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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표 칼럼] “국민 세부담 30%까지만 참아”

[홍세표 칼럼] “국민 세부담 30%까지만 참아”

윌리엄 번스타인은 저서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 서문에서 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를 낳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민주주의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법치는 재산권 제도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보루다. 그리고 재산권은 다시 풍요와 번영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며 풍요와 번영은 민주주의를 위한 옥토가 되는 것”이라고 번스타인은 설파한다. 즉 민주주의를 위한다며 풍요나 부를 희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을 지으며 “애덤 스미스가 번영의 필수조건으로서 평화, 가벼운 세금, 적절한 사법행정을 논하며 법치행정을 최초로 언급한 이후 지금까지 250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그의 이론을 세련화하는 일에 종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5·31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민심이 현 정부에서 이탈하고 있는 듯하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위에서 지적한 번스타인의 논리에 역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현 정부가 끊임없이 주장해 온 무의미한 개혁과 필요 이상의 과거사 들추기에 국민은 시달려 왔다. 실체도 잡힐 것 없는 경제정책이 성장을 좀먹고 오히려 잠재성장률 이하로 둔화시켰다. 이는 국민 특히 서민의 체감경기를 악화시켰으며 내수와 투자를 모두 얼어붙게 했다. 결국 국민을 대립구도로 양극화하며 열을 올린 ‘과도한’ 민주주의 주창이 경제성장을 심하게 저해한 것이다. 게다가 세금폭탄 발언 등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여러 개정으로 국민을 들볶는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가 법치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 대책만 봐도 감정적 대응의 기미가 섞인 대립구도 형성이 목적으로 보이는 데다 위헌 소지가 다분히 개재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재산권이 이런 상황하에서 제대로 건전하게 유지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가벼운 세금은커녕 국민은 현재의 중과세와 앞으로 닥칠 더 큰 증세 압박에 거의 노이로제가 돼 있다. 번스타인도 성장과 분배를 동반해야 하는 함수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국민도 세 부담이 30%에 이를 때까지는 참고 견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민 세 부담률은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 예기되는 모든 여건을 감안할 때 세금은 계속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민 일인당 세 부담은 435만원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자초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국방개혁, 국가 균형발전, 행정중심복합도시, 대 북한 지원, 대 농업 중장기 투자 등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얼마나 많은 세금을 쏟아부어야 할지 말이다. 반복되는 정부의 비합리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세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잘사는 사람에게만 과세하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못사는 사람들도 세금폭탄의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과도한 세금은 잘사는 이들의 소비 억제를 불러온다.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바로 서민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장담해 왔던 5%의 경제성장 예측도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경기선행지수는 1년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알리는 경기실사지수(BSI)도 예외 없이 하락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이같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제에 관한 아무런 대책 강구조차 없어 보인다. 그저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며 경제상황이 나쁜 것은 유가와 환율 등 대외여건 악화와 일부 언론의 과장된 비판 때문이라고 책임을 딴 곳으로 돌리고 있다. 유독 챙기는 것은 일부 지역 즉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부동산 거품이다. 이 거품만 걷어내면 경제는 잘 돌아가는 양 모든 역량을 이 부문에 올인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정부가 지향하는 큰 정부는 백 마디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치에 닿지 않는다. 일본이 경제 불황의 늪에서 재생한 것은 소관민대(小官民大)를 위한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 정부를 구현해 민간기업의 활력을 촉진했다. 그 결과 올해만 근 15%의 투자증가가 있었고, 이로 인한 소비회복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큰 정부 지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원회가 난립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부 산하기관 23곳을 신설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는 부처 이기주의요 밥그릇 챙기기로 보인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늘어날수록 국민 부담은 늘어난다. 지난해 중앙정부 예산 167조원, 정부투자기관과 출자기관 101곳의 예산만 133조원이 넘었다. 새로운 기관과 위원회가 생기면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예언자적 존재인 앨빈 토플러는 끊임없이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 나가려는 관료의 생리를 비판했다. “관료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논의가 그냥 마무리되는 기미를 보이면 자기 스스로 책임자로 암묵적으로 시사하며 새로운 부처의 설립을 제안한다. 기존 부처의 이해나 예산 삭감이 두려워 반드시 나타나는 타협안을 관료주의적 ‘카메레판트’(Camelephant), 즉 부처협의위원회 혹은 대책심의위원회라고 부른다”며 꼬집고 있다. 카메레판트는 낙타(Camel)의 낮은 IQ와 코끼리(Elephant)의 늦고 둔중한 걸음을 결합해 관료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이른바 신위원회들은 관리의 새로운 서류정리함만 늘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류정리에 능한 관리들의 서류정리함이 아무리 늘더라도 급변하는 경제정책에 맞는 정보자료는 이미 정리함 속에서 빛을 바래고 만다. 오히려 관리는 그 정리함을 다시 꺼내들어 규제나 간섭을 조장하는 낭비적 일들을 더 양산하게 된다. 이런 정책들은 숨가쁘게 움직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민간기업 내지 민간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필자는 이미 지난 840호에 볼퍼랜과 드러커의 관료 비판론을 소개한 바 있다. 토플러는 “가장 민주적인 힘의 원천, 그것이 바로 지식이다. 그러나 오늘 새로운 지식이라도 내일은 이미 가치없는 지식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미 지식으로 수명을 다한 지식을 보배처럼 정리함에 담아넣고 관리하는 관료는 결과적으로 카메레판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 좌경 사회주의 사상이 가져오는 병폐도 드러커는 가장 적절한 어법으로 지적했다. “이 세상을 빈부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엄격하게 나누어 버린 연후 큰 빈부의 격차가 현존하더라도 무식과 유식의 간격만큼 클 수 없고 심각하지도 않다. 오늘날 사회가 급속히 변모해 가는 부유족에서는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을 해결하기를 미루고 지식에 대한 접근이나 지식의 분배를 둘러싼 투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식의 관리, 바로 이것이 모든 조직에서 일어나는 내일의 권력을 향한 세계적 투쟁의 핵심이다.” 오래 묵어 실효가 없는 관료의 서류함 자료를 수시로 꺼내들고 민간을 괴롭히고 압박하는 정부, 특히 큰 정부는 배제되어야 할 것이며 작은 정부일수록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무원칙 부동산 정책이나 형평을 잃은 중과세 정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오늘의 지식사회에서 대세를 거슬러 시대착오적인 평준화 교육을 강행함으로써 앞으로 권력의 핵심이 될 지식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교육정책도 폐기돼야 하리라고 본다. “사실 관료주의는 식민지를 지배하는 일종의 제국주의다”라는 토플러의 말은 지금도 그 의미가 살아있다.

앨빈 토플러 “기존 부처의 이해나 예산 삭감이 두려워 반드시 나타나는 타협안을 관료주의적 ‘카메레판트(Camelephant)’, 즉 부처협의위원회 혹은 대책심의위원회라고 부른다.”

카메레판트란? 카메레판트는 낙타(Camel)의 낮은 IQ와 코끼리(Elephant)의 늦고 둔중한 걸음을 결합해 관료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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