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할리우 드와 극장 풍속도
2015년의 할리우 드와 극장 풍속도
Coming to a Theater Near You
할리우드가 관객 때문에 걱정이다. 수십 년 전부터 주말만 되면 관객이 복합상영관에 들르게 마련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솔직히 말해 그 발길이 좀 뜸해졌다. 지난해 흥행수입은 거의 8% 줄었으며 올 여름 매표구 수입은 전년 대비 약 10% 떨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오게 마련인 사소한 일시적 쇠퇴라 보고, 어떤 이는 극장의 사망을 알리는 전주곡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할리우드는 관객을 되찾고 싶어한다. 따라서 관객들이 까다롭게 나갈수록 할리우드는 그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게 된다. 뉴스위크는 영화계에서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종사자 몇 사람에게 10년 뒤의 영화산업과 극장 풍속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물었다. 2015년 여름은 훨씬 더 썰렁할 전망이다.
우선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10년 뒤에는 우리가 영화를 개봉하면 관객은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할 수 있다”고 소니 픽처스 디지털의 예어 랜도 부회장은 말했다. 개봉 당일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을 보려고 아이들을 차에 태울 필요 없이 텔레비전으로 내려받으면 된다는 말이다. “ ‘그린 에그 & 햄’(Green Eggs and Ham: 유명한 어학교재)과 같은 상황이 된다”고 랜도는 말했다.
“극장에서 보시나요? 댁에서 보시나요? 차에서 보시나요? 비행기에서 보시나요?” 1975년 이후 매표구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았다. 당시 약 60억 달러였고 지금은 약 90억 달러가 됐다. 한편 안방극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30년 전에는 전무했으나 지금은 280억 달러로 성장, 극장 수입의 세 배가 넘는다. “그 추세가 계속되리라고 본다”고 20세기 폭스의 모회사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피터 처닌 사장은 말했다. “사람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영화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력적이다.
텔레비전·케이블·비디오·주문형 비디오·DVD 등등 이 모두가 영화가 살아 숨 쉴 시장을 추가로 개발했다.” 다시는 극장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DVD는 영화의 종말을 뜻할지 모른다”고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을 감독한 낸시 마이어스는 말했다. “구입한 DVD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경우 입소문 듣고 관객이 올 일이 있나? 극장에 가는 기본 이유는 다른 데서는 보지 못하는 무엇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 마이어스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과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다. 나는 그것이 싫다. ”
극장주들 역시 올 여름에는 약간 실망했지만, 많은 관객이 모여 대형 화면으로 대작을 보는 재미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낄 일은 없다고 거의 모두 비슷하게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극장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티보”라고 연말에 개봉 예정인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의 제작자 루시 피셔는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고 싶어하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리스에 다녀왔는데, 옛날 원형극장에 앉아보니 오늘날의 극장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방극장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기 때문에 진짜 극장은 좀 더 근사하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복합상영관은 연예오락 전문몰이나 미니 테마파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신기술 덕분에 조만간 스포츠 행사와 연주회의 입체 생방송이 가능해질 테니 앞으로 청소년들은 스크린2로 콜드플레이(록밴드)를 보고 아버지는 스크린5로 수퍼보울 경기를 보게 된다. “극장 안에서도 가지가 갈라져 한쪽에는 커피점이, 다른 쪽에는 술집에 들어설지 모른다”고 안슈츠 필름그룹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웨일은 말했다. 그 밖의 아이디어로는 식당, 육아시설, 극장 좌석 예약제, 별도의 성인 전용층, 위성을 통한 감독과의 질의응답 등이 있다.
극장의 입장에서는 적을 포용하는 쪽이 차라리 득이 된다. “극장에서 DVD를 팔아도 된다”고 온라인 DVD 대여 전문사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방금 본 영화가 재미있으면 DVD를 사들고 극장 문을 나서게 해준다. 록 콘서트가 끝난 뒤 앨범이나 티셔츠를 사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싫은 사람은 안 사면 그만이다. 미국 최대의 극장 체인 리걸 시네마스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L 캠벨은 이런 발상 가운데 상당수가 먹힌다고 보지만(예컨대 리걸은 이미 콘서트와 스포츠 행사를 보여준다) 어떤 발상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DVD나 다른 영화 관련 상품의 판매는 이미 실험해 봤으나 제대로 팔린 영화는 ‘라이언킹’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캠벨은 말했다. “경상비를 뽑아낼 만큼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극장에서 트위즐러스(사탕 상표)와 함께 두부버거나 유기농 샐러드를 파는 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꿈 깨시라. “주스와 머핀, 생수와 커피도 갖다 놓았다. 그러나 영업이 끝나고 보면 팝콘과 청량음료가 여전히 총매상의 80%를 차지한다. 변화의 기미가 안 보인다”고 캠벨은 말했다.
