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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전의 4大 요인]위기감·도전의식 있어야 발전

[기업 발전의 4大 요인]위기감·도전의식 있어야 발전

일러스트:조경보


1. 사업영역 변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강한 동물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동물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의 법칙은 기업에게도 적용된다. 가장 잘 적응한 두 기업이 한국 재계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기업이다. 1930년대 정미소로 시작해 50년대 제일모직으로 ‘거부’(巨富) 소리를 들었다. 이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60년대 후반에는 삼성전자를 설립해 전자 사업에 진출했다. 50·60년대 많은 방직·모직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해 몰락한 것과 달리 삼성은 당시 산업의 흐름을 읽고 전자업에 나선 것이다. 70년대는 삼성 석유화학을 세웠고, 77년에는 한국 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후에도 삼성은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휴대폰·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LG 역시 삼성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동동구리무’로 표현되는 ‘럭키크림’으로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LG그룹은 비누·치약 등 생활용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당시 워낙 사업이 번창해 생활용품만으로도 떼돈을 벌 수 있었지만 LG 역시 50년대 후반 금성사를 세우면서 전자사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그 후 LG전선을 세워 전자사업의 영토를 넓혔고, 67년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를 설립해 정유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LG화학을 통해 플라스틱·정밀화학·화장품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은 정미소와 크림제조에서 시작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신을 거듭했다. 만약 이들이 모직이나 생활용품에 만족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으면 오늘의 한국 재계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삼성과 LG의 성장은 “오늘의 성장산업이 내일의 사양산업이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긴 결과다.

2. 경영 승계 쌍용·한일·진로·삼미·해태…. 2세 경영인들의 무모한 확대 경영으로 좌초한 기업들이다. 일부 재벌 2세들은 ‘황제 경영’만을 답습하다 그룹 해체라는 비운을 겪고 말았다. 현대그룹 역시 2세 승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위상이 급속히 추락했다. 2세 승계 이후 SK그룹 역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했지만 ‘수성보다 어려운 것이 경영 승계’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패한 2, 3세 기업인들이 보여준 공통점은 ‘공격경영’과 권위주의 파괴. ‘아버지의 그늘’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경영을 선포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가 부메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하면 삼성·LG·두산 등은 2세 승계를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이룬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 3세의 경영권 승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경영 유전자는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산을 물려줄 수는 있지만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영 승계는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것. 특히 2, 3세 경영이 실패했을 경우 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다. 어쨌든 재계의 경영 승계는 ‘핏줄’을 중시하는 문화가 이어지는 한 영원히 화두일 수밖에 없다. 삼성·현대차·롯데 등이 2, 3세 승계를 둘러싸고 홍역을 앓고 있다.

3. M&A 70·80년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동력을 바꿔 단 대표적인 기업이 SK그룹이다. 80년대 유공, 90년대 한국이동통신 등 굵직한 공기업 인수에 성공하면서 곧바로 5대 재벌에 진입했고, 알토란 같은 사업구조를 지닌 기업으로 부상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보수기업으로 꼽혔던 두산은 맥주·음료 등 소비재 위주의 계열사 구성만으로는 더 이상의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에서 구조조정에 나선다. 재계 최초의 연봉제,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와 소그룹 체제로의 정비가 이뤄졌다. 또 유휴 부동산과 한국코닥·네슬레·코카콜라 등 ‘알짜기업’을 과감히 처분했다. 그룹의 대표기업이었던 OB맥주 지분까지 팔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조조정의 대표 기업으로 두산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지난 2000년에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 ‘공격 경영’의 기치를 올렸다. 소비재 사업 위주에서 생산재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두산과 더불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확실히 변신한 기업은 한화다. 80년대 30대의 ‘젊은 총수’였던 김승연 회장은 경인에너지·경향신문 인수를 주도했으나 외환위기를 전후로 정유·베어링·기계 사업부문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지난해에는 생명보험 업계 2위인 대한생명을 인수, 한화증권·투신운용 등 기존 계열사와 함께 종합금융서비스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으론 유통·레저 부문에 집중 투자해 그룹의 간판을 금융과 레저 양대 축으로 바꿨다. 주력의 한 축이 된 한화국토개발 역시 ‘부동산 재벌’ 명성그룹 소유의 ㈜명성을 인수한 것이어서 주력계열사를 모두 M&A로 얻은 셈이다. 롯데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기업사냥 시장에 나선 케이스. 미도파·TGI프라이데이즈를 인수해 주력인 유통·식음료 부문을 강화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동양카드를 인수해 금융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4. 分家 및 전문화 현대차는 2000년 이후 가장 급격히 성장한 기업이다. 2000년 당시 35조원이었던 매출액이 불과 3년 만에 6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는 기아자동차 인수 등 요인도 있지만 분가로 인한 전문화와 집중력 강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엑센추어 코리아의 이원준 부사장도 “현대자동차·CJ·신세계 등 그룹에서 분리된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CEO가 경영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증명해 준다”고 지적했다. 그룹의 여러 사업 분야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업종만 전적으로 경영할 때 CEO의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것. 삼성에서 분리된 신세계와 CJ 역시 30대 기업에 진입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분가 전(96년) 1조7천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2년에는 7조6천억원으로 4배 이상 급성장했다. CJ도 분가 전(96년) 1조8천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액이 2002년에는 5조8천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에 속해 있을 때는 주력사업이 아니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필요할 경우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분가는 일종의 핵분열 역할을 하고 있다. 모그룹에서 주력이 아니거나 전력을 쏟지 못해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분가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 2001년 9월 동양그룹에서 분가한 오리온 그룹 역시 독자적인 그룹의 모습을 갖추면서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사업을 선택했다. 99년 제과 부문 매출액이 6천여억원이었지만 2002년 분가한 오리온 그룹은 제과 8천억, 엔터테인먼트 2천억으로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분가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새한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었고, 한솔 역시 통신 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다 지금은 그룹을 재정비하고 있는 단계다. 결국은 경영자의 능력이 좌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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