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미군의 포로 고문 진실 밝힌다

미군의 포로 고문 진실 밝힌다

Truth About Torture

이언 피시백(26) 미 육군 대위는 한마디로 용감한 사람이다. 어쩌면 정신이 나갔다 싶을 정도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피시백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한 차례씩 파견됐다. 그것만 갖고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최고 상관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피시백은 한 달 전 이라크에서 포로 신문 중 조직적인 학대 행위가 있었으며, 미 국방부가 진상을 감추고 있다는 주장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로 귀환했다. 피시백은 현재 특수군 훈련의 일환으로 한 달간 숲에 들어가 소단위 부대 전술훈련을 하는 중이다. 이 훈련이 끝나면 다시 한번 해외에 나가 조국을 위해 싸우고 싶어한다.

혼자서 외롭게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피시백의 용기가 보상을 받는 듯하다. 뉴욕의 인권단체이며 피시백의 이야기를 처음 폭로한 휴먼 라이츠 워치의 마크 걸래스코는 피시백을 보고 용기를 얻어 “점점 더 많은 군인들이 학대 증언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이 최근 퇴역한 시카고의 군사 전문가 앤서니 래거러니스다. 래거러니스는 이라크에서 포로 학대 행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으며, 그것도 포로들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장교들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는 피시백의 주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우리의 포로 신문 정책이 학대를 하도록 돼 있다”고 래거러니스는 말했다. “변태적일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자행됐다. 망치에 맞아 두 발이 으깨진 포로들도 봤다. 한 포로는 내게 해병대원들이 자기를 강제로 뜨거운 엔진 배기관 위에 앉혔다며 증거로 소프트볼 크기만 하게 난 물집을 보여 줬다. 나는 주로 가벼운 고문을 사용했다. 잠 안 재우기, 독방 감금, 힘든 자세 만들기, 저체온증 만들기 등이었다. 우리는 개도 동원했다.”

피시백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이라는 헌신적이고 강력한 후원자도 얻게 됐다. 매케인 의원은 피시백 대위의 이야기가 “오늘날 군에서 일어나는 일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피시백의 이야기는 이라크전 수행을 둘러싸고 매케인과 럼즈펠드 사이에 벌어진 오랜 불화의 핵심 증거물이 됐다. 뉴스위크가 입수한 장문의 대(對)의회 서신에 따르면 피시백은 매케인과 다른 여러 의원들에게 2004년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사건이 터진 뒤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의회 증언에서 진상을 정확하게 털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사진들에 찍힌 가혹 행위 대부분을 일부 못된 병사가 야간근무 중 저지른 비행으로 돌렸다. 그러나 피시백은 그것이 실제로는 “내가 미국의 정책이라고 간주하는 것과 실제로 부합했다”고 말했다. 피시백은 2004년 5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제네바 협정을 준수한다는 럼즈펠드 장관의 의회 증언을 전해들은 뒤 이렇게 썼다. “그 말을 듣자 즉시 미 육군이 의회에 거짓말을 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분명한 헌법 위반이다.”

자신이 목격한 바로는 포로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있었다고 피시백은 적었다. 좌절감을 느낀 피시백은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분명한 답을 얻기 위해 17개월 동안 뛰어다녔다. 자기 상관, 육군 법무관, 심지어 웨스트포인트의 철학교수 대니얼 주펀 대령에게도 물어봤다. 그러나 답을 얻지 못했다고 피시백은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피시백은 성경 공부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 동료 장교들과 자기 성찰의 토론도 해 봤다. 마지막으로 휴먼 라이츠 워치를 찾아가 지침을 구했다.

