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대변신’
첨단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대변신’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삼성SDI는 그냥 브라운관 회사였다. 지금은 PDP를 비롯해 휴대폰LCD ·유기EL ·2차전지 등을 양산하는 세계적인 디지털 ·모바일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리무진 버스 한 대가 강원도 산간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 중 서너 명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어 버스 안에선 백내장(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눈 질환의 일종)을 고치는 수술이 이뤄졌고,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시력을 되찾았다. 이 ‘움직이는 안과병원 버스’를 운행하는 곳은 보건소가 아니라 기업체다. 디스플레이(화면표시장치) 업체로 잘 알려진 삼성SDI(옛 삼성전관)는 8년째 전국 산간벽지와 섬마을을 돌며 백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시술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안시술을 받은 환자는 2,000명이 넘는다. 삼성SDI는 왜 하고 많은 사회활동 중 ‘눈’을 치료하는 사업을 택했을까. 이 개안사업을 주관하는 삼성SDI 인력개발팀 박영우 상무는 “처음엔 불우이웃에게 우리의 브라운관이 들어간 텔레비전을 보내주려 했었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텔레비전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이었다”고 말한다.
삼성SDI의 개안사업은 기업 홍보와도 직결된다. 회사 관계자는 “눈을 치료하는 사업을 벌이는 목적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눈’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사 디스플레이 제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순택(54) 사장은 “반도체가 사람의 ‘뇌’라면 디스플레이는 ‘눈’”이라며 “이미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세계 디지털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우리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다. 기술력 뿐 아니라 삼성SDI는 세계적인 IT 불황기였던 최근 3년 연속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냈다. 지난해 6조6,339억원의 매출을 올려 약 6,000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1970년 흑백 브라운관 메이커로 출발한 삼성SDI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냥 브라운관 업체였다. 지금은 아니다. 불과 4~5년 새 브라운관 업체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모바일 디스플레이 업체로 탈바꿈했다. 작게는 IMT-2000용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1인치급 유기EL(전계발광소자)에서부터 크게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70인치 PDP(벽걸이TV용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첨단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풀 컬러 유기EL을 개발한 것도 삼성SDI다. 디스플레이를 밝히는 2차전지도 대량생산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이미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휴대폰용 LCD(액정표시장치)는 세계 1위, 컬러 브라운관과 진공형광표시장치에선 세계 2위다. 김 사장은 “아직도 우리를 ‘삼성전관’이란 옛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99년 바뀐 사명만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실제로 지난해 LCD · 2차전지 ·PDP 부문 매출은 브라운관 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전체 매출 4조5,787억원 중 PDP · LCD · 2차전지에서 올린 매출이 2조3,13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주력 제품군이 디지털 쪽으로 바뀐 것이다. 김 사장은 “우리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트렌드를 미리 읽는 눈으로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 양산체제를 갖춰 시장을 선점했다”고 말한다. 눈(디스플레이)을 만들기 위한 눈(안목)을 가졌다는 얘기다.
삼성SDI의 가장 돋보이는 ‘눈’은 PDP다. 지난해 6만3,000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올 1분기에만 5만600대를 팔았다. PDP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출시 2년 만에 1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디지털방송과 홈시어터 시장은 갈수록 커졌고, 소비자들은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원했다. PDP 마케팅 팀장 김하철 상무는 “생산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올해 총 3,700억원을 투자해 월 6만5,000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PDP 제 2라인을 증설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SDI는 월 생산능력 10만5,000대의 세계 최대 PDP 생산업체가 된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의 5배가 넘는 35만대. 반대로 가장 작은 ‘눈’인 휴대폰용 LCD에선 세계 최고다. 지난해 점유율 24%를 차지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전자 등 세계 ‘빅3’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을 확실한 거래선으로 잡은 결과다. 휴대폰용 LCD 사업부의 신일용 상무는 “LCD가 2개씩 들어가는 듀얼 폴더 핸드폰 시장이 확대되는데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UFB-LCD(초고화질 액정표시장치)의 인기는 현재 급상승 중”이라고 말한다. UFB-LCD는 저소비전력과 고화질을 고루 갖춘 컬러 휴대폰용 액정화면이란 게 신 상무의 설명이다.
