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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줌]내년 26조원 만기 집중 새 증권 발행도 검토를

[이코노 줌]내년 26조원 만기 집중 새 증권 발행도 검토를

올 한해 채권시장은 금융채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카드사·할부금융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금융채는 이미 72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가 절반에 가까운 3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은행채 발행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발행액에서 만기 도래분을 빼고 순수하게 늘어난 규모만 26조원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형태로 발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같은 기간 동안 회사채는 2조6천억원어치를 갚았고, 예보채는 2조2천억원 더 발행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규모다. 그렇다면 올해 은행들이 이처럼 채권발행을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대출이 예금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면서 부족해진 대출 재원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들의 원화 대출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어난 반면, 원화 예수금은 12% 증가에 그쳤다. 채권시장의 수급상황이 은행채 발행에 유리하게 전개된 측면도 있다. 채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으나, 채권 공급은 회사채와 특수채를 중심으로 크게 감소했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수요 우위의 수급상황이 전개되면서 예전에 비해 은행채 발행이 원활해졌다. BIS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 필요성도 높아졌다. 주택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도 따라 급증했고, BIS 자기자본 비율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그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채 만기가 내년에 집중되면서 그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채는 대부분 만기 1년 내지 2년의 단기채로 발행된다. 실제로 올해 발행된 은행채 가운데 74%가 만기 1년물이었다. 올해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내년에 대규모로 만기가 돌아온다. 2003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의 규모는 26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금까지 만기도래 규모가 가장 많았던 올해의 2배가 넘는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처리 방법은 차환용 채권을 발행, 만기를 연장하거나 아예 갚는 것이다. 문제는 차환이건 상환이건 어느 방법도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내년 중 채권 수급상황이 올해보다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은행의 비용 부담은 가중될 우려가 크다. 차환용 은행채 발행이 단기간에 집중될 경우 채권시장 수급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가계 부담이 급증할 위험성도 있다. 다음으로 은행들의 손익 구조가 고비용·고수익 구조로 바뀌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입장에서 은행채 발행은 예금과 비교해 조달비용이 매우 높은 자금조달 방법이다. 올해 은행들의 자금 조달비용과 자금 운용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은행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대출 이외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는 도리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대출로 운용하여 이익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예금으로 조달된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에 비하여 이익은 크게 줄어든다. 상황은 은행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와 같은 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력한 가계 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은행 차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 우량 중소기업 대출은 이미 포화 상태로 대출이 더 늘면 은행에 과도한 위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후순위채의 경우 이런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상환 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발행금리가 일반 금융채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기 집중과 수익성 악화에 대비, 은행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예금의 증가 속도를 고려해 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금의 유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예금금리를 내리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스스로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내년에 만기가 집중된 은행채의 차환과 상환 계획을 조기에 확정하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은행채 발행시에는 장기물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후순위채 발행의 대안으로서는 지난 11월에 도입된 신종자본증권(Hybrid Tier 1)의 발행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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