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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만 타깃, 日이색 편의점 등장

20·30대 여성만 타깃, 日이색 편의점 등장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한국과 일본의 거리 모습 중 가장 다른 점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편의점이 많은 것”이라고 답한다. 특히 도쿄는 가는 곳마다 편의점이 눈에 띈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마다 아이디어들도 만발한다. 이제 일본의 편의점은 우체국·약국·매표소 등의 기능을 한곳에 모아놓은 복합 다기능 점포다. 업계 2위인 로손의 경우 100엔 균일의 생선과 채소·정육을 전문 취급하는 편의점을 열었다. 패밀리마트는 수입 상품을 대거 배치한 ‘패미마’를 개점해 짭짤하게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가 등장했다. 에이엠피엠(am/pm)재팬이 내놓은 ‘여성 대상 편의점’이다. 도쿄 중심부의 도라노몽에 12월 19일 오픈한 이 가게의 이름은 ‘해필리(HAPPILY). 기존 점포를 뜯어고쳐 20대 전반에서 30대 후반의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여성에게만 포커스를 맞춘 편의점은 일본 내 최초다. 먼저 이 가게에 들어가면 종업원이 전원 여성인 데 놀란다. 이들은 모두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도 백색과 핑크색의 밝은 색으로 통일했다. 여성들이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청결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품들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수입 과자나 잡화·화장품들을 대거 비치했다. 화장품의 경우 통상 일반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양의 10배가 되는 3000점이 놓여 있다. 또 칸마다 여성들의 건강 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저칼로리 음식들이 놓여 있다. 계산대 바로 옆에는 생과일 주스 카운터를 만들어 놓고 젊은 여성들의 ‘건강 지향형 소비’에 발맞췄다. 보통 세븐일레븐이나 로손의 계산대 옆에는 늘 어묵이나 소시지 튀김 등이 고정적으로 놓여 있다. 잡지 코너에선 일부러 남성지를 없앴다. 또 ‘해필리’에서는 전례 없이 겨울철 군고구마까지 팔고 있다. 거의 대부분 고객이 여성이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편의점 내에서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한 개에 315엔이니 그다지 싼 편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긴급 처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놨다. 예컨대 화장실에는 스타킹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별도의 발 받침대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또 생리용품과 화장품의 샘플도 비치해두어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가게 안에 남성 화장실은 없다. am/pm은 내년 3월까지 이 같은 여성 대상 편의점을 도쿄에 3∼4곳 더 개점한 뒤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수를 크게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24시간 영업으로 하루 매출액 목표는 여성 대상 점포로 탈바꿈하기 전의 2배에 달하는 85만 엔이다. 다만 야간의 경우는 안전을 고려해 일부 종업원을 남성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해필리’에서는 또 여성들의 안전을 위한 ‘경호 서비스’도 지원한다. 경비업체 ‘세콤’과 제휴를 맺고 고객 중 ‘해필리 회원’에 가입한 계약자에게는 월 900엔을 받고 ‘포켓 벨’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일 무슨 위험에 처할 경우 포켓벨을 누르면 세콤의 경비원이 위치를 확인해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혹시나 종업원이 여성뿐인 점을 이용해 범죄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한 서비스다. 편의점도 이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동네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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