차세대 휴대폰 디스플레이인 유기EL은 삼성SDI의 ‘매직아이’다. 응답속도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보다 1만배 이상 빨라 화면을 바꾸어도 잔상이 생기지 않는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동영상 전송과 화상통화에서 빠른 응답속도를 요구하는 IMT-2000용 휴대폰이 상용화 되면 유기EL은 특수를 누리게 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풀 컬러 PM(수동형) 유기EL의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25만개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22배나 늘어난 560만개를 팔겠다는 목표다.
유기EL 사업부의 김재용 차장은 “우리는 일본 선발업체에 비해 약 3년 정도 늦게 유기EL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그들은 3~4색상의 컬러 PM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풀 컬러 PM 유기EL을 양산하는 곳은 우리뿐”이라고 말한다. 해상도를 높이고 화면을 넓히기 쉬운 AM(능동형)타입도 올해 안에 출시해 휴대폰 내부 창에도 유기EL을 적용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눈)를 밝히는 첨단 배터리인 2차전지는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후 흑자행진 중이다. 지난 3월엔 1,000억원을 넘게 투자해 2차전지 제 2공장을 짓고 월 생산능력을 1,410만셀로 전년의 2배 이상 늘려 산요 ·소니와 함께 세계 빅3에 진입했다. 2차전지 사업팀 안기훈 상무는 “2차전지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한 것은 그동안 지멘스갎P ·팜 ·삼성전자 등에 보내는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올해도 노키아 ·모토롤라 ·델 등 대형 휴대폰 ·노트북 PC업체에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세계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임원들을 대상으로 챔피언을 뽑는다. 종목은 ‘6시그마’다. 목표 점검 ·우수사례발표 ·아이디어 토론 등을 벌여 성과가 가장 좋은 임원에게 상을 준다. 3년째 계속 돼온 이 행사에 빠진 적이 없는 김 사장은 “우리는 96년 6시그마를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에도 원가절감 ·효율향상 ·국산화 · 공정개선 등 전 분야에서 6시그마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말한다. 97년엔 국내외 전 사업장에 수주 ·생산관리 ·판매물류 ·재무회계 등을 묶는 단일 전산망도 구축했다. 지명찬 재무담당 상무는 “2000년부터 월 단위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국내외 법인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분식회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렝겡(Lenggeng) 숲에 가면 ‘내셔널 삼성파크’(Samsung Park)라 불리는 공원이 있다.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 직원들이 황폐해진 렝겡 숲에 환경정화 활동을 벌였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삼성 이름을 따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현지 중심의 글로벌화를 추진한 결과다. 91년 현지법인을 세운 말레이시아는 삼성SDI의 첫 해외진출지다. 이후 삼성SDI는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며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국내 3개 사업장 외에도 중국(상하이 ·텐진 ·선전 ·등관) ·말레이시아 ·독일 ·헝가리 ·멕시코 ·브라질 등 6개국에 9개 해외사업장을 운영한다. 인력개발팀 박 상무는 “사회활동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실시한다”며 “2000년부터 조성한 ‘사랑의 빛’이란 펀드(8억원 규모)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펀드는 직원들이 복지기관에 후원금을 기부할 때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내는 선진국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따른 것이다.
