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에 맞선 신개미 군단
기관투자가에 맞선 신개미 군단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김문석씨는 지난해 초 ‘종잣돈 5백만원으로 10억원 만들기’란 인터넷 카페의 주식동호회에 가입했다. 김씨가 이 카페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수익금을 은행 통장에 옮겨 넣어둔다는 방침 때문이다. 투자원금은 첫해 5백만원으로 시작한다. 월 10%의 수익을 내 은행 통장에 넣는다. 둘째 해는 그 한도가 1천만원, 셋째 해는 2천만원으로 올라간다.
그런 식으로 8년째 접어들면 10억원을 벌 수 있다고 카페를 개설한 우슬초(가명) 회장은 주장한다. ‘우슬초’씨는 “매월 10%의 이익을 8년 동안 꾸준히 낸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투자원금을 정해놓고 그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면 궁극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난 18년 동안 주식에 투자한 경험과 실적이 알려지면서 우슬초씨는 회원 1만3천명을 끌어모았다.
김씨가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또 다른 이유는 여기서 만난 투자자들이 사업가·공무원·직장인·학생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매주 많게는 50여명이 모여서 저녁도 먹고 전문가의 강의도 함께 듣는다. 회원들끼리 정보도 주고 받는다. 물론 서로 돈이 될 만한 정보는 숨기는 눈치였지만 거론되는 종목에 대해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때론 대박 종목이 무심결에 회원들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가가 올랐던 휴대폰 벨소리 업체 ‘다날’이란 코스닥 등록 기업이 그랬다. 다날은 한국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다. DMB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말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사업군중 하나다. 이를 계기로 DMB에 참여할 업체로 알려진 코스닥 등록 업체들이 올 초 대거 주가가 올라갔다. 다날의 주가는 1월에만 1백%가 올랐다. 김씨는 이미 12월 초 이 모임을 통해 정보를 듣고 투자한 터라 수익률이 2백%에 달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만 올라도 팔았겠지만 그는 아직도 갖고 있다.
그의 전략은 5∼6개월에 한번씩 사고 팔면서 그동안 투자할 회사를 찾는 것이다. 회사에서 공개한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 회사의 주력 제품이 국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은 커질 것인지 예측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탐구하는 회사 사장의 평판도 확인해 둔다. 99년 벤처 붐 때, 주식으로 떼돈을 번 벤처기업 오너들이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도덕적 비난을 받고 급기야 회사를 부도낸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여성 월간지, 경제 주간지는 물론 지하철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1천원짜리 타블로이드 신문까지 챙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뺨치는 분석력으로 무장하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김씨는 사실 한차례 주식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 95년부터 회사에서 인터넷 주식 거래에 매달렸다.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라가거나 떨어질 때는 컴퓨터 화면의 주식 시세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늘 때늦은 점심을 먹었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컴퓨터 앞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사 동기 3명과 함께 매일 뭘 살까 의논하고, 장이 끝나고 나면 담배를 피우며 그날 하루의 무용담을 서로 나누었다.
그러나 회사 생활과 주식 투자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상사 눈치보기도 힘들었지만 구조조정으로 명예 퇴직자가 생기고 이들이 맡았던 업무를 떠안다 보니 주식 거래에 매달릴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잦은 주식 매매로 이익은커녕 손실만 보았다. 마음 고생이 심해지자 2001년 봄 남은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났다. 계산해 보니 모두 4천만원을 밑졌다. “일 열심히 해서 연봉을 높이는 게 결국 이익”이라는 나름의 결론도 내렸다.
하지만 2002년부터 시작된 경기 부진으로 연봉이 올라가지 않자 그는 주식으로 한달에 3백만∼5백만원씩 벌던 때가 그리워졌다. 그렇다고 침체된 주식시장에 선뜻 뛰어들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인터넷 주식 투자 카페에 먼저 가입했다. 그곳에서 힘을 길러 주식 투자를 재개하기로 했던 것이다.
