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성차별 딛고 인도 '갑부' 반열에

성차별 딛고 인도 '갑부' 반열에

인도 여성 키란 마줌다르 쇼가 첨단 생명공학업체를 설립했을 때 그녀 밑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오늘날 그녀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다.

키란 마줌다르 쇼는 인도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 속에서 부를 일군 당당한 CEO다.

인도 카르나타카주의 방갈로르에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콘 인디아(Biocon India)가 있다. 지난 1985년 이 회사의 CEO 키란 마줌다르 쇼(Kiran Mazumdar-Shaw·51)는 3개월 동안 매일같이 성난 직원들 틈을 헤집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겁없는 행동이었다. 저학력 근로자들을 고용한 대가가 그런 식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줌다르 쇼는 직원들이 공산주의계열 노조에 가입하자 공장 자동화로 응수했다. 회사 밖에 모인 군중은 그녀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태웠다. 그러나 마줌다르 쇼는 “그들이 여성을 해치려 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들려줬다.

마줌다르 쇼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 이들은 여성의 사회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소규모 업체 바이오콘 인디아를 인도 굴지의 첨단 기업으로 일궈냈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지난 3월 말 만료된 2003회계연도에 매출 1억2,200만 달러, 순이익 3,05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마줌다르 쇼가 갖고 있는 지분 40%의 가치는 4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인도에서 돈이 가장 많은 여성인 셈이다.

마줌다르 쇼는 양조장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진보적인 중산층 집안 분위기 덕에 여느 인도 여성과 달리 일찍 정혼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방갈로르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호주로 건너가 발라라트대학에서 양조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75년 인도로 돌아온 그녀는 여기저기서 자신을 스카우트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접근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라는 말만 들었다.

2년 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린 끝에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특수화학업체 바이오콘 바이오케미컬스(Biocon Biochemicals)를 소유하고 있던 레슬리 오친클로스(Leslie Auchincloss)가 접근해온 것이다. 바이오콘은 인도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인도는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30%로 제한해 놓고 있었다. 오친클로스가 보기에 마줌다르 쇼야말로 이상적인 동업자였다. 그는 “마줌다르 쇼가 뛰어난 집중력과 성격도 강인해 어려움을 잘 타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자본금 1만 달러로 출범했다. 맥주·포도주·종이·사료·세제 제조용 효소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마줌다르 쇼의 사업은 처음부터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사무공간을 임차하는 데 수주일이 걸렸다. 건물주들이 그녀를 임차인으로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비서도 구할 수 없어 친구에게 비서로 일해달라고 간청했을 정도다. 은행에서는 그녀가 신청한 1만 달러의 신용대출을 거부했다. 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어느 금융인으로부터 겨우 빌릴 수 있었다. 마줌다르 쇼가 처음 고용한 남자 회계사는 다른 일자리가 생기자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원료 공급업체의 태도는 한 술 더 떴다. 남성 임원을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80년대 후반 바이오콘 인디아는 연간 순이익 100만 달러를 내는 짭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친클로스는 자신의 바이오콘 인디아 지분 30%를 가정용 소비재 제조업체 유니레버(Unilever)에 매각했다. 마줌다르 쇼는 지분 70%를 그대로 쥐고 있었지만, 유니레버의 지배 아래 울분을 삼켜야 할 때도 있었다. 그녀는 “어떤 조치를 취하려면 유니레버에 보고부터 한 뒤 다른 임원들과 만나야만 했다”고 투덜거렸다. 신진(Syngene)을 설립하고 난 뒤 다소나마 자율권이 생겼다. 신진은 제약회사의 의약품 초기 개발을 지원했다.

인도에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완화되자 유니레버는 마줌다르 쇼의 몫을 매입하려 들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97년 유니레버는 바이오콘 인디아 등 특수화학 사업부를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스(ICI)에 매각했다.

하지만 ICI는 의약품 연구에 관심이 없었다. 1년 뒤 ICI는 소규모 사업부문에 불과한 바이오콘 인디아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2년 동안 효소를 공급받는다는 조건 아래 제시한 값은 200만 달러였다. 마줌다르 쇼는 직물업체 임원이었던 남편 존 쇼(John Shaw)를 설득했다. 영국 런던의 저택을 팔아 바이오콘 인디아에 투자하라고 조른 것이다. 존은 현재 바이오콘 인디아의 국제 사업개발 책임자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자유의 몸이 된 마줌다르 쇼는 효소뿐만 아니라 인슐린 생산에도 진출했다. 전환점에 선 바이오콘 인디아는 네덜란드의 노보(Novo)가 독주해 온 인슐린 생산방식을 뒤집고 이미 갖고 있던 발효기술까지 활용했다. 거대 시장이 눈 앞에 놓여 있었다.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인도인이 3,2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마줌다르 쇼는 인슐린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의약품에도 손댔다. 나아가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자본도 필요했다. 그 즈음 이름이 꽤 알려진 덕에 어렵지 않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ICICI 벤처스에 지분 15%를 넘기는 대가로 300만 달러를, 이자 10~12%의 은행 대출로 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여기에 이익잉여금에서 300만 달러를 보탰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제 가운데 하나인 로바스태틴(lovastatin)의 특허가 2001년 만료된 뒤 인도 당국으로부터 로바스태틴 판매 허가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준비운동일 뿐이었다. 2001년 바이오콘 인디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국 내 로바스태틴 판매를 허가받은 최초의 인도 업체가 됐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미국에서 로바스태틴 일반 의약품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마줌다르 쇼는 카피의약품 부문의 스타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현재 바이오콘 인디아의 과학자 600명이 자체 특허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간 바이오콘 인디아의 신약 후보는 두 종이다. 머리와 목 부위의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단(單)클론 항체가 2단계 실험에, 재조합형 인슐린이 3단계 실험에 들어가 있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지난 4월 기업공개로 7,000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연간 1,600만 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 예산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에서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의 제약업체들은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제반 비용이 미국보다 80%나 적게 든다. 의약품 개발 및 임상실험 부문에서 미국겴??소재 7개 대형 제약업체와 맺은 제휴관계가 현재 바이오콘 인디아의 총매출 가운데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실시간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