김순택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취임한 87년 그룹 비서실에서 전자계열사 경영관리를 총괄했다. 당시 브라운관 ·반도체 ·LCD 등 첨단 디지털 사업의 씨를 뿌린 브레인이었다. 상대 출신인데도 전자업종에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된 것도 디지털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서다. 전문기술과 현장경영에 밝아 전문가들이 던지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엔지니어들을 당황케 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시를 한다.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무엇보다 먼저 눈을 본다. 틈만나면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눈을 부릅떠라! 당신도 세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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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 버스 한 대가 강원도 산간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 중 서너 명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어 버스 안에선 백내장(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눈 질환의 일종)을 고치는 수술이 이뤄졌고,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시력을 되찾았다. 이 ‘움직이는 안과병원 버스’를 운행하는 곳은 보건소가 아니라 기업체다. 디스플레이(화면표시장치) 업체로 잘 알려진 삼성SDI(옛 삼성전관)는 8년째 전국 산간벽지와 섬마을을 돌며 백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시술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안시술을 받은 환자는 2,000명이 넘는다. 삼성SDI는 왜 하고 많은 사회활동 중 ‘눈’을 치료하는 사업을 택했을까. 이 개안사업을 주관하는 삼성SDI 인력개발팀 박영우 상무는 “처음엔 불우이웃에게 우리의 브라운관이 들어간 텔레비전을 보내주려 했었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텔레비전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이었다”고 말한다.
삼성SDI의 개안사업은 기업 홍보와도 직결된다. 회사 관계자는 “눈을 치료하는 사업을 벌이는 목적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눈’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사 디스플레이 제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순택(54) 사장은 “반도체가 사람의 ‘뇌’라면 디스플레이는 ‘눈’”이라며 “이미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세계 디지털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우리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다. 기술력 뿐 아니라 삼성SDI는 세계적인 IT 불황기였던 최근 3년 연속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냈다. 지난해 6조6,339억원의 매출을 올려 약 6,000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1970년 흑백 브라운관 메이커로 출발한 삼성SDI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냥 브라운관 업체였다. 지금은 아니다. 불과 4~5년 새 브라운관 업체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모바일 디스플레이 업체로 탈바꿈했다. 작게는 IMT-2000용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1인치급 유기EL(전계발광소자)에서부터 크게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70인치 PDP(벽걸이TV용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첨단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풀 컬러 유기EL을 개발한 것도 삼성SDI다. 디스플레이를 밝히는 2차전지도 대량생산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도 이미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휴대폰용 LCD(액정표시장치)는 세계 1위, 컬러 브라운관과 진공형광표시장치에선 세계 2위다. 김 사장은 “아직도 우리를 ‘삼성전관’이란 옛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99년 바뀐 사명만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실제로 지난해 LCD · 2차전지 ·PDP 부문 매출은 브라운관 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전체 매출 4조5,787억원 중 PDP · LCD · 2차전지에서 올린 매출이 2조3,13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주력 제품군이 디지털 쪽으로 바뀐 것이다. 김 사장은 “우리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트렌드를 미리 읽는 눈으로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 양산체제를 갖춰 시장을 선점했다”고 말한다. 눈(디스플레이)을 만들기 위한 눈(안목)을 가졌다는 얘기다.
삼성SDI의 가장 돋보이는 ‘눈’은 PDP다. 지난해 6만3,000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올 1분기에만 5만600대를 팔았다. PDP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출시 2년 만에 1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디지털방송과 홈시어터 시장은 갈수록 커졌고, 소비자들은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원했다. PDP 마케팅 팀장 김하철 상무는 “생산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올해 총 3,700억원을 투자해 월 6만5,000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PDP 제 2라인을 증설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SDI는 월 생산능력 10만5,000대의 세계 최대 PDP 생산업체가 된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의 5배가 넘는 35만대. 반대로 가장 작은 ‘눈’인 휴대폰용 LCD에선 세계 최고다. 지난해 점유율 24%를 차지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전자 등 세계 ‘빅3’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을 확실한 거래선으로 잡은 결과다. 휴대폰용 LCD 사업부의 신일용 상무는 “LCD가 2개씩 들어가는 듀얼 폴더 핸드폰 시장이 확대되는데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UFB-LCD(초고화질 액정표시장치)의 인기는 현재 급상승 중”이라고 말한다. UFB-LCD는 저소비전력과 고화질을 고루 갖춘 컬러 휴대폰용 액정화면이란 게 신 상무의 설명이다.