매케인 의원도 피시백과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의 포로 신문 정책에 분명한 기준이 없다는 생각에 점점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됐다. 본인이 베트남에서 전쟁 포로로 고문당한 바 있는 매케인은 현재 새 국방비 세출 예산안의 부칙으로 제출한 수정안을 두고 행정부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 수정안이 통과되면 포로 신문실에서 어떤 행위기 허용되는지 분명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단순명료한 문장으로 작성된 두 쪽 반 분량의 수정안은 “국적이나 구금 장소에 관계없이”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수치심을 안겨 주는 행위를 금한다. 아울러 그런 행위를 미국 헌법에서 금지하는 다른 행위들과 똑같이 규정한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은 지난달 90 대 9로 매케인 수정안을 통과시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했다.

부시 행정부는 일관되게 포로 학대가 미국의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부시 대통령은 매케인 수정안이 포함될 경우, 국방비 세출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으로 포로를 다룰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지난주 딕 체니 부통령은 포터 고스 CIA 국장을 대동하고 매케인을 만나 CIA의 활동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하려 했다.

매케인은 한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구금 장소에 관계없이”라는 조항의 삭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호된 사설을 통해 체니를 “고문 부통령”이라고 불렀다. 체니의 대변인 리 앤 맥브라이드는 부통령이 매케인 의원과 만난 데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제니퍼 다이크 CIA 대변인도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포로들에 대한 거친 행위를 정당화한 2002년 8월 메모를 작성한 전직 법무부 관리 존 유는 지난주 테러범들이 “제네바 협정에 의거해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미국 행정부가 해외에서는 이들을 계속 특별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자들(군 내부에도 많다)은 유를 비롯한 행정부 매파들이 미국의 제네바 협정 준수 의무가 적이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매케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은 적들의 행동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관한 문제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적들과 구분하는 가치다.” 해외 수용시설에서 행해지는 학대 행위를 사실상 허용하는 법안을 추가로 만들면 이는 행정부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매케인은 밝혔다.

“수정안의 표현 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매케인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만약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표현을 완화시킨다면 분명히 말하건대, 별도 법안을 다시 낼 것이다. 내일이라도 90표는 모을 수 있다.” 국방부 최고위층에서조차 매케인 수정안에 대한 행정부의 반대 입장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있다. “체니 부통령의 입장에 군도 놀랐다”고 한 국방부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1년 반에 걸쳐 아부그라이브 추문을 떨쳐내기 위해 애썼다. 국방부는 포로 학대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으레 미군들에게 내린 처벌 건수만 나열한다. 구금형, 강등, 기타 재판에 회부하지 않은 징계 등을 합쳐 총 230건에 이른다.

그러나 아부 그라이브 사건 이후 고위 장교나 민간인 관리가 기소당한 경우가 없다는 점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교들 사이에서도 고위급에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의 철학교수 주펀 대령도 아프가니스탄 파견 시 유사한 가혹 행위에 대해 들었을 때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는데 그건 나의 잘못이다. 야전 장교로서 본인이 그걸 문제 삼지 않으면서, 사병들에게 어떻게 그런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할 수 있겠나?”

미군은 피시백을 외톨이 반항아로 몰고 가려 한다. 폴 보이스 육군 대변인은 육군범죄수사단이 피시백 대위의 주장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보이스는 피시백이 쓴 장문의 서신에 대해 “장황한 말의 나열”이라고 일축하고, 럼즈펠드 장관의 진실성과 관련해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육군 내부 문건에서 피시백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했다.

민권단체 아메리칸 시빌 리버티스에 제소당한 뒤 국방부가 지난 9월 공개한 서류에서 군이 시인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학대 행위가 자행됐음을 보여 주는 2004년 7월의 군 감찰감 보고서가 확인됐다. 그중 한 문건에 포로들에게 힘든 자세를 취하게 한 다음 물을 붓는 방법은 제4보병사단 내 “모든 신문관이 사용한 듯하다”는 한 육군 하사관의 증언이 들어 있다.
피시백은 얼마 전 포트 브래그 숲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더 이상 언론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미국의 가치에 부합되는 분명한 기준이 마련되기 바란다는 점만 말하겠다.” 피시백이 일으킨 회오리바람의 위력으로 미뤄 볼 때 언젠가는 그 기준이 마련될 듯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실시간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