좀 더 본격적이고, 좀 더 중요한 질문은 2015년의 영화는 과연 지금보다 나아지겠느냐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그렇다. 10년 안으로 모든 영화의 상영은 디지털화된다고 캠벨은 내다봤다. 컴퓨터 효과와 음향기술의 추가 발전에 따라 영화의 감각적 측면은 엄청나게 발달한다. 그러나 줄거리 전달이 더 나아질까? 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는 줄곧 치솟다가 지난해 6360만 달러를 고비로 안정됐으나 평균 마케팅 비용은 편당 3000만 달러가 더 든다.
따라서 할리우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영화 제작비가 워낙 비싸 이윤을 뽑으려면 많은 관객이 들어와야 하나 영화는 전부 그게 그거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관객이 외면한다. “영화가 만인의 마음을 사려고 들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컬럼비아 영화사의 에이미 파스칼 회장은 말했다. “최고의 영화는 특정적이고 개성적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는 몇 해 전 같으면 히트작이 됐겠지만 올 여름에는 실패작이다. “할리우드가 늘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지난해 뉴 마켓을 통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개봉했으며 지금은 픽처하우스를 운영하는 밥 버니는 말했다. “모두들 새것을 찾지만 동시에 지난주나 지난해에 통했던 새것을 찾는다.”
그 문제가 고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 경제 모델의 진정한 붕괴를 목격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미녀 3총사’의 감독 McG(본명은 조셉 매긴티 미첼)는 말했다.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광고에 반해서 극장에 가 영화를 봤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에 ‘그 영화 개판’이라고 영화평을 올린다. 개봉 첫날 오후면 이미 그 사실이 알려진다. 영화사들은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본다.” 형편없는 영화를 홍보하느라 돈을 물 쓰듯 하지 말고 말이다.
영화업계에서 요즘 최고의 화제작은 ‘펭귄: 위대한 모험’(March of the Penguins)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벌써 1200만 달러를 벌었으며 열기가 식을 기미가 없다. “틈새시장을 노리기는 했다”고 제작자 피셔는 말했다. “그러나 박애정신과 감정이 담겼다.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을 찾는다. 그런 낙천주의가 마음에 든다.”
할리우드는 가족 관객의 미래에 낙관한다. “오래전부터 가족 관객이 업계의 최고 카드였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패러마운트 영화사의 신임회장 브래드 그레이는 말했다.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특대작과 올 여름의 ‘판타스틱4’(Fantastic Four) 같은 만화영화 히트작 덕분에 영화사들은 상당수의 영화에 대해 PG(부모 지도 要)나 PG-13(13세 이하 부모 지도 要) 등급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컬럼비아의 파스칼은 그렇다고 해서 2015년에는 흠 잡을 데 없는 영화만 만들어진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R 등급(17세 이하 부모 지도 要)을 받은 ‘웨딩 크래셔스’(Wedding Crashers)에는 어떤 여자가 빈스 본의 성기를 손으로 주물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 중에는 지팡이 든 노인,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노인, 틀니 낀 노인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재미있어 했다”고 파스칼은 말했다.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앞으로는 청소년이 지금보다 줄고 우리 같은 노인네가 많아진다.”
미국 인구의 인종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차세대 영화스타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고 아카데미상을 탄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말했다. “그들은 배우들의 독창성만을 원하기 때문에 모험에 도전하는 배우들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는 미래를 오로지 가능성의 세계로만 본다. DVD는 국제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고, 중국 진출의 길이 열리면 영화사는 돈더미에 묻히게 된다는 논리다. “우리가 여태 꾼 꿈보다 훨씬 더 크다”고 실버는 말했다.
“우리는 할리우드의 새 황금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설 영화사의 론 마이어 사장 역시 앞날을 꽤 밝게 본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최고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지 못할 때 관객들은 오지 않으며,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휴대전화가 꺼졌다. 그는 다시 전화해 덧붙였다. “휴대전화만 고칠 줄 안다면 우리는 모두 억만장자가 된다.”