인터넷 주식동호회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음 포털에만 1백여개 이상의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월 20여만원을 받고 고급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문에 응해주는 30∼40명 규모의 소규모 폐쇄형 카페가 있는가 하면 모든 사람에게 공개돼 1만여명 이상의 회원을 갖고 있는 대형 카페도 있다. 대부분 카페 개설 시기는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과거 코스닥시장의 붐을 타고 증시에 들어왔던 개인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로 대부분 돈을 잃었다. 그러나 요즘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은 김씨처럼 인터넷 주식동호회를 통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기업을 분석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검증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식 투자에 성공한 전문가를 수소문해 오프라인 강의를 부탁하기도 한다. 막강한 정보를 갖춘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머니 게임’을 벌이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카페에 ‘작전사령실’을 설치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하면서 요즘 인터넷 주식동호회에 가입하는 개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인터넷 카페 ‘기관에 도전하는 개미 주식 투자’를 운영하는 정기준씨는 “카페의 신규 회원수 증가가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2백명의 신규 가입자가 들어와 현재 카페회원수가 1만2천명이 됐다”며 “이중 30대 후반 샐러리맨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99년과 2000년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를 떠받쳤던 샐러리맨 부대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며, 2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투자 노하우를 공유한다. 정씨는 회원들이 공유하는 정보에는 소비자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청 자료나 금리 동향, 기업신용평가회사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얻은 기업 신용 같은 정보들이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동향, 해외 증시의 변화 등도 인터넷 카페에서 공유된다. 회원들은 이런 정보를 투자에 참고하는 것이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박지문 과장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둔 30대 후반의 가장이다. 그는 올해 초 다시 주식 투자에 나섰다. 2000년 5천만원의 손실을 본 뒤 5년만이다. 올 1월 2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그는 “과거엔 종합주가지수가 5백에서 1천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요즘 지수는 9백선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으로 봐서 1천포인트를 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고 꿈에 부풀어 있다.
박과장도 인터넷 주식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는 지도 모르고 했던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동호회 모임을 통해 나름대로 분석한 종목에 투자해 6개월 이상 보유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 단기에 사고 팔기를 반복하다 아픈 경험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평가회사에 의뢰해 그가 매입할 회사의 신용등급도 확인해 두었다. 주가 수익률은 적더라도 우량 회사에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충남 아산에서 사는 주부 최영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월 20만원을 회비로 내는 인터넷 주식 투자자 모임에 가입했다. 카페를 개설한 회장과 여기서 활동하는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최씨를 비롯한 회원들에게 매매할 종목과 사고 파는 시점뿐 아니라 주식 투자의 기법을 전수해준다. 최씨는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간대에 카페 회원만 접속할 수 있는 채팅방에 접속한다. 이곳에서 그는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눈을 떼지 않는다. 최씨는 이 정도 회비로 좋은 종목을 소개받는다면 월 20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1천만원을 투자해 10%만 남아도 1백만원이 손에 들어온다는 생각에서다. 올 1월부터 코스닥 등록 기업 3곳에 투자해 벌써 투자원금의 두배를 수익으로 거둬들였다.
사실 최씨는 2001년부터 주식 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투자자금은 3백만∼5백만원 정도.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돈을 넣을 수 없었다. 그가 투자액을 3천만원으로 높인 것은 올 1월부터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얻은 정보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설마 주식시장까지 모른 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그가 투자자금을 늘린 또 다른 이유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정부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코스닥시장의 진입 규제도 완화하는 등 시장 부양 의지를 밝혔다. 최씨는 “코스닥시장이 뜨면서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올해는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터넷 주식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곳에서 얻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경제지를 보면서 투자할 회사를 물색해 둔다. 최근엔 자신이 직접 분석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주식을 샀다. 올해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최씨는 주식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식 투자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다. 주가가 올라가도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고, 내려가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목표치를 세우고 그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종잣돈 5백만원으로 10억원 만들기’ 회장 우슬초씨는 “주식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익을 본 사람의 비율은 0.2%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천명중 단 2명만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 작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는 주식 동호인 모임을 통해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이익은 꼬박꼬박 따로 남겨두는 투자자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개미 투자자들이 인터넷 동호회를 발판으로 기관투자가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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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8년째 접어들면 10억원을 벌 수 있다고 카페를 개설한 우슬초(가명) 회장은 주장한다. ‘우슬초’씨는 “매월 10%의 이익을 8년 동안 꾸준히 낸다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투자원금을 정해놓고 그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면 궁극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난 18년 동안 주식에 투자한 경험과 실적이 알려지면서 우슬초씨는 회원 1만3천명을 끌어모았다.
