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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난 굿이어

펑크 난 굿이어

자동차 매출이 급증하고 경쟁사 파이어스톤은 리콜 후유증으로 허덕이는 판에 굿이어가 고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최고의 황금기가 굿이어(Goodyear Tire & Rubber)에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데다 최대 경쟁사인 파이어스톤은 타이어 결함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타이어업체인 굿이어는 황금기는커녕 바람 빠진 타이어 꼴을 하고 있다. 부채 증가와 시장점유율 감소 등 많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새 구조조정안까지 곧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7년 새 벌써 여섯번째 내놓는 자구책이다. 업계는 지난해 굿이어가 매출 140억 달러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굿이어의 주가는 20년 만에 최저치인 3.70달러선이다. 지난 2월 굿이어는 67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외부 요인 탓도 있었다. 3년간의 증시 침체로 연기금이 고갈돼 현재 20억 달러가 모자란데다 유가상승으로 원자재비는 계속 치솟는 실정이다. 그러나 굿이어가 사면초가에 놓인 이유는 자충수에서 비롯됐다.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현재 회장으로 있는 사미르 기바라(Samir Gibara ·63)의 공격적인 기업인수 ·성장정책이 문제였다.

1999년 기바라는 던롭 브랜드 등 스미토모(住友)고무공업의 북미겴??법인을 12억 4,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기바라는 당시 130억 달러였던 매출이 올해쯤 250억 달러로 늘어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스미토모 인수로 늘어난 매출은 10억 달러뿐이었다. 그 결과 굿이어의 재무상태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현금흐름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굿이어의 채권은 지난해 12월 3단계나 하향조정돼 정크 수준으로 전락했다.

타이어 판매상에게 밉보인 것도 좋지 않았다. 수익성 높은 교체타이어 시장의 60%를 주무르는 것이 판매업체다. 현재 굿이어 타이어 가운데 3분의 2를 판매상이, 나머지는 자동차 업체가 소화하고 있다.
외상매출금 처리에 부심하던 굿이어는 60일이던 판매상의 납금 기한을 30일로 줄였다. 재고부담 감축 조치 역시 주문량 납품에 문제를 일으켰다. 판매상들은 굿이어가 타이어 주문량의 60% 정도만 공급하는 바람에 소비자가 굿이어 제품을 찾아도 줄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타이어 업계의 평균 납품률은 80%다.

게다가 기바라는 월마트의 샘스 클럽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 굿이어 제품을 공급했다. 그 결과 소형 소매상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굿이어는 대형 판매업체에 대한 공급가를 대폭 인상했다. 굿이어의 판매상들이 가격인상에 발끈하면서 주문량은 대폭 줄었다. 판매상들이 진열대를 타사 제품으로 채운 것은 물론이다.

2000년 파이어스톤이 타이어 리콜을 단행할 당시 굿이어도 경영쇄신의 칼을 뽑아 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굿이어는 파이어스톤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 급급했다. 결국 생산일정에 차질이 생겨 판매상들의 주문량조차 채우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미국 교체타이어 시장에서 굿이어의 점유율은 2001년 소폭 높아졌다가 지난해에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15%에 그치고 있다.

굿이어의 새로운 회생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돼 온 생산직 근로자 1,200명에 대한 정리해고도 자구책의 일환이다. 과거 일련의 구조조정은 굿이어에 9억 8,500만 달러의 비용 지출과 직원 1만 9,800명 해고라는 상처를 안겨줬다. 올초 CEO에 오른 코닥 임원 출신 로버트 키건(Robert Keegan)이 회생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제너럴 일렉트릭 출신으로 굿이어의 화공사업 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조너선 리치는 북미 영업을 책임진다. 그에 대한 판매상들의 기대가 크다. 굿이어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정신(Sprit of America)’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새 비행선을 띄웠다. 브랜드 홍보용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말은 많고 행동이 뒤따라주지 않는 굿이어의 상징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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