With DEVIN GORDON
최한림 parasol1@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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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관객 때문에 걱정이다. 수십 년 전부터 주말만 되면 관객이 복합상영관에 들르게 마련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솔직히 말해 그 발길이 좀 뜸해졌다. 지난해 흥행수입은 거의 8% 줄었으며 올 여름 매표구 수입은 전년 대비 약 10% 떨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오게 마련인 사소한 일시적 쇠퇴라 보고, 어떤 이는 극장의 사망을 알리는 전주곡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할리우드는 관객을 되찾고 싶어한다. 따라서 관객들이 까다롭게 나갈수록 할리우드는 그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게 된다. 뉴스위크는 영화계에서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종사자 몇 사람에게 10년 뒤의 영화산업과 극장 풍속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물었다. 2015년 여름은 훨씬 더 썰렁할 전망이다.
우선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10년 뒤에는 우리가 영화를 개봉하면 관객은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할 수 있다”고 소니 픽처스 디지털의 예어 랜도 부회장은 말했다. 개봉 당일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을 보려고 아이들을 차에 태울 필요 없이 텔레비전으로 내려받으면 된다는 말이다. “ ‘그린 에그 & 햄’(Green Eggs and Ham: 유명한 어학교재)과 같은 상황이 된다”고 랜도는 말했다.
“극장에서 보시나요? 댁에서 보시나요? 차에서 보시나요? 비행기에서 보시나요?” 1975년 이후 매표구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았다. 당시 약 60억 달러였고 지금은 약 90억 달러가 됐다. 한편 안방극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30년 전에는 전무했으나 지금은 280억 달러로 성장, 극장 수입의 세 배가 넘는다. “그 추세가 계속되리라고 본다”고 20세기 폭스의 모회사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피터 처닌 사장은 말했다. “사람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영화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력적이다.
텔레비전·케이블·비디오·주문형 비디오·DVD 등등 이 모두가 영화가 살아 숨 쉴 시장을 추가로 개발했다.” 다시는 극장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DVD는 영화의 종말을 뜻할지 모른다”고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을 감독한 낸시 마이어스는 말했다. “구입한 DVD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경우 입소문 듣고 관객이 올 일이 있나? 극장에 가는 기본 이유는 다른 데서는 보지 못하는 무엇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 마이어스는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과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다. 나는 그것이 싫다. ”
극장주들 역시 올 여름에는 약간 실망했지만, 많은 관객이 모여 대형 화면으로 대작을 보는 재미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낄 일은 없다고 거의 모두 비슷하게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극장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티보”라고 연말에 개봉 예정인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의 제작자 루시 피셔는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고 싶어하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리스에 다녀왔는데, 옛날 원형극장에 앉아보니 오늘날의 극장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방극장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기 때문에 진짜 극장은 좀 더 근사하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복합상영관은 연예오락 전문몰이나 미니 테마파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신기술 덕분에 조만간 스포츠 행사와 연주회의 입체 생방송이 가능해질 테니 앞으로 청소년들은 스크린2로 콜드플레이(록밴드)를 보고 아버지는 스크린5로 수퍼보울 경기를 보게 된다. “극장 안에서도 가지가 갈라져 한쪽에는 커피점이, 다른 쪽에는 술집에 들어설지 모른다”고 안슈츠 필름그룹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웨일은 말했다. 그 밖의 아이디어로는 식당, 육아시설, 극장 좌석 예약제, 별도의 성인 전용층, 위성을 통한 감독과의 질의응답 등이 있다.
극장의 입장에서는 적을 포용하는 쪽이 차라리 득이 된다. “극장에서 DVD를 팔아도 된다”고 온라인 DVD 대여 전문사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방금 본 영화가 재미있으면 DVD를 사들고 극장 문을 나서게 해준다. 록 콘서트가 끝난 뒤 앨범이나 티셔츠를 사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싫은 사람은 안 사면 그만이다. 미국 최대의 극장 체인 리걸 시네마스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L 캠벨은 이런 발상 가운데 상당수가 먹힌다고 보지만(예컨대 리걸은 이미 콘서트와 스포츠 행사를 보여준다) 어떤 발상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DVD나 다른 영화 관련 상품의 판매는 이미 실험해 봤으나 제대로 팔린 영화는 ‘라이언킹’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캠벨은 말했다. “경상비를 뽑아낼 만큼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극장에서 트위즐러스(사탕 상표)와 함께 두부버거나 유기농 샐러드를 파는 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꿈 깨시라. “주스와 머핀, 생수와 커피도 갖다 놓았다. 그러나 영업이 끝나고 보면 팝콘과 청량음료가 여전히 총매상의 80%를 차지한다. 변화의 기미가 안 보인다”고 캠벨은 말했다.
