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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의 ‘다보스 클럽’ 만들겠다

과학기술 분야의 ‘다보스 클럽’ 만들겠다

대덕클럽 신성철 회장
“저명한 기업인·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인 ‘다보스 포럼’도 따지고 보면 작은 도시의 소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모임을 하나쯤은 가질 때가 됐습니다 “ KAIST에 재직 중인 신성철 교수의 꿈은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씽크탱크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월 지천명(知天命·50)의 나이에 90여명의 중견과학자들이 참가하는 모임인 ‘대덕클럽’ 회장직을 맡으면서 그 꿈은 한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나 국내 주변상황은 여전 척박하다.연구원들의 사기는 10년 전부터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고, ‘내 자식은 과학기술자가 되는 것을 만류하겠다’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우선 과학기술분야만이라도 1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4월29일 대덕클럽이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토론회’를 연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였다.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룹이 없습니다. 장관이 1년을 못 버티고 관료들도 전문성이 없어 땜질식 정책이나 내놓고 있는 형편입니다. 과학자들은 자기 일인데도 무관심합니다.” 신교수는 한국과학기술계가 중병에 걸린 가장 큰 원인은 정책그룹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전 제시가 없다 보니 연구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이것이 학생들의 이공계 학과 기피 현상으로까지 연결됐다는 것이다. 신교수 자신은 ‘KAIST나노기술과학기술연구소(소장)’ ‘스핀정보물질연구단(단장)’ 등 굵직한 직책을 맡아 이른바 아쉬울 것이 없는 ‘잘 나가는’ 과학자였다. 이런 그가 대덕클럽을 맡게 된 것은 전임 한필순 회장(전 원자력연구소장)의 강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과학계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회복하는데 빨라야 10년 이상 걸립니다. 결국 20년 이상 우수 두뇌들이 과학기술계를 기피하게 되는 거지요.” 대덕클럽을 회장을 맡은 신교수가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은 클럽의 체질 바꾸기. 다양한 의견을 수렴, 과학기술계를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어야 씽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30∼40대 과학기술자와 벤처기업인들을 대덕클럽 이사진으로 끌어들였고, 연구소별로 두 명 이상의 중견과학자들을 추천받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 장관·연구소장 등 원로 과학인사들을 고문으로 영입, 대덕클럽 후원그룹으로 포진시켰다. 대통령 선거는 대덕클럽에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제대로된 청사진이 없었던 만큼 1만6천여명의 연구원들이 몰려 있는 대덕밸리에서 한국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담은 비전을 만들어낸다면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덕클럽은 이를 위해 ‘과학기술 선진화 위한 10대 전략과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자체 단체장 후보자·대통령 후보자 등을 초청, 과학정책 분야에 대한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대덕밸리에서 시작해서 한국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이를 국가정책으로까지 연결시키자는 것이다. 신교수는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이스트만 코닥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내다 89년부터 KA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불리는 초미세 영역자기성질 연구를 통해 기존의 플로피 디스크보다 1천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광자기 기록매체를 개발해 냈고, 관련 특허만 17개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마기스(Marguis)사가 발행하는 인명록 사전(Who’s Who in the World)에 수록되는 등 나노과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칩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학문적 부가가치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신교수가 대덕클럽을 한국의 과학계를 대표하는 씽크탱크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연말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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