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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엔론 유탄으로 비상 걸린 캐나다 파워렉스社

[캐나다]엔론 유탄으로 비상 걸린 캐나다 파워렉스社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BC주)는 미국에 매년 상당량의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전기 소비량의 60∼70%를 BC주에서 수입하여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BC주에는 주정부가 운영하는 BC하이드로(Hydro)라고 하는 전기회사가 있고, 그 산하에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전기의 도매 판매 및 수출을 담당하는 파워렉스(Powerex)라는 이름의 자회사가 있다. 파워렉스는 특히 지난 1997년부터 BC하이드로가 생산하는 전기의 대미 수출을 담당, 그동안 매년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BC하이드로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사상 유례없는 전력 부족난으로 단전사태가 벌어지는 등 난리를 치를 때 전기 값이 치솟아 떼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무려 3백83%나 증가한 54억 달러에 달했던 것도 캘리포니아 전력난 덕을 톡톡히 보았기 때문이다. 즉 캘리포니아 전력난은 메가와트당 47달러 하던 전기 값을 단숨에 2백27달러로 치솟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이 회사가 캘리포니아 지역 수출을 통해 실현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함으로써 전년의 30%보다 12%포인트 늘어난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전력난으로 이렇게 톡톡한 재미를 본 파워렉스가 얼마 전 파산한 미국의 거대 에너지 회사 엔론의 유탄을 맞아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FERC)가 그동안 엔론 사태를 조사해 오는 과정에서 엔론이 지난 2000년·2001년의 캘리포니아 전력난 때 전기 가격조작을 했고, 그 과정에 파워렉스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혐의로 이 회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도 이 회사를 전기 가격조작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파워렉스는 미국측의 이 같은 주장을 일단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파워렉스가 미국 엔론사에 전기를 도매로 판매한 것은 사실이나, 값을 조작하거나 엔론의 부정한 전기 판매전략에 동조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측은 또 일단 전기를 엔론사에 도매로 판매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공이 엔론사로 넘어가 있기 때문에 파워렉스는 도매 판매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전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식으로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FERC 및 미 법무부 조사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회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법조계나 재계에서 엔론사태를 보는 시각이 매우 강경한데다 조그마한 부정이라도 밝혀지면 이를 끝까지 추적해내겠다는 분위기여서 파워렉스에 대해서도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파워렉스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고, 만일 미국측의 주장대로 이 회사가 엔론사태에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이 회사 자체는 물론 모회사인 BC하이드로, 더 나아가 BC주 경제 전반에도 적지않은 파급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회사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전력난 때 캘리포니아주에 신용으로 판매한 5억 달러 규모의 전기 수출대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가격조작 혐의가 드러나면 이를 빌미삼아 어떻게든 이 돈을 갚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측은 현재 이 돈, 즉 외상매출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5억 달러 모두를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회사는 이미 이 중 일부 금액을 포기하고 장부에서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가격조작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이 회사가 입게 될 타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상매출금을 떼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게 한가지 있다. 그것은 미국측이 이 회사에 대해 대미 전기수출 허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가격조작 혐의를 계기로 이미 FERC가 파워렉스에 대해 지난 97년에 허가한 대미 전기수출 면허를 취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FERC는 파워렉스를 비롯하여 그동안 캘리포니아주에 전기를 판매해온 1백50개 전기판매 회사들을 상대로 어떻게 캘리포니아 전기 시장에 진출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소명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전기판매 회사들에 대한 FERC의 이 같은 소명 요구는 엔론이 캘리포니아에서 전기 값을 높게 조작하는 과정에 이들 판매 회사들이 결탁돼 있는지 여부를 캐기 위한 것이다. 엔론이 이 지역에서 전기판매 회사들과 공모하여 전기 공급 및 가격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한 상태에서 이제는 엔론사에 전기를 도매로 판매해온 전기 회사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FERC의 소명 요구를 받은 캐나다의 전기 회사는 파워렉스 외에도 트랜스알타·트랜스캐나다 파이프라인, 그리고 엔맥스 등 3개 회사가 더 있다. 그러나 이들 3개 회사는 이렇다 할 혐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단 캘리포니아에 전기를 수출한 회사라는 이유로 FERC의 소명 요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문제가 되는 회사는 파워렉스뿐인 셈이다. 만약 FERC 조사 결과 파워렉스의 대미 전기수출이 금지되면 BC하이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력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은 결국 이웃 나라 전기회사에까지 그 파편을 튕기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여진이 어디까지 미치게 될지 자못 궁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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