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기업: ‘아웃백스테이크’…“고객은 무조건 옳다”
화제기업: ‘아웃백스테이크’…“고객은 무조건 옳다”
‘진실의 순간’이 중요하다=“음료수 하나 하고 빨대 두 개 주세요.” 소비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업종에 근무하는 이들치고 이런 얌체 소비자들을 만나지 않은 경험이 없을 것이다. 리필을 해준다고 하면 여러 개의 빨대를 꼽은 음료수 잔을 당당하게 내민다. 누가 봐도 꼴불견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부분의 판매직원들은 태도가 달라진다. 퉁명스럽게 답하거나 거친 행동으로 얄미운 소비자들을 견제하곤 한다. 아웃백스테이크에도 물론 이런 고객들이 있다. 하지만 퉁명스럽게 응대하는 직원들은 없다. “고객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라”는 정사장의 철칙 덕분이다. 마음은 부글부글 끓어도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곳의 ‘법’이다. 고객은 무조건 옳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웃백에는 “고객이 원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No Rules, Just Right)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고객을 위해 옳다고 생각되는 것 외에 다른 규칙은 없다는 것이다. 보기 좋으라고 붙여놓은 게 아니다. 아웃백에서는 고객과 논쟁하는 것을 금기사항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잘못했더라도 무조건 보상해 준다. “우리 같은 유통업체들은 현장 판매직원이 고객과 어떻게 대면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른바 ‘진실의 순간’이죠. 이 진실의 순간에는 직원의 생각과 CEO의 생각이 같아야 합니다. 얄밉다고 째려보면 오지 말라고 발로 차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이러면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가 아니라 고스트 하우스(Ghost house)가 되고 맙니다.” 정사장은 “고객들의 불만을 조사해 보면 의외로 맛보다는 서비스 태도에 재방문이 결정된다”며 “급여를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고객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한다”고 말했다. 아웃백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파트타임이건 풀타임이건 구직자는 모두 180여 문항으로 이뤄진 인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서비스에 선천적으로 소질이 없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다. 여기에다 시간만 나면 서비스 교육을 시킨다. 서비스야말로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 정신에서 시작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의외의 소득도 가져오고 있다. 30·40대를 위해 만든 ‘한국형 메뉴’가 역수출되고 있는 것. 김치볶음밥을 응용한 ‘아델레이드 라이스’, 갈비구이를 약간 변형해 만든 ‘카카두 갈비 스테이크’는 미국·영국·일본 등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권한위임이 아니라 분권화다=국내 아웃백스테이크는 전국 8개 지역본부로 구성돼 여타 다른 회사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운영방식은 색다르다. 상하조직이라기보다는 거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 더 가깝다. 본사에서는 투자와 본부장에 대한 인사권만 갖고, 각 지역본부는 점포 입지 개발권에서 직원 인사권까지 갖고 독자적인 운영을 한다. 영업시간 조정과 가격 책정도 각자 소관에 속한다. 조직 단계도 간단하다. 사장-지역 본부장-점주-각 부문 매니저로 4단계 체제다. 정사장은 “경영은 결국 권한에 대한 시각에서 시작된다”며 “권한위임(empow erment)이라기보다는 분권화(decen tralization)”라고 설명했다. 직속상사가 100% 인사권을 갖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권한 위임을 통해 책임감을 심어주지만 부담만 지우는 책임감은 아니다. 두둑한 성과급으로 보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점주들의 연봉은 6,000만원에서 억대에 이르고 직원들의 연봉도 경쟁사들에 비해 50% 이상 높다. 기본급은 비슷하지만 성과급이 많은 까닭이다. 본사 조직이 단출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 매출액이 커지면 본사 조직이 비대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본사에는 16명만 근무한다(6월 초 현재). 현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사장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조직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회사 CEO의 고민은…=그렇다면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물론 있다. 정사장은 “2006년에 점포 100개를 오픈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때쯤 기업공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백의 지분 중 정사장의 지분은 20%가량 된다. “하지만 사실 지금 제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새로운 인재를 개발하는가에 있습니다. 기업은 결국 사람 비즈니스(People business)이거든요. CEO처럼 생각하고 CEO처럼 일할 사람이 많아지면 회사도 커지고 발전하는 게 아닐까요.” 정사장은 이런 이유에서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 또 모든 교육 과정과 프리젠테이션에 반드시 참석, 커뮤니케이션을 공유한다. 그가 권한 행사를 하는 3가지를 꼽으라면 투자와 자금, 그리고 인재개발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사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지저분한 것을 못보는 성격”이어서 청결에 관한 ‘권한’을 반드시 행사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정사장은 “아마 1년 된 점포도 10년 된 점포 같아야 하고, 10년 된 점포도 1년 된 점포 같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돈을 벌려면 돈을 넣어야(투자해야) 하잖아요.” 숫자로 보는 아웃백스테이크 1 1997년 1호점 개장 5 여자 점주 5명 배출(명) 46 6월21일 현재 점포 수(개) 2,888 6월 초 현제 아웃백 지원 수(명) 5,000 하루 가장 많이 팔린 고기량(인분) 39,857 음료 매출을 제외한 하루 최대 고객수(명) 4,600,000 2003년 연간 고객수(명) 7억9,000만 2004년 5월11일 올린 최고 매출액(원) 1,400억 2004년 예상 매출액(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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