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퍼 해외서 얼마 벌었나] LPGA에서만 336억원 ‘수확’
[한국 골퍼 해외서 얼마 벌었나] LPGA에서만 336억원 ‘수확’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9승. 올 들어 18번 개최된 대회 절반을 한국 낭자들이 휩쓸었다. 일본 진출 4년차 허석호와 6년차 이지희는 올해 상금왕까지 노리고 있다. 대회 우승이 선수 개인에게는 영광으로, 선수를 후원하는 스폰서 기업엔 홍보 마케팅 성과로, 나라에는 스포츠 수출 실적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샴페인 잔을 잠시 내려놓고 계산기를 찾아 중간 결산을 해보자. 과연 골퍼들의 해외 손익계산은 어떻게 나오나. 올 상반기 미국 LPGA투어에서 한국 여자 골퍼들이 9승을 쌓으면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731만7414달러(약 74억원)에 이른다. 김미현이 최근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랭킹 4위(101만4724달러)로 뛰어올랐다. 뒤를 이어 한희원(6위), 이선화(8위), 장정(10위)이 톱10에 들었다. 지난해엔 모두 27명이 885만 달러의 상금을 탔고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장정 등 4명이 랭킹 톱10에 들었다. 올 상반기와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남은 13개 대회에서 역대 최다액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우며 사상 첫 1000만 달러 돌파도 문제없어 보인다. 올해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루키 7명을 포함해 모두 32명. 1988년 구옥희가 첫승을 올린 뒤로 지금까지 한국 여자골퍼는 총 61승을 거뒀다. 그중에서도 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해 맥도널드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두 메이저에서 우승하며 혼자 8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한국 여자 골퍼들의 총상금액은 무려 3534만 달러(336억4109만원)에 달한다. 98년 박세리·펄 신·서지현·이주은 4명이 거둔 상금이 112만 달러였으나 해마다 진출하는 선수와 상금액은 화수분처럼 불었다.
‘한국’ 브랜드 美 LPGA 블루칩
기업에 비유해 보자. 이 정도 실적이라면 초우량 기업 아닐까? 여기에다 내실도 탄탄하고 전망까지 밝다면? 미국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층이 두꺼워졌으며 우승의 질이 높아졌다. 2년 전부터는 리더격인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지고 박지은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이른바 선두그룹이 사라진 듯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8승을 일궈냈다. 우승자 중에 한희원, 김초롱을 빼고는 모두 첫승이었다. 특히 장정과 김주연은 각각 브리티시오픈, US여자오픈이라는 여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골프 여왕 박세리가 메이저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했다. 개인 통산 23승에 메이저 우승 수도 5개로 늘렸다. 라이벌 김미현도 승수를 챙기면서 신구 세대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대회 18개 중에 우승이 9번이라고 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9번의 준우승이다. 시즌 첫 대회였던 SBS오픈에서는 문수영과 김주미가 플레이오프 연장 라운드를 펼치면서 우승을 다퉜다. 이어진 2,3회 대회에서는 이선화가 준우승했다. 4회 대회는 이정연, 5회 대회에서 이선화, 임성아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희원은 5월 초부터 준우승만 연달아 두 번 하더니 결국 LPGA코닝클래식에서 우승을 따냈다. 신인왕 후보 이선화는 세 번의 준우승 끝에 6월 초 숍라이트클래식에서 첫승을 올렸고 여기서 장정이 준우승했다. 장정 역시 2주 후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젠 리더보드 상단에 한국 선수들이 들지 않는 LPGA 대회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지난 6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는 우승자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안시현·미셸 위·김영 등 톱10에 6명, 14위까지 내려가면 무려 9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온 선수들은 누구나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블루칩이다. 그리고 한국이란 브랜드는 미국 LPGA 무대에서 우량주를 꾸준히 배출하는 우량 기업이다.
