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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무는 노무현 측근 비리 의혹

꼬리에 꼬리 무는 노무현 측근 비리 의혹

‘국민의 정부’ 시절 DJ 저격수 3인방 중 한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최근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내가 알고 있다고 한 이상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라는 단언이었다. 홍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격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이 SK로부터 받은 11억원이 ‘곁가지’에 불과하며 ‘본체’는 부산지역 건설업체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이라고 10월 16일 주장한 바 있다.

이 ‘본체’를 자신이 알고 있으므로 폭로하기 전에 검찰이 알아서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으면 낭패를 볼 것임을 은근히 압박하는 말이었다. 그는 이어 “이 정부는 정권이 아니라 온통 비리집단이며, 검찰은 (본체에 대해서도) 이미 수사를 끝낸 것으로 안다”고 말해 검찰이 최 전 비서관의 추가적인 비리 의혹을 밝혀내고서도 함구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최 전 비서관 비리와 관련해 검찰은 그가 지난해 12월 25일 서울의 모 호텔에서 부산지역 은행 간부 출신인 이영로씨 소개로 SK 손길승 회장을 만나 SK에 대한 지원 등 청탁과 함께 1억원짜리 CD 11장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의원은 SK가 아닌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뭉칫돈이 최 전 비서관에게 전달됐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같은 당 이원창 의원도 10월 17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당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측에 건네진 축하금 명목의 비자금이 5백억원에서 6백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금실 법무장관은 “소문 수준의 얘기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며 “최소한 국회에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측도 “아무리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상화된 정치공세쯤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홍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대선 직전 내가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에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노대통령 측근인 염동연·안희정씨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개입돼 있다고 했을 때 모두가 설마했다”며 “하나 불과 몇개월 못 가서 모든 게 사실로 드러났지 않느냐”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치권 주변과 정보계통에서는 노대통령의 동문·동향 인사들·측근들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지역 업체들과 현지의 노대통령 측근들이 관심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부산지역 건설업체들이 최 전 비서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언급한데다, 최 전 비서관 등 일부 부산상고 인사들이 비자금 수수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부산지역 업체로는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K사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이에 더해 지역에서 출발해 국내 정상급 패션업체로 성장한 (주)S사,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이영로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있는 N사 등도 부산지역에서 최 전 비서관을 비롯한 노대통령 캠프 사람들과 교분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S·D사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모회사 K회장의 경우 부산상공회의소 업무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한편으로 상당 기간 민주당 후원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나라당측으로부터 미움을 사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선 당일까지는 현지의 많은 기업들이 노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다 대선에서 막상 노대통령이 승리하자 급하게 ‘핫라인’을 찾게 됐고, 노대통령과 오랜 기간 고락을 같이해 온 최 전 비서관이 제격이었다는 설명이다.

SK 손길승 회장과 초등학교 동문인 이영로씨는 손회장과 최 전 비서관을 연결해준 인물로 검찰과 언론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부산상고 45회인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부산상고 총동창회 일을 하면서 부산상고 동문들을 중심으로 선거자금 모금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최 전 비서관 비리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검찰의 수사망이 자신을 향할 즈음인 9월 14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부산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SK 비자금을 수사 중이던 대검은 병원측에 공문을 보내 이씨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병원측은 의식이 반혼수·반혼미 상태여서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검찰 조사를 받기 어렵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정치권에서는 이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돼야 SK 비자금 의혹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며, 비자금의 사용처와 여권 핵심부로의 추가적인 유입 여부도 규명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밖에도 정치권에서는 노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비리설이 공공연히 흘러다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검찰의 SK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용처가 알려진 4억9천만원 외에 나머지 6억여원의 행방이다. 정치권에서는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을 정도면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SK 비자금의 일부가 흘러갔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함구하고 있으나 노대통령을 제외한 가장 민감한 인사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만일 최 전 비서관이 SK 비자금 외에 여타 기업으로부터도 ‘당선축하금’조로 돈을 받았고, 이중 상당수가 ‘평소의 관행’대로 처리됐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자금의 규모를 5백억원선으로까지 늘려 잡으며 노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자금의 흐름도와 무관치 않다.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이 관계된 농협 사기 대출 사건도 노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사기 대출 혐의로 고발된 김성래 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 (구속 중)이 농협 대출 경위와 전후 정황을 일일이 까발릴 경우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날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이 문제를 꾸준히 추적해 온 한나라당 김황식 의원측은 “김 전 부회장이 농협 대출 관련 자료의 공개 여부를 검토해왔으나 1심 판결이 10월 15일에서 11월로 연기되면서 김 전 부회장이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은 노대통령의 원외 측근인 L씨와 잘 알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신당 후보로도 오르내린 바 있다.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금품수수 의혹도 노대통령에게 상당한 짐이다. 김성래 전 부회장이 이실장에게 건네준 수표사본을 갖고 있다고 밝힌 이후 이실장의 ‘썬앤문’ 연루설이 그럴싸하게 나돌았다. 본인은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했으나 청와대 주변에서는 최근 들어 그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뒷말도 나왔다. 이실장은 10월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통합신당을 비롯한 제도권 정당은 이실장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포진한 주요 386인사들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는 등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정치권이 신 4당체제로 접어들면서 신당의 모 유력 인사가 일반 기업을 상대로 신당 운영자금과 총선 자금조로 수백억원의 모금에 나섰다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 퍼지기도 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이 인사는 “노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에 흠집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시피해서 온갖 음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내가 뭘 받았어야지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니냐”고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진위 여부를 떠나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을 둘러싼 비리설이 꼬리를 잇고 있다. 참여정부의 좌초를 바라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침소봉대한 결과일 수도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증권가에 나도는 전단에 근거없는 사실들이 많아 단속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검찰 내부 관계자들이나 여권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 봤느냐”며 실체는 소문과 다를지라도 개연성마저 부인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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