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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경제부총리 인터뷰] “기술이민 받아들이는 문제 검토”

[한덕수 경제부총리 인터뷰] “기술이민 받아들이는 문제 검토”

What’s wrong Korea? 참여정부는 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3월 30일 정부 과천청사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찾아갔다. 마침 그날 오전 그는 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고위 당정회의에 참석해 3·30 부동산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청사 앞 운동장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건설교통부의 세입자 이주 대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2006년도 벌써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과천청사는 그렇게 시위 군중의 확성기와 구호 소리에 묻혀 있었다.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한국 사회를 읽는 10개의 키워드 중 집단이기주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이기주의가 지금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결국 나에게도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성장동력이나 반기업 정서보다 훨씬 심각한 게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이 사슬을 끊고 이기면 선진국이 되겠지만 이겨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무르고 마는 것 아니겠어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노사 갈등을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로 꼽았습니다. 일부에선 노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법과 원칙을 소홀히 하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참여정부는 ‘대화와 타협’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대응해 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노사분규 건수나 그에 따른 근로손실 일수가 많이 줄어들었지요. 비정규직 등 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습니다. 최근 GM대우가 정리해고된 근로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쓰지 않았습니까. 노사가 이렇게 상생과 협력의 파트너십으로 가야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지요.” 일각에선 양극화가 빗나간 의제 설정이며 경기침체와 성장 잠재력의 소진, 그로 인한 신(新)빈곤층의 확대가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양극화론은 차기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양극화는 세계화·정보화·고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그리고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양극화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지요. 더구나 고령화와 교육의 양극화를 감안하면 그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손을 써야 합니다. 이대로 두면 인력 양성과 사회통합을 막아 결국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니까요.” 양극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요. 문제는 재원이고, 정책의 우선순위 아니겠습니까? 이와 관련, 대통령은 최근 소득 상위 20%가 90%의 세금을 내고 있으니 세금을 올려도 나머지는 손해볼 게 없다며 증세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세입 증대의 기본은 경제 성장을 통한 자연적인 세수(稅收) 증가입니다. 여기에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고 부동산 투기와 음성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비과세와 세금 감면을 축소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세입을 늘릴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재정 지원의 필요성이 떨어지거나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부분 등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과연 충분히 준비하고 추진하는 것입니까? 갑자기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도 협상 과정에서 내놓을 카드이지, 미리 선언한 뒤 테이블에 앉는 게 순서에 맞느냐는 얘기지요. “2003년 8월에 작성한 FTA 추진 로드맵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에 세 차례 실무 점검 회의가 있었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나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한·미 간 오랜 통상 현안이며 추가적 개방이 이뤄진 것은 없어요. 최근 우리가 열광했던 야구를 돌이켜봅시다. 거기서 큰 역할을 한 사람들조차 처음에는 우리가 미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실전에서 과감한 전략을 펴 이겼잖아요. 한·미 FTA에 소극적이고 비관적이기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야구나, 경제나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이익은 일본이 누린다는 ‘가마우지 경제’ 보고서가 최근 화제입니다.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對日)적자가 커짐을 빗댄 말이죠. 그래서 FTA는 신중하게 여러 측면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지요. (가마우지 경제란 1980년대 말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란 책에서 처음 쓴 말로 취약한 수출구조로 실익을 일본에 뺏기는 한국을 가마우지 새에 빗댔다. 중국과 일본 일부 지방에선 낚시꾼들이 가마우지의 목 아랫부분을 끈이나 갈대 잎으로 묶어 고기를 잡게 한 뒤 이를 가로챈다.) “FTA를 맺을 나라와 관세율 차이나 수출·수입액의 변화만 이야기해선 FTA 체결 이후 생산성을 올리는 효과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79년 개방 이전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해 봅시다. 과감한 개방정책으로 14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우뚝 서지 않았습니까. 인도 역시 91년 개방 이후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아웃소싱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되었고요. 한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4룡(龍)의 급성장도 바로 개방에 힘입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통해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고 경제 발전도 꾀해야 합니다.” 핵심 근로계층의 나이가 마흔을 훌쩍 넘는 등 저출산·고령화의 여파가 산업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텐데요. “노동시장에 새로운 인력 유입이 줄어들 것이므로 여성과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이민을 허용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고용허가제를 통해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중 특히 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영주권이 쉽게 나오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독일처럼 큰 규모로는 못하겠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청년실업률, 특히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의 학벌 과잉 현상에다 대학이 너무 많다는 점도 작용한 결과 아닙니까? “현대는 지식기반 사회입니다. 따라서 대학 졸업자가 많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학 교육이 시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렇지요.