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벤처인들의 하모니
‘도레미파솔라시도’’아에이오우∼’ 매주 월요일 저녁 대덕문화과학센터 3층에 들어서면 우렁찬 발성 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대덕연구단지 합창단 단원들이 목소리를 다듬는 소리다. 검은 드레스를 보면 전문적인 합창단 같지만 사실은 대덕밸리 연구원과 연구원 가족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다.바쁜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뭉친 것은 주체할 수 없는 음악의 끼 때문. 단원들이 모이는 날이면 문화센터는 웃음꽃이 만발한다. 자발적인 모임의 특성이다. 합창단은 하모니가 생명. 정돈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합창단원은 모두들 지휘봉 아래 한 마음이 된다. 대덕연구단지 합창단이 창단한 지는 어언 17년. 표준과학연구원의 남성 중창그룹과 기계연구원 합창동아리가 의기 투합했다. 지난 1985년 6월 단지 음악이 좋아 뭉친 것이 지금의 대덕연구단지 합창단을 탄생시켰다. 지금은 과학자 가족을 비롯해 대덕밸리 벤처기업 사장, 대학 교수 등이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대덕밸리 19개 기관에서 소프라노 15명·알토 10명·테너 6명·베이스 6명·지원군 10여명 등 총 45명으로 구성됐다. 구성은 아마추어다. 하지만 그동안 공연한 경험과 실력을 볼 때 프로 빰치는 실력파. 이렇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지난 96년 12월. 서울 예술의 전당은 연구단지 합창단을 ‘프로’로 착각하고 ‘피가로의 결혼’ 대전 공연을 연구단지 합창단에게 텁썩 맡겨버렸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행사 관계자는 연구단지 합창단이 아마추어라는 사실에 어리둥절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순히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연구단지 합창단도 분위기에 밀려 진행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친 후 예술의 전당측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과학자들의 노래 실력에 감탄을 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이후 대덕연구단지 합창단에 ‘償복’이 터졌다. 지난 93년 열린 서울 88올림픽 기념 전국합창경연대회 강원충청지역 예선에서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본선대회에서 금상을 거머쥐는 등 수상소식이 잇따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홈커밍 데이 기념 공연 등 ‘대덕밸리 애경사 축하공연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합창단은 매년 정기연주회 1회와 3∼4회 정도는 초청공연으로 외부에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을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유럽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단무장을 맡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상봉씨는 “음악을 통해 대덕밸리인들이 좀 더 여유있는 삶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대덕밸리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음악이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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