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올해의 CEO] 해외 노리는 펀드시대 기수
[2005 올해의 CEO] 해외 노리는 펀드시대 기수
국내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시대를 활짝 연 박현주 회장은 올해 적립식 펀드 못지않은 유명세를 탔다. 창업 8년 만에 미래에셋을 어엿한 투자전문그룹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그는 이미 세계 무대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습니다.” 11월 11일 오전 서울 마포의 미래에셋생명 빌딩에서 만난 박현주(47) 미래에셋 회장은 농담 아닌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이 말한 ‘콩밭’은 미래에셋이 지난 2월에 세운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운용사를 가리킨다. 그가 해외에서 돈을 버는 국내 첫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던진 승부수다. 국내에 간접투자 시대를 활짝 열며 펀드 투자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그가 내건 다음 목표다. 미래에셋이 2001년 2월 14일에 내놓은 인디펜던스와 5개월 뒤인 7월 6일에 선보인 디스커버리 펀드는 누적 수익률 320%를 훌쩍 넘기며 개인이 주식을 직접 사고 팔기보다 믿을 만한 펀드에 몇 년 묻어둬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출시 4년이 지난 두 펀드에 지금도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올해 국내 투자자에게 3조원을 벌어줬지만 외국인은 60조원가량을 챙겼다”며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돈을 벌고 있지만 금융의 경우 외국 자본에 잔칫상만 차려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까닭에 박 회장은 요즘도 한 달의 절반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머물지만 나라 밖에서 미래에셋 이름으로 펀드를 굴려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미래에셋은 올해 들어 싱가포르와 홍콩 현지 법인에서 자체 브랜드로 아·태펀드와 중국펀드, 인도펀드 등을 내놓으며 5,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펀드 오브 펀드’로는 외국인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생각에서다. 이들 펀드로 지난 6개월 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12개 나라에 투자해 8~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호조에 힘입어 브릭스펀드와 수수료가 싼 글로벌 인덱스펀드를 내년 초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트랙 레코드(수익률 기록)가 어느 정도 나오면 미국 등으로도 투자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는 박 회장은 “내년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더욱 많이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국내 부문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등에게 맡기고 자신은 큰 그림만 조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강력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1년에 유지비만 100억~2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운용사의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스카우트하고 있지만 고급 인력 20여 명을 더 뽑기 위해 현지 법인에 백지수표를 줬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인도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욕심도 있다. 해외 사업과 맞물려 박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밑그림은 미래에셋을 투자전문그룹으로 키우는 일이다. 박 회장이 1주일에 2, 3일은 여의도 미래에셋빌딩이 아닌 마포의 미래에셋생명으로 나가는 이유도 그래서다. 미래에셋생명(옛 SK생명)을 안정권에 올려놔야 증권과 자산운용, 보험의 세 축을 중심으로 투자전문그룹을 만든다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의 자금줄은 펀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펀드 자금도 단기 성향이 짙다. 투자전문그룹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불완전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보험업의 장기 자금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그가 2년 전 SK투신을 사들인 것도 SK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고리를 만들려는 포석이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장기 자금을 유치해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더구나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기존 사업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미래에셋생명과 더불어 투자은행(IB) 업무까지 무대를 넓힌 미래에셋증권, 주식형 펀드 중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형 펀드 비중이 큰 미래에셋투신운용, 그리고 부동산 펀드 등 파생상품 전문인 맵스자산운용, 해외 운용법인 등의 골격은 투자전문그룹으로 손색이 없다. 박 회장은 “큰 흐름을 보면 부동산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래에셋 말고도 투자전문그룹이 더 나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투자형 상품을 많이 내놔야 한다”고 투자그룹 구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12월 말까지 미래에셋생명의 기본 전략과 구조 개편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증권·자산운용·보험을 잇는 투자 상품과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법인영업과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국내에도 투자형 보험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보험산업 역시 큰 틀에서 자산운용산업으로 보고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갈 때가 아니면 대부분 생명빌딩에 머무르며 직원을 교육하고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SK생명을 인수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변액보험 시장에서 벌써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에서 정상권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박 회장은 사업 첫해인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직후 외환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98년 말 내놓은 국내 첫 뮤추얼펀드 ‘박현주 펀드’는 약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 말에 내놓은 ‘박현주 2호’ 펀드는 벤처 거품이 꺼지고 증시가 급락한 탓에 청산할 당시 마이너스 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로선 충격적인 일이었다. 다만 당시 원금은 까먹었지만 종합주가지수 하락률(45%)보다는 덜 떨어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선방한 펀드이기도 했다. 