최경주 작년 총수입 세계 39위 한편 탱크 최경주는 상금 100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21일 현재 통산 상금 993만5474달러로 6만4000여 달러 모자란다. 올 브리티시오픈에서 20위 안에 들면 한국 선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최경주는 지난해 상금으로 216만3415달러, 코스 밖에서는 175만 달러를 벌어 총 391만3415달러를 벌어 전 세계 남녀 골프 선수 통틀어 39위였다. 1999년 미 PGA투어에 진출한 이래 2000년 뉴올리언스컴팩클래식과 탬파베이클래식에서 2승을 거두었고, 2004년 마스터즈에서는 단독 3위에 올랐다. 지난해 가을 클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을 추가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여자 골프의 위력은 막강하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에서 올 시즌 3승을 기록 중인 이지희가 돋보인다. 포커 페이스에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으로 지난 6월 18일 니치레이레이디스 대회에서 단독 2위에 오르면서 상금 선두에 올랐다. 지금은 4739만 엔으로 2위에 랭크돼 있다. 그 뒤를 전미정(5위), 신현주(6위)가 뒤따른다. 2000년 JL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면서 일본 무대를 밟은 이지희는 2001년 신인왕에 오른 후 지금까지 총 9승을 쌓았다. 올해 상금왕에 오르면 해외 진출 선수 사상 첫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다. 일본 여자 투어는 구옥희가 83년 진출한 이래 상금 랭킹 2위까지 오르는 등 꾸준히 상위 랭킹에 들었다. 남자투어인 일본골프투어(JGTO)에서는 허석호가 지난 6월 말 미즈노오픈에서 14언더파 274타로 시즌 첫승과 일본 통산 6승을 기록했다. 2001년 일본 무대에 데뷔한 이래 통산 6승은 한국 선수 중 최다승이다. 우승 상금은 5278만4666엔으로 3위에 올라 있다. 이 밖에 지난 6월 요미우리오픈에서 준우승한 양용은은 올 시즌 8개 대회 중 4개에서 톱10에 들어 상금 랭킹 11위(3013만7323엔)를 기록 중이고 김종덕(46위 784만 엔), 장익제(51위 716만 엔)가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스폰서 기대 효과도 크다. 우승하면 선수만큼이나 기쁜 것이 스폰서 기업이다. 골프의 특성상 우승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모자와 옷에 거는 기업 로고 홍보 효과는 타 스포츠 종목보다 높은 편이다. CJ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 1%를 높이려면 비용은 약 3000만 달러(약 290억원)가 든다. 이때 미국인에게 친숙한 골프를 통해 TV에서 비춰주는 브랜드 노출 효과는 상당하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은 가능성 있는 골퍼를 적극 후원한다. 선수 개인을 후원하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도 후원사로 참여할 수 있다.
CJ, 홍보효과 500억 이상 스폰서를 맡았던 기업 중에 CJ는 골퍼로부터 홍보 효과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올해 LPGA 신인왕 후보인 이선화 선수의 LPGA숍라이트클래식 우승과 박세리 선수의 메이저 우승으로 국내외에서 최소 500억원의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기대한다. 이 두 선수를 빼고도 지난해 5월 말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한 강지민은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2003년부터 계약금 없이 5년간 연봉 1억원과 5000만원의 훈련비를 주는데 불과했지만 CJ는 우승으로 인해 21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인 김주연을 후원했던 KTF는 그야말로 ‘대박’을 거둔 사례다. 2002년부터 5년간 연 1억5000만원씩 지원하고 공동 5위 이상 입상 때 상금의 30%를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US여자오픈 우승 후 1주일 동안 전 세계 텔레비전과 신문에 노출된 홍보 효과가 5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올해는 김미현과 이미나가 모자와 가슴에 KTF 로고를 달고 벌써 3승이나 올리고 있다. 우승으로 신나는 건 선수 개인과 후원 기업뿐 아니다. 장정은 지난 5월부터 기업은행과 계약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7월 31일까지 한시 판매하는 ‘장정 우승 기원 적금’을 만들었다. 공교롭게 장정은 6월 말 웨그먼스LPGA대회에서 우승해 가입자들은 2%포인트의 축하 우대금리를 받기까지 했다. 선수 좋고 후원 기업 신나고 적금 가입자도 기쁘다. 박찬호의 1승,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기쁜 것 이상으로 국민 경제에도 이득이 되는 게임이 골프인 셈이다. 최경주의 골프화 뒤축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혹시 김미현은? 태극기가 보란 듯이 새겨져 있다. 다른 어떤 종목에서 마음대로 태극기를 새겨넣을 수 있는가? 다른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건 자신과 팬들의 만족에 그칠 수 있으나 골프에서는 자신을 넘어 후원 기업, 그리고 선수를 배출한 나라, 국민의 마음에 자긍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때는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낳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우리 국민에게 끼쳤던 것과 유사한 개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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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 美 LPGA 블루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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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작년 총수입 세계 39위 한편 탱크 최경주는 상금 1000만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21일 현재 통산 상금 993만5474달러로 6만4000여 달러 모자란다. 