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이 대학보다 높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잖아요. 산학 연계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론적 연구 외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대학이 연구 성과를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KT&G 등 국내 기업들이 외국 펀드 등의 경영권 도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경영권 보호장치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국제 기준에 맞지 않은 경영권 방어 대책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식 보유 목적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5% 룰과 자사주 취득한도 30% 제한 철폐, 제3자 신주 배정, 백기사 제도 등 경영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거든요. 법과 제도에서 인정되는 수단을 활용해 더 이상 적대적 M&A 여지가 없도록 최선의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네요. 2004년 10·29 대책에 이어 지난해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올 초부터 다시 아파트값이 올랐고 3·30 대책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몇 달을 주기로 대책이 나왔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서울 강남 지역은 도로 등 인프라 투자가 잘 이뤄진 곳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그곳에 명문 고등학교가 옮겨가도록 했지요. 이렇게 살기 편리하고 교육 여건도 좋은 곳에 합당한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보유세가 시가의 0.3%도 안 됐잖아요. 그러자 가수요가 가수요를 낳고, 투기가 투기를 부르며 강남불패 신화가 생긴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려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시장원리입니까? 이런 시장의 실패에 대해 정부는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유세를 적어도 1% 수준까지 올려야 합니다. 또 양도차익에 대해선 세금으로 환수해야 합니다. 1주택자보다 2주택자가 세금을 더 내야지요. 이는 단순 시장 논리를 떠나서 중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복원하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3·30 대책으로 잘못된 시장을 확실히 정상화시킬 수 있습니까?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선 아파트값은 분명 거품입니다. 잘못하면 터집니다.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은 물론 경제 전체가 어려워지지요. 이미 그 전철을 일본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다른 나라에서 보듯 잘못하면 금융위기가 올 수 있지요.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는 패러다임은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은행 돈도 자기 소득 범위 안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를 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사실 이 제도는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하는 것인데 그동안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DTI 40% 제한으로 이제 봉급생활자의 서울 강남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닙니까? 자칫 중산층의 내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도 있는데요. “강남 등 투기지역에선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데에서의 집 마련은 그렇지 않습니다. 8·31 대책 이후 소형 아파트와 연립·단독 주택 가격은 비교적 안정돼 있거든요. 또 3·30 대책에는 서민 주거안정 대책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또 송파 신도시에 임대주택을 많이 지을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가 이렇게 계속 강화되면 공급이 줄어들어 다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그냥 두어도 될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너무 도전적이에요. 실패한 시장에 대해 정부가 손을 쓰는 것은 필요합니다. 재건축을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맞지 않습니다. 일시에 아파트를 철거하면 거기 살던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어디서 삽니까?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해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발표자료에 ‘주택시장 합리화’란 제목을 달았지요. ” 「이코노미스트」가‘What’s wrong Korea?’를 주제로 키워드를 선정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정적인 것들이 뽑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 않은가요? “물론이죠. 우선 높은 교육열로 단련된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지요. 특히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함께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의 주력산업에서도 세계적인 선도기업이 많고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제도 개혁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지고 기초 체력이 단단해졌잖아요. 그리고 동북아 경제활동과 국제 물류의 최적지로서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한 거점에 대한민국이 위치해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지요.” 바로 이런 점들을 강조해 ‘경제하는 마음’을 북돋우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캠페인이나 슬로건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물론 정치적인 구호로 흘러선 곤란하겠지만…. “이제 경제규모나 그 구조의 복잡성으로 볼 때 누군가 나서 어느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민 모두가 각자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리고 국가는 집단 간 갈등이 생길 경우 조정 내지 중재하는 역할을 맡으면 됩니다.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그렇게 봅니다. 지난해에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S&P와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높였잖습니까. 그게 어디 말을 잘한다고 올려주는 것인가요. 그런데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또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지나 않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정부가 지적받을 만한 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발전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경제계와 언론의 지적을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정책이 잘못됐다고 공격하는데 사실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많아요.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 정말 이렇게 단선적이고 시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을 처음 봅니다. 부동산은 시장이 가장 실패하기 쉬운 분야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우선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러 투기적 요소가 가미해 불패신화를 낳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사 두면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습니다. 