그는 “1년 만기의 폐쇄형 펀드라 어쩔 수 없이 청산했지만 나중에 개방형 펀드에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적용해 큰 수익을 냈고, 당시 쓴 경험이 현재 9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하는 약이 된 듯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사가 커질수록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며 “앞으로 10년간 300억원을 들여 100여 명의 인재를 키울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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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습니다.” 11월 11일 오전 서울 마포의 미래에셋생명 빌딩에서 만난 박현주(47) 미래에셋 회장은 농담 아닌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이 말한 ‘콩밭’은 미래에셋이 지난 2월에 세운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운용사를 가리킨다. 그가 해외에서 돈을 버는 국내 첫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던진 승부수다. 국내에 간접투자 시대를 활짝 열며 펀드 투자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그가 내건 다음 목표다. 미래에셋이 2001년 2월 14일에 내놓은 인디펜던스와 5개월 뒤인 7월 6일에 선보인 디스커버리 펀드는 누적 수익률 320%를 훌쩍 넘기며 개인이 주식을 직접 사고 팔기보다 믿을 만한 펀드에 몇 년 묻어둬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출시 4년이 지난 두 펀드에 지금도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올해 국내 투자자에게 3조원을 벌어줬지만 외국인은 60조원가량을 챙겼다”며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돈을 벌고 있지만 금융의 경우 외국 자본에 잔칫상만 차려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까닭에 박 회장은 요즘도 한 달의 절반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머물지만 나라 밖에서 미래에셋 이름으로 펀드를 굴려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미래에셋은 올해 들어 싱가포르와 홍콩 현지 법인에서 자체 브랜드로 아·태펀드와 중국펀드, 인도펀드 등을 내놓으며 5,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펀드 오브 펀드’로는 외국인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생각에서다. 이들 펀드로 지난 6개월 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12개 나라에 투자해 8~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호조에 힘입어 브릭스펀드와 수수료가 싼 글로벌 인덱스펀드를 내년 초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트랙 레코드(수익률 기록)가 어느 정도 나오면 미국 등으로도 투자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는 박 회장은 “내년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더욱 많이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국내 부문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등에게 맡기고 자신은 큰 그림만 조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강력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1년에 유지비만 100억~2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운용사의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스카우트하고 있지만 고급 인력 20여 명을 더 뽑기 위해 현지 법인에 백지수표를 줬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인도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욕심도 있다. 해외 사업과 맞물려 박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밑그림은 미래에셋을 투자전문그룹으로 키우는 일이다. 박 회장이 1주일에 2, 3일은 여의도 미래에셋빌딩이 아닌 마포의 미래에셋생명으로 나가는 이유도 그래서다. 미래에셋생명(옛 SK생명)을 안정권에 올려놔야 증권과 자산운용, 보험의 세 축을 중심으로 투자전문그룹을 만든다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의 자금줄은 펀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펀드 자금도 단기 성향이 짙다. 투자전문그룹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불완전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보험업의 장기 자금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그가 2년 전 SK투신을 사들인 것도 SK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고리를 만들려는 포석이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장기 자금을 유치해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더구나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기존 사업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미래에셋생명과 더불어 투자은행(IB) 업무까지 무대를 넓힌 미래에셋증권, 주식형 펀드 중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형 펀드 비중이 큰 미래에셋투신운용, 그리고 부동산 펀드 등 파생상품 전문인 맵스자산운용, 해외 운용법인 등의 골격은 투자전문그룹으로 손색이 없다. 박 회장은 “큰 흐름을 보면 부동산에서 유가증권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래에셋 말고도 투자전문그룹이 더 나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투자형 상품을 많이 내놔야 한다”고 투자그룹 구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12월 말까지 미래에셋생명의 기본 전략과 구조 개편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증권·자산운용·보험을 잇는 투자 상품과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법인영업과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국내에도 투자형 보험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보험산업 역시 큰 틀에서 자산운용산업으로 보고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갈 때가 아니면 대부분 생명빌딩에 머무르며 직원을 교육하고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SK생명을 인수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변액보험 시장에서 벌써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에서 정상권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박 회장은 사업 첫해인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직후 외환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98년 말 내놓은 국내 첫 뮤추얼펀드 ‘박현주 펀드’는 약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000년 말에 내놓은 ‘박현주 2호’ 펀드는 벤처 거품이 꺼지고 증시가 급락한 탓에 청산할 당시 마이너스 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로선 충격적인 일이었다. 다만 당시 원금은 까먹었지만 종합주가지수 하락률(45%)보다는 덜 떨어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선방한 펀드이기도 했다. 그는 “1년 만기의 폐쇄형 펀드라 어쩔 수 없이 청산했지만 나중에 개방형 펀드에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적용해 큰 수익을 냈고, 당시 쓴 경험이 현재 9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하는 약이 된 듯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사가 커질수록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며 “앞으로 10년간 300억원을 들여 100여 명의 인재를 키울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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