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본받아라 삼성 사람을 데려와라”
“삼성을 본받아라 삼성 사람을 데려와라”
동부그룹은 최근 동부정보기술 신임 사장에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를 영입했다. 김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전산담당 이사와 삼성SDS 시스템통합(SI)본부장을 거치는 등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동부그룹에는 김 사장처럼 삼성 출신이 많다. 그룹 임원 180여 명 가운데 삼성 출신이 무려 50여 명에 달한다. 삼성이 워낙 잘나가다 보니 삼성 출신 CEO 한두 명을 스카우트하는 그룹은 많다. 그러나 동부처럼 임원의 30%가량을 삼성 출신으로 채운 곳은 없다.
동부는 오래전부터 삼성 사람 스카우트를 통해 삼성의 경영 소프트웨어를 벤치마킹하는 데 열성이다. 여기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삼성을 바라보는 남다른 생각이 깔려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1960년대 중반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여행이 그를 사업가의 길로 인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을 둘러보며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라는 점을 느낀 그는 졸업 후 한국에서 기업을 해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업종이 건설업이었다. 건설은 공사만 잘 따면 착수금이 나오니 초기 자본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69년 초 강원도에서 자본금 2,500만원으로 미륭건설을 창업한 그는 70년대 초 중동 진출로 떼돈을 번다. 현대건설보다도 한 발 앞섰던 중동 진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울산석유화학 ·동진제강 ·한국자동차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해 오늘날 동부그룹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수 ·합병(M&A)으로만 기업을 키우다 보니 자신만의 경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제 동부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회장은 성공한 재계 총수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핵심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두 거물이 타계하면 이들 그룹은 모두 쇠약해질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 무렵 노쇠한 정주영 전 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자 현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갔고, 형제간 분쟁도 벌어졌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이병철 전 회장이 타계한 지 꽤 지났지만 외환위기도 훌륭히 극복하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자연히 김 회장의 관심은 삼성으로 쏠렸다. 김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에도 삼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고 있는 배경이 뭘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김 회장은 2000년 어느 날 장기제 동부그룹 금융담당 부회장에게 삼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인물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장 부회장이 이때 접촉한 삼성 비서실 인사는 이명환(현 (주)동부 부회장)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현대건설이 출자한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단 사장을 맡고 있었다. 장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44년생 동갑으로 서울대 상대 동기다. 장 부회장은 97년 한국은행 런던사무소 조사역을 거쳐 98년 동부그룹에 합류했지만 이 부회장은 67년 삼성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종합기획실장 ·삼성비서실 인사담당 임원 ·삼성데이타시스템 삼성SDS) 사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삼성에서 일한 인물이었다. 장 부회장은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막역한 사이였던 이 부회장을 만나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동부에 합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부회장은 95년 삼성에서 나와 효성을 거쳐 현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95년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소개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를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전자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 출신 CEO를 찾고 있던 고 정몽헌 회장을 만난다. 현대전자의 ‘글로벌 스타프로젝트(위성사업)’를 맡아달라는 정 회장의 거듭된 요청에 그는 삼성 비서실에 의견을 물었지만 비서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1~2년간 해외 유학을 한 뒤 현대로 오라는 제의까지 받았지만 그는 결국 현대행을 포기하고 효성그룹 동양폴리에스터 사장을 3년6개월 동안 맡았다. 하지만 정 회장과 이익치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그와 접촉했다. 결국 그는 99년 현대건설이 출자한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단 사장으로 옮기게 된다.
2001년 초 현대그룹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현대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있던 이 부회장을 만난 장 부회장은 삼성 출신 CEO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때 자신과 입사 동기이며 78년부터 90년까지 10여 년 이상 삼성 비서실장을 역임한 소병해 삼성 고문을 추천한다. 장 부회장은 소 고문을 접촉했으나 “내가 갈 자리가 아니다”는 대답을 들었다. 장 부회장은 다시 이 부회장에게 소 고문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하자 세 사람은 서울 근교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장 부회장이 소 고문에게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동부에 안착해줄 것을 요청하자 소 고문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그 자리는 이명환 당신이 갈 자리네”라며 즉석에서 이 부회장을 추천했다. 이에 김준기 회장이 2001년 5월 한 호텔에서 이 부회장과 저녁을 함께한 뒤 자정이 가깝도록 자신의 성장 과정, 동부그룹의 현 상황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설득했다. 결국 한 달 후 이 부회장이 동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이명환 부회장은 동부에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옮겨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의 성과급제는 물론 인재경영 ·자율경영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했다. 김홍기 사장과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전 삼성화재 부사장) 등 삼성 출신 고급 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준기 회장은 2002년 신년사에서 시스템 경영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은 높은 성과주의 경영과 자율경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성과중심주의 경영의 바탕이 먼저 정착돼야 자율경영 또한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앞서 간 그들이 주는 교훈입니다. 그러므로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성과의 극대화야말로 그 목적이요, 기본이념이 돼야 합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성과급제는 타사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성과를 내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제도로 정착 ·발전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각이나 행동이 성과중심주의에 맞도록 변화돼 새로운 문화로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복잡화 ·개방화하는 경영환경에서 확실하게 비교우위를 점하고 전문화겶兌걷??통해 끊임없이 성장 ·발전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의존하기보다 조직 구성원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고효율의 시스템 경영을 구축하고 가꾸어 가야 합니다.”
