해진 가격 이하로 팔 경우 이곳에서 영업을 할 생각을 하지 말라며 ‘협박’한 것이다. 또 부녀회에서 정한 시세 이하로 매물을 내놓는 주민의 인적사항을 파악, 알려 달라는 엉뚱한 요구까지 덧붙였다. 이 중개업자는 그럴 수 없다고 항의했고, 이에 대해 부녀회 임원이 불법 부동산 거래를 놓고 박씨를 구청에 고발하겠다고 하자 심한 말다툼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자, 일부 아파트 주민은 부녀회 눈치를 피해 매물을 다른 지역 중개업소에 내놓거나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올려놓고 있다. ‘담합을 거부한 아파트’인 셈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어야 할 가격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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