좀 더 본격적이고, 좀 더 중요한 질문은 2015년의 영화는 과연 지금보다 나아지겠느냐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그렇다. 10년 안으로 모든 영화의 상영은 디지털화된다고 캠벨은 내다봤다. 컴퓨터 효과와 음향기술의 추가 발전에 따라 영화의 감각적 측면은 엄청나게 발달한다. 그러나 줄거리 전달이 더 나아질까? 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는 줄곧 치솟다가 지난해 6360만 달러를 고비로 안정됐으나 평균 마케팅 비용은 편당 3000만 달러가 더 든다.
따라서 할리우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영화 제작비가 워낙 비싸 이윤을 뽑으려면 많은 관객이 들어와야 하나 영화는 전부 그게 그거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관객이 외면한다. “영화가 만인의 마음을 사려고 들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컬럼비아 영화사의 에이미 파스칼 회장은 말했다. “최고의 영화는 특정적이고 개성적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는 몇 해 전 같으면 히트작이 됐겠지만 올 여름에는 실패작이다. “할리우드가 늘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지난해 뉴 마켓을 통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개봉했으며 지금은 픽처하우스를 운영하는 밥 버니는 말했다. “모두들 새것을 찾지만 동시에 지난주나 지난해에 통했던 새것을 찾는다.”
그 문제가 고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 경제 모델의 진정한 붕괴를 목격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미녀 3총사’의 감독 McG(본명은 조셉 매긴티 미첼)는 말했다.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광고에 반해서 극장에 가 영화를 봤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에 ‘그 영화 개판’이라고 영화평을 올린다. 개봉 첫날 오후면 이미 그 사실이 알려진다. 영화사들은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본다.” 형편없는 영화를 홍보하느라 돈을 물 쓰듯 하지 말고 말이다.
영화업계에서 요즘 최고의 화제작은 ‘펭귄: 위대한 모험’(March of the Penguins)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벌써 1200만 달러를 벌었으며 열기가 식을 기미가 없다. “틈새시장을 노리기는 했다”고 제작자 피셔는 말했다. “그러나 박애정신과 감정이 담겼다.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을 찾는다. 그런 낙천주의가 마음에 든다.”
할리우드는 가족 관객의 미래에 낙관한다. “오래전부터 가족 관객이 업계의 최고 카드였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패러마운트 영화사의 신임회장 브래드 그레이는 말했다.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특대작과 올 여름의 ‘판타스틱4’(Fantastic Four) 같은 만화영화 히트작 덕분에 영화사들은 상당수의 영화에 대해 PG(부모 지도 要)나 PG-13(13세 이하 부모 지도 要) 등급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컬럼비아의 파스칼은 그렇다고 해서 2015년에는 흠 잡을 데 없는 영화만 만들어진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R 등급(17세 이하 부모 지도 要)을 받은 ‘웨딩 크래셔스’(Wedding Crashers)에는 어떤 여자가 빈스 본의 성기를 손으로 주물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 중에는 지팡이 든 노인,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노인, 틀니 낀 노인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재미있어 했다”고 파스칼은 말했다.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앞으로는 청소년이 지금보다 줄고 우리 같은 노인네가 많아진다.”
미국 인구의 인종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차세대 영화스타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고 아카데미상을 탄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말했다. “그들은 배우들의 독창성만을 원하기 때문에 모험에 도전하는 배우들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는 미래를 오로지 가능성의 세계로만 본다. DVD는 국제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고, 중국 진출의 길이 열리면 영화사는 돈더미에 묻히게 된다는 논리다. “우리가 여태 꾼 꿈보다 훨씬 더 크다”고 실버는 말했다.
“우리는 할리우드의 새 황금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설 영화사의 론 마이어 사장 역시 앞날을 꽤 밝게 본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최고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지 못할 때 관객들은 오지 않으며,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휴대전화가 꺼졌다. 그는 다시 전화해 덧붙였다. “휴대전화만 고칠 줄 안다면 우리는 모두 억만장자가 된다.”
With DEVIN G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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