김씨가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또 다른 이유는 여기서 만난 투자자들이 사업가·공무원·직장인·학생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매주 많게는 50여명이 모여서 저녁도 먹고 전문가의 강의도 함께 듣는다. 회원들끼리 정보도 주고 받는다. 물론 서로 돈이 될 만한 정보는 숨기는 눈치였지만 거론되는 종목에 대해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때론 대박 종목이 무심결에 회원들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가가 올랐던 휴대폰 벨소리 업체 ‘다날’이란 코스닥 등록 기업이 그랬다. 다날은 한국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다. DMB 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말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사업군중 하나다. 이를 계기로 DMB에 참여할 업체로 알려진 코스닥 등록 업체들이 올 초 대거 주가가 올라갔다. 다날의 주가는 1월에만 1백%가 올랐다. 김씨는 이미 12월 초 이 모임을 통해 정보를 듣고 투자한 터라 수익률이 2백%에 달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만 올라도 팔았겠지만 그는 아직도 갖고 있다.
그의 전략은 5∼6개월에 한번씩 사고 팔면서 그동안 투자할 회사를 찾는 것이다. 회사에서 공개한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 회사의 주력 제품이 국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시장은 커질 것인지 예측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탐구하는 회사 사장의 평판도 확인해 둔다. 99년 벤처 붐 때, 주식으로 떼돈을 번 벤처기업 오너들이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도덕적 비난을 받고 급기야 회사를 부도낸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여성 월간지, 경제 주간지는 물론 지하철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1천원짜리 타블로이드 신문까지 챙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뺨치는 분석력으로 무장하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김씨는 사실 한차례 주식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 95년부터 회사에서 인터넷 주식 거래에 매달렸다.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라가거나 떨어질 때는 컴퓨터 화면의 주식 시세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늘 때늦은 점심을 먹었다. 주식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컴퓨터 앞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사 동기 3명과 함께 매일 뭘 살까 의논하고, 장이 끝나고 나면 담배를 피우며 그날 하루의 무용담을 서로 나누었다.
그러나 회사 생활과 주식 투자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상사 눈치보기도 힘들었지만 구조조정으로 명예 퇴직자가 생기고 이들이 맡았던 업무를 떠안다 보니 주식 거래에 매달릴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잦은 주식 매매로 이익은커녕 손실만 보았다. 마음 고생이 심해지자 2001년 봄 남은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났다. 계산해 보니 모두 4천만원을 밑졌다. “일 열심히 해서 연봉을 높이는 게 결국 이익”이라는 나름의 결론도 내렸다.
하지만 2002년부터 시작된 경기 부진으로 연봉이 올라가지 않자 그는 주식으로 한달에 3백만∼5백만원씩 벌던 때가 그리워졌다. 그렇다고 침체된 주식시장에 선뜻 뛰어들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인터넷 주식 투자 카페에 먼저 가입했다. 그곳에서 힘을 길러 주식 투자를 재개하기로 했던 것이다.