동부그룹은 지금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키려는 개혁작업이 한창이다. 변화를 백안시하던 임직원들도 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M&A로 동부그룹을 재계 10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김준기 회장은 이제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시스템을 삼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부유한 집안 출신이면서도 맨주먹으로 창업을 해야 했던 그는 ‘삼성 따라하기’가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묘목이 좋아도 동부그룹 내에 굳게 뿌리내리지 못하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김 회장이 주도하는 동부의 개혁작업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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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오래전부터 삼성 사람 스카우트를 통해 삼성의 경영 소프트웨어를 벤치마킹하는 데 열성이다. 여기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삼성을 바라보는 남다른 생각이 깔려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1960년대 중반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여행이 그를 사업가의 길로 인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을 둘러보며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라는 점을 느낀 그는 졸업 후 한국에서 기업을 해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업종이 건설업이었다. 건설은 공사만 잘 따면 착수금이 나오니 초기 자본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69년 초 강원도에서 자본금 2,500만원으로 미륭건설을 창업한 그는 70년대 초 중동 진출로 떼돈을 번다. 현대건설보다도 한 발 앞섰던 중동 진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울산석유화학 ·동진제강 ·한국자동차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해 오늘날 동부그룹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수 ·합병(M&A)으로만 기업을 키우다 보니 자신만의 경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제 동부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회장은 성공한 재계 총수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핵심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두 거물이 타계하면 이들 그룹은 모두 쇠약해질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 무렵 노쇠한 정주영 전 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자 현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갔고, 형제간 분쟁도 벌어졌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이병철 전 회장이 타계한 지 꽤 지났지만 외환위기도 훌륭히 극복하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자연히 김 회장의 관심은 삼성으로 쏠렸다. 김 회장은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에도 삼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고 있는 배경이 뭘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김 회장은 2000년 어느 날 장기제 동부그룹 금융담당 부회장에게 삼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인물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장 부회장이 이때 접촉한 삼성 비서실 인사는 이명환(현 (주)동부 부회장)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현대건설이 출자한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단 사장을 맡고 있었다. 장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44년생 동갑으로 서울대 상대 동기다. 장 부회장은 97년 한국은행 런던사무소 조사역을 거쳐 98년 동부그룹에 합류했지만 이 부회장은 67년 삼성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종합기획실장 ·삼성비서실 인사담당 임원 ·삼성데이타시스템 삼성SDS) 사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삼성에서 일한 인물이었다. 장 부회장은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막역한 사이였던 이 부회장을 만나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동부에 합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부회장은 95년 삼성에서 나와 효성을 거쳐 현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95년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소개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를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전자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삼성 출신 CEO를 찾고 있던 고 정몽헌 회장을 만난다. 현대전자의 ‘글로벌 스타프로젝트(위성사업)’를 맡아달라는 정 회장의 거듭된 요청에 그는 삼성 비서실에 의견을 물었지만 비서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1~2년간 해외 유학을 한 뒤 현대로 오라는 제의까지 받았지만 그는 결국 현대행을 포기하고 효성그룹 동양폴리에스터 사장을 3년6개월 동안 맡았다. 하지만 정 회장과 이익치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그와 접촉했다. 결국 그는 99년 현대건설이 출자한 인천국제공항철도사업단 사장으로 옮기게 된다.
2001년 초 현대그룹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현대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있던 이 부회장을 만난 장 부회장은 삼성 출신 CEO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때 자신과 입사 동기이며 78년부터 90년까지 10여 년 이상 삼성 비서실장을 역임한 소병해 삼성 고문을 추천한다. 장 부회장은 소 고문을 접촉했으나 “내가 갈 자리가 아니다”는 대답을 들었다. 장 부회장은 다시 이 부회장에게 소 고문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하자 세 사람은 서울 근교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장 부회장이 소 고문에게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동부에 안착해줄 것을 요청하자 소 고문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그 자리는 이명환 당신이 갈 자리네”라며 즉석에서 이 부회장을 추천했다. 이에 김준기 회장이 2001년 5월 한 호텔에서 이 부회장과 저녁을 함께한 뒤 자정이 가깝도록 자신의 성장 과정, 동부그룹의 현 상황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설득했다. 결국 한 달 후 이 부회장이 동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이명환 부회장은 동부에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옮겨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의 성과급제는 물론 인재경영 ·자율경영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했다. 김홍기 사장과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전 삼성화재 부사장) 등 삼성 출신 고급 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준기 회장은 2002년 신년사에서 시스템 경영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은 높은 성과주의 경영과 자율경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성과중심주의 경영의 바탕이 먼저 정착돼야 자율경영 또한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앞서 간 그들이 주는 교훈입니다. 그러므로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성과의 극대화야말로 그 목적이요, 기본이념이 돼야 합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성과급제는 타사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성과를 내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제도로 정착 ·발전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각이나 행동이 성과중심주의에 맞도록 변화돼 새로운 문화로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복잡화 ·개방화하는 경영환경에서 확실하게 비교우위를 점하고 전문화겶兌걷??통해 끊임없이 성장 ·발전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의존하기보다 조직 구성원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고효율의 시스템 경영을 구축하고 가꾸어 가야 합니다.”
동부그룹은 지금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키려는 개혁작업이 한창이다. 변화를 백안시하던 임직원들도 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M&A로 동부그룹을 재계 10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김준기 회장은 이제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시스템을 삼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부유한 집안 출신이면서도 맨주먹으로 창업을 해야 했던 그는 ‘삼성 따라하기’가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묘목이 좋아도 동부그룹 내에 굳게 뿌리내리지 못하면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김 회장이 주도하는 동부의 개혁작업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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