시장이 비합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그럼에도 단순한 시장 논리를 내세우며 ‘어떻게 이런 정책을 쓰느냐’고들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그런 주장을 따랐다간 국민의 주거 안정이 날아가게 돼요. 왜 이런 정책을 선택했는지를 좀 이해해 주세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집권 여당과 최고통치자에 대한 지지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그런 점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조급증을 내지 않았어요. 과거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황에 몰려서 동원했던 정책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우선 부동산 투기를 자극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았습니다. 중앙은행더러 돈을 풀게 해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지 않았고요. 무리한 정부 차입금으로 재정을 집행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신용카드 남발로 외상 소비를 자극해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았고요. 이런 정책들은 잘못 쓰면 후유증이 오래갑니다. 참여정부는 그 대신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 그리고 정책을 천천히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이를테면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무조건 아무 기업이나 지원하지 않고 될 만한 기업을 선별해 융자와 투자를 섞어서 합니다. 기업 1만 개를 실사한 결과를 토대로 2004년부터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해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혁신형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경기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 경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최근 발표된 2월 지표가 좋지 않게 나타났는데요.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2월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야단인데 그 실상을 잘 봐야지요. 숫자 자체만 보지 말고 수출은 잘 되고 있는지, 적자를 나타낸 요인이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입이 늘어난 탓은 아닌지를 함께 따집시다. 2월 산업생산도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20%의 증가율인데 전달(1월)과 비교하면서 마이너스(4.4%)라고 언론이 보도했어요. 연초는 설이 끼여 있으므로 1∼2월을 합쳐 보는 게 옳죠. 그렇게 보면 증가율이 12%대입니다. 서비스업 생산도 6%대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고요.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5% 성장은 문제없습니다.”(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2월, 올해는 1월에 있었다.) 언론은 매달 나오는 산업생산이나 경상수지 통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닙니까? “다시 설명하지만 상품수지는 흑자인데 서비스 쪽을 합치니 적자를 보인 것이죠. 수출 증가율은 16%대로 두 자릿수입니다. 2월은 적자라지만 연간 경상수지는 흑자를 낼 것입니다. 물가도 안정돼 있고…. 물론 언론더러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해달라고 할 수야 없지만 진실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수치도, 좋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렇게 좋지 않은 측면만 부각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면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겠어요? 연초에 어떤 기사는 환율이 980원에서 970원으로 떨어지자 붕괴라는 표현까지 쓰더라고요. 외환위기 때 그랬지만 ‘폭락’ ‘붕괴’라는 식의 용어를 섞어 쓰자 외국 언론이 이를 인용해 한국발(發)로 썼고, 다시 국내 언론이 그것을 받아쓰지 않았던가요. 경제 기사는 좀 쿨(cool)하게 보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외국 신문들은 경제 기사를 그런 식으로 감정을 섞어 쓰지 않거든요.” 언론 본연의 책무 중 하나가 감시(watch dog)기능이지요. 경제 현상을 보는 데 있어서도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좋지 않은 상황을 언론이 예고 내지 경고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경제는 상당 부분 심리가 좌우합니다. ‘폭락’ ‘붕괴’라는 극단적 표현을 계속 쓰다 보면 정말 그렇게 갈 수도 있어요. 지금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자본시장이 열려 있고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자본의 규모가 얼마나 큽니까? 순간적으로 삐끗해 잘못 판단하면 엉뚱하게 정말로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경제지표는 월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거든요. 한 달 지표를 갖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적어도 분기(3개월) 동향을 봅시다. 지금 물가와 경상수지, 고용 사정이 괜찮아요. 그동안 내수를 옥죄던 신용불량자도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소비가 정상을 찾아가고 있고요.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5% 성장이 가능합니다. 매크로(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그리 흠을 잡기 어렵습니다. 이번 경기 회복은 오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과정을 거친 자생적인 것으로 오래갈 것입니다. 외국에선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좋게 보며,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닙니까? 지금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외국에선 한국 경제를 강하게 봅니다. 자동차를 비롯해 LCD·휴대전화·철강·조선 등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이 있어요. 전통 제조업인 섬유도 디자인으로 무장해 경쟁력을 살리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재래시장이나 택시·음식업 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지만 요즘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음식점의 경우 차별화를 꾀하는 곳과 여유 있는 계층이 찾는 곳은 예약 손님이 늘고 있어요. 재래시장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택시는 과잉 상태라서 대책을 세우고 있고요. 화물차량도 과잉인데 택배 시장은 차량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쪽으로 돌리려 하는데 장거리 정기노선을 뛰려고 하지, 집이나 사무실까지 찾아가 짐을 나르는 것을 싫어해 안타깝습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벌써 갖가지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매해 큰 선거가 잡혀 있잖아요. 선거 등 정치 상황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정치가 중요하며, 경제가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려운 점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선거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습니다. 지금 선거제도가 거의 공영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1949년 전북 전주 출생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박사 행정고시 8회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과장 상공부 중소기업국장, 산업정책국장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주(駐)OECD대표부 대사 대통령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비서관 산업연구원장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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