인터넷 주식동호회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음 포털에만 1백여개 이상의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월 20여만원을 받고 고급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문에 응해주는 30∼40명 규모의 소규모 폐쇄형 카페가 있는가 하면 모든 사람에게 공개돼 1만여명 이상의 회원을 갖고 있는 대형 카페도 있다. 대부분 카페 개설 시기는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과거 코스닥시장의 붐을 타고 증시에 들어왔던 개인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로 대부분 돈을 잃었다. 그러나 요즘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은 김씨처럼 인터넷 주식동호회를 통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기업을 분석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검증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식 투자에 성공한 전문가를 수소문해 오프라인 강의를 부탁하기도 한다. 막강한 정보를 갖춘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머니 게임’을 벌이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카페에 ‘작전사령실’을 설치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하면서 요즘 인터넷 주식동호회에 가입하는 개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인터넷 카페 ‘기관에 도전하는 개미 주식 투자’를 운영하는 정기준씨는 “카페의 신규 회원수 증가가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2백명의 신규 가입자가 들어와 현재 카페회원수가 1만2천명이 됐다”며 “이중 30대 후반 샐러리맨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99년과 2000년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를 떠받쳤던 샐러리맨 부대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며, 2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투자 노하우를 공유한다. 정씨는 회원들이 공유하는 정보에는 소비자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청 자료나 금리 동향, 기업신용평가회사의 유료 서비스를 통해 얻은 기업 신용 같은 정보들이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동향, 해외 증시의 변화 등도 인터넷 카페에서 공유된다. 회원들은 이런 정보를 투자에 참고하는 것이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박지문 과장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둔 30대 후반의 가장이다. 그는 올해 초 다시 주식 투자에 나섰다. 2000년 5천만원의 손실을 본 뒤 5년만이다. 올 1월 2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그는 “과거엔 종합주가지수가 5백에서 1천 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요즘 지수는 9백선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으로 봐서 1천포인트를 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고 꿈에 부풀어 있다.
박과장도 인터넷 주식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는 지도 모르고 했던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동호회 모임을 통해 나름대로 분석한 종목에 투자해 6개월 이상 보유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 단기에 사고 팔기를 반복하다 아픈 경험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평가회사에 의뢰해 그가 매입할 회사의 신용등급도 확인해 두었다. 주가 수익률은 적더라도 우량 회사에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충남 아산에서 사는 주부 최영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월 20만원을 회비로 내는 인터넷 주식 투자자 모임에 가입했다. 카페를 개설한 회장과 여기서 활동하는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최씨를 비롯한 회원들에게 매매할 종목과 사고 파는 시점뿐 아니라 주식 투자의 기법을 전수해준다. 최씨는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간대에 카페 회원만 접속할 수 있는 채팅방에 접속한다. 이곳에서 그는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눈을 떼지 않는다. 최씨는 이 정도 회비로 좋은 종목을 소개받는다면 월 20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1천만원을 투자해 10%만 남아도 1백만원이 손에 들어온다는 생각에서다. 올 1월부터 코스닥 등록 기업 3곳에 투자해 벌써 투자원금의 두배를 수익으로 거둬들였다.
사실 최씨는 2001년부터 주식 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투자자금은 3백만∼5백만원 정도. 돈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돈을 넣을 수 없었다. 그가 투자액을 3천만원으로 높인 것은 올 1월부터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얻은 정보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설마 주식시장까지 모른 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그가 투자자금을 늘린 또 다른 이유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정부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코스닥시장의 진입 규제도 완화하는 등 시장 부양 의지를 밝혔다. 최씨는 “코스닥시장이 뜨면서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올해는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터넷 주식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곳에서 얻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경제지를 보면서 투자할 회사를 물색해 둔다. 최근엔 자신이 직접 분석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주식을 샀다. 올해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최씨는 주식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식 투자는 나 혼자만의 싸움이다. 주가가 올라가도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고, 내려가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목표치를 세우고 그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종잣돈 5백만원으로 10억원 만들기’ 회장 우슬초씨는 “주식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익을 본 사람의 비율은 0.2%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천명중 단 2명만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 작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는 주식 동호인 모임을 통해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이익은 꼬박꼬박 따로 남겨두는 투자자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개미 투자자들이 인터넷 동호회를 발판으로 기관투자가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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