차세대 휴대폰 디스플레이인 유기EL은 삼성SDI의 ‘매직아이’다. 응답속도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보다 1만배 이상 빨라 화면을 바꾸어도 잔상이 생기지 않는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동영상 전송과 화상통화에서 빠른 응답속도를 요구하는 IMT-2000용 휴대폰이 상용화 되면 유기EL은 특수를 누리게 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풀 컬러 PM(수동형) 유기EL의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25만개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22배나 늘어난 560만개를 팔겠다는 목표다.
유기EL 사업부의 김재용 차장은 “우리는 일본 선발업체에 비해 약 3년 정도 늦게 유기EL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그들은 3~4색상의 컬러 PM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풀 컬러 PM 유기EL을 양산하는 곳은 우리뿐”이라고 말한다. 해상도를 높이고 화면을 넓히기 쉬운 AM(능동형)타입도 올해 안에 출시해 휴대폰 내부 창에도 유기EL을 적용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눈)를 밝히는 첨단 배터리인 2차전지는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후 흑자행진 중이다. 지난 3월엔 1,000억원을 넘게 투자해 2차전지 제 2공장을 짓고 월 생산능력을 1,410만셀로 전년의 2배 이상 늘려 산요 ·소니와 함께 세계 빅3에 진입했다. 2차전지 사업팀 안기훈 상무는 “2차전지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한 것은 그동안 지멘스갎P ·팜 ·삼성전자 등에 보내는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올해도 노키아 ·모토롤라 ·델 등 대형 휴대폰 ·노트북 PC업체에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세계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임원들을 대상으로 챔피언을 뽑는다. 종목은 ‘6시그마’다. 목표 점검 ·우수사례발표 ·아이디어 토론 등을 벌여 성과가 가장 좋은 임원에게 상을 준다. 3년째 계속 돼온 이 행사에 빠진 적이 없는 김 사장은 “우리는 96년 6시그마를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에도 원가절감 ·효율향상 ·국산화 · 공정개선 등 전 분야에서 6시그마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말한다. 97년엔 국내외 전 사업장에 수주 ·생산관리 ·판매물류 ·재무회계 등을 묶는 단일 전산망도 구축했다. 지명찬 재무담당 상무는 “2000년부터 월 단위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국내외 법인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분식회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렝겡(Lenggeng) 숲에 가면 ‘내셔널 삼성파크’(Samsung Park)라 불리는 공원이 있다.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 직원들이 황폐해진 렝겡 숲에 환경정화 활동을 벌였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삼성 이름을 따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현지 중심의 글로벌화를 추진한 결과다. 91년 현지법인을 세운 말레이시아는 삼성SDI의 첫 해외진출지다. 이후 삼성SDI는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며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국내 3개 사업장 외에도 중국(상하이 ·텐진 ·선전 ·등관) ·말레이시아 ·독일 ·헝가리 ·멕시코 ·브라질 등 6개국에 9개 해외사업장을 운영한다. 인력개발팀 박 상무는 “사회활동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실시한다”며 “2000년부터 조성한 ‘사랑의 빛’이란 펀드(8억원 규모)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펀드는 직원들이 복지기관에 후원금을 기부할 때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내는 선진국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따른 것이다.
김순택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취임한 87년 그룹 비서실에서 전자계열사 경영관리를 총괄했다. 당시 브라운관 ·반도체 ·LCD 등 첨단 디지털 사업의 씨를 뿌린 브레인이었다. 상대 출신인데도 전자업종에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된 것도 디지털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서다. 전문기술과 현장경영에 밝아 전문가들이 던지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엔지니어들을 당황케 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시를 한다.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무엇보다 먼저 눈을 본다. 틈만나면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눈을 부릅떠라! 당신도 세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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