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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전세 물량 매매가 하락의 전주곡?

쌓이는 전세 물량 매매가 하락의 전주곡?

서울.수도권 하반기 입주 물량이 상반기 보다 20%정도 많아 전세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매매값 못지않게 1년에 10% 이상 급등하던 서울과 수도권지역 아파트 전세금이 올 들어 약세다. 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장기화하고 있다. 매매가격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전세비율 역시 하락세를 지속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급등세의 주원인이었던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내년까지 신규 입주 물량이 풍부해 전세금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逆)전세난’ 장기화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의 주간 아파트 시세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의 경우 2∼3월 두 달가량 소폭의 ‘반짝’ 상승률을 보였을 뿐 나머지 기간엔 거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도권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연초에 비해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약세가 시작된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서울지역은 오히려 2% 정도 하락했다. 전세시장은 전셋집이 모자라던 몇년 전과 정반대의 양상이 벌어진다. 전세 물량은 늘지만 수요가 턱없이 달린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럭키공인의 박하순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10건 이상 전세거래를 했으나 올 들어서는 한 달에 한 건 성사시키기 힘들다”며 “주변 중개업소들에 30여건씩의 물량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전세비율도 예년의 60%대에서 크게 떨어져 50% 이하다. 전세금이 지난 4월 초순 이후 두 달 넘게 하락하는 서울에선 46% 선까지 하락했다. 역전세난의 원인으로 ▶공급 증가 ▶저금리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경기침체 등이 꼽힌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각각 26만여가구와 38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해 공급부족에 숨통을 틔웠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에 들어선 아파트는 1백5만2천4백가구로 2000년 말보다 9만5백가구 늘었다.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아파트 전세수요를 대체할 주택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지역 다세대 주택은 지난해 말 현재 34만8천5백여가구로 2년 전보다 52.7% 많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신규 입주량이 몇년간 쌓이면서 전세금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유례가 드문 매매값 폭등 때도 전세금 상승률은 이전보다 낮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금리도 전세 수요를 줄인다. 전세난이 심했던 지난 2000년의 경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10%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연 6% 선에서 빌릴 수 있다. 주택가격이 들썩일 경우 언제든 매매로 돌아설 매매 대기수요를 부풀려 놓고 있는 것이다. 김상태 신영에셋 상무는 “초저금리 체제가 오래 이어지면서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세입자가 급증했다”며 “이같은 금융 구조에서는 전세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잇단 정부의 강도 높은 아파트 매매값 안정대책이 전세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값이 내리면 전세금도 내릴 것으로 보고 전세 수요자들이 관망세다. 여기다 지난해 말 이후 이어온 경기 불안이 전세수요 위축을 가져왔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박사는 “전세금은 소득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경기침체로 소득이 불안해지면 평형을 넓히는 등 신규 전세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역전세난의 원인들이 계속 전세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세금 약세는 계속될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2001년과 2002년에 분양된 단지들이 올해와 내년까지 대거 입주대기하고 있다. 올해 서울 7만여가구, 수도권 6만8천여가구가 집들이를 하고 내년엔 각각 5만4천여가구와 8만5천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서울·수도권 하반기 입주 물량이 상반기보다 20% 정도 많아 전세물량 공급량은 더욱 늘어난다. 기존 아파트들 가운데서도 입주 짝수해를 맞는 단지들에서 전세계약이 끝나는 물량이 쏟아진다. 2001년 완공돼 올해 입주 2년을 맞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5만6천여가구이고 1999년 입주 물량은 8만4천여가구로 예년에 비해 15% 정도 많다. 재건축 등으로 헐리는 아파트도 있지만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가구 수는 꾸준히 늘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1백5만여가구로 지난해 초보다 4만가구 증가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등으로 인해 앞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까다로워져 헐리는 가구보다 새로 준공되는 가구 수가 훨씬 더 많게 된다. 또 아파트 전세수요를 대체할 주거형 오피스텔 등이 쏟아진다. 올해와 내년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여가구로 아파트 입주물량(28만가구)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 이어질듯 내년까지 2만여실의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경기도 고양시 소망공인의 김근영 사장은 “오피스텔은 같은 평형 아파트보다 전세금이 싼 곳이 많아 적지 않은 아파트 전세 수요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여 아파트 전세금은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물론 방학 이사철 등 계절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소폭 상승세도 예상되지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인 경우 서울 강남·송파구 등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전세금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다세대주택 등이 많이 들어섰고 서울시에서도 시기조정을 할 계획이어서 전세금 불안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에 있었던 송파구 잠실지구 재건축 이주로 인해 주변지역의 전세금이 잠시 들썩이는 데 그쳤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계절적·지역적으로 전세 수요가 늘더라도 거래가 활발해질 뿐 가격 오름세는 공급이 충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세비율 하락이 집값 하락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과거 전세금 상승률이 둔화하면 시차를 두고 매매값이 떨어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전국 주택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값 상승률보다 낮은 때는 90년과 97년, 2002년이다. 올해도 5월까지 전국 전세금 상승률(1.3%)이 매매값 상승률(3.7%)보다 낮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90년대 매매·전세금 추이를 분석해 보면 연간 전세금 상승률이 매매값 상승률보다 낮은 그 다음해엔 매매값이 빠졌다”며 “전세금이 일종의 매매값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0년 당시 전세금 상승률(16.76%)이 매매값 상승률(21.04%)을 밑돈 뒤 91년에는 매매값이 0.55% 빠졌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시세차익(자본이득)과 임대수익률이 결정한다”며 “전세금이 빠지면 임대수입이 낮아져 매매값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매값이 이상 급등하면서 4∼5년 뒤에 집을 마련할 수요자들까지 일시에 매입에 나서면서 잠재적인 매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도 매매값 상승이 쉽지 않은 이유다. 아파트 가격의 돌발변수인 재건축 단지 역시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과 후분양제 도입으로 투자 수익성이 낮아져 불씨가 많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의 내재가치인 전세금이 빠지면 매매값도 점차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엔 전세금과 매매값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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