올 브리티시오픈에서 20위 안에 들면 한국 선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최경주는 지난해 상금으로 216만3415달러, 코스 밖에서는 175만 달러를 벌어 총 391만3415달러를 벌어 전 세계 남녀 골프 선수 통틀어 39위였다. 1999년 미 PGA투어에 진출한 이래 2000년 뉴올리언스컴팩클래식과 탬파베이클래식에서 2승을 거두었고, 2004년 마스터즈에서는 단독 3위에 올랐다. 지난해 가을 클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을 추가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 여자 골프의 위력은 막강하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에서 올 시즌 3승을 기록 중인 이지희가 돋보인다. 포커 페이스에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으로 지난 6월 18일 니치레이레이디스 대회에서 단독 2위에 오르면서 상금 선두에 올랐다. 지금은 4739만 엔으로 2위에 랭크돼 있다. 그 뒤를 전미정(5위), 신현주(6위)가 뒤따른다. 2000년 JL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면서 일본 무대를 밟은 이지희는 2001년 신인왕에 오른 후 지금까지 총 9승을 쌓았다. 올해 상금왕에 오르면 해외 진출 선수 사상 첫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다. 일본 여자 투어는 구옥희가 83년 진출한 이래 상금 랭킹 2위까지 오르는 등 꾸준히 상위 랭킹에 들었다. 남자투어인 일본골프투어(JGTO)에서는 허석호가 지난 6월 말 미즈노오픈에서 14언더파 274타로 시즌 첫승과 일본 통산 6승을 기록했다. 2001년 일본 무대에 데뷔한 이래 통산 6승은 한국 선수 중 최다승이다. 우승 상금은 5278만4666엔으로 3위에 올라 있다. 이 밖에 지난 6월 요미우리오픈에서 준우승한 양용은은 올 시즌 8개 대회 중 4개에서 톱10에 들어 상금 랭킹 11위(3013만7323엔)를 기록 중이고 김종덕(46위 784만 엔), 장익제(51위 716만 엔)가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스폰서 기대 효과도 크다. 우승하면 선수만큼이나 기쁜 것이 스폰서 기업이다. 골프의 특성상 우승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모자와 옷에 거는 기업 로고 홍보 효과는 타 스포츠 종목보다 높은 편이다. CJ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 1%를 높이려면 비용은 약 3000만 달러(약 290억원)가 든다. 이때 미국인에게 친숙한 골프를 통해 TV에서 비춰주는 브랜드 노출 효과는 상당하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은 가능성 있는 골퍼를 적극 후원한다. 선수 개인을 후원하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도 후원사로 참여할 수 있다.
CJ, 홍보효과 500억 이상 스폰서를 맡았던 기업 중에 CJ는 골퍼로부터 홍보 효과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올해 LPGA 신인왕 후보인 이선화 선수의 LPGA숍라이트클래식 우승과 박세리 선수의 메이저 우승으로 국내외에서 최소 500억원의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기대한다. 이 두 선수를 빼고도 지난해 5월 말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한 강지민은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2003년부터 계약금 없이 5년간 연봉 1억원과 5000만원의 훈련비를 주는데 불과했지만 CJ는 우승으로 인해 21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인 김주연을 후원했던 KTF는 그야말로 ‘대박’을 거둔 사례다. 2002년부터 5년간 연 1억5000만원씩 지원하고 공동 5위 이상 입상 때 상금의 30%를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US여자오픈 우승 후 1주일 동안 전 세계 텔레비전과 신문에 노출된 홍보 효과가 5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올해는 김미현과 이미나가 모자와 가슴에 KTF 로고를 달고 벌써 3승이나 올리고 있다. 우승으로 신나는 건 선수 개인과 후원 기업뿐 아니다. 장정은 지난 5월부터 기업은행과 계약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7월 31일까지 한시 판매하는 ‘장정 우승 기원 적금’을 만들었다. 공교롭게 장정은 6월 말 웨그먼스LPGA대회에서 우승해 가입자들은 2%포인트의 축하 우대금리를 받기까지 했다. 선수 좋고 후원 기업 신나고 적금 가입자도 기쁘다. 박찬호의 1승,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기쁜 것 이상으로 국민 경제에도 이득이 되는 게임이 골프인 셈이다. 최경주의 골프화 뒤축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혹시 김미현은? 태극기가 보란 듯이 새겨져 있다. 다른 어떤 종목에서 마음대로 태극기를 새겨넣을 수 있는가? 다른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그건 자신과 팬들의 만족에 그칠 수 있으나 골프에서는 자신을 넘어 후원 기업, 그리고 선수를 배출한 나라, 국민의 마음에 자긍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때는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낳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우리 국민에게 끼쳤던 것과 유사한 개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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