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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48명 살해했다”

“30년 동안 48명 살해했다”


미국에서 소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재소자 주장… 당국도 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어 조사 착수 미국 FBI와 CIA 요원이었던 찰리 헤스는 자신이 살인범들을 추적하며 노후를 보내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범죄와의 전쟁 일선에서 은퇴한 뒤 그는 멕시코 바하 반도의 초가지붕 가옥에서 아내와 함께 꿈에 그리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삶’을 영위했었다. 그러나 1990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어느 날, 헤스의 사위가 미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서 강도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헤스와 아내는 과부가 된 딸과 함께 지내려고 콜로라도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살인범들은 나중에 검거됐다. 이런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헤스는 콜로라도주 엘파소 카운티의 보안관들과 친해졌다. 그래서 2001년 어느 날 보안관이 과중한 업무로 여력이 없는 보안관실을 대신해 미제(未濟) 사건 전담 수사팀을 운영해 보겠느냐고 제의했을 때 헤스는 흔쾌히 동의했다. “소파에 앉아 TV나 보면서 늙어가기보다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기회라고 느꼈다”고 현재 79세인 헤스는 말했다. 4년 전 헤스는 유죄판결을 받은 살인범 로버트 찰스 브라운(53)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사법 당국은 브라운을 연쇄살인범으로 의심했다. 헤스는 브라운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두 사람은 직접 만났다. 헤스는 “그는 외로운 사람이었고, 나는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0년 동안 48명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브라운은 헤스와 만나는 과정에서 19명을 살해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수사관들은 그중 7건의 세부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브라운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그린 강의 살인마’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검거된 살인범들은 자신의 ‘성공’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수사 당국은 10대 소녀 2명의 피살 사건에서만 브라운이 확실한 범인임을 입증했을 뿐이다. 91년 살해된 히더 돈 처치(당시 13세)와 87년 피살된 로시오 스페리(15)였다. 브라운은 처치 살해 죄로 95년 유죄판결을 받고 종신형에 처해졌다. 지난 7월 27일에는 스페리 살해 사건에 유죄가 인정돼 또 다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FBI와 여타 수사기관들이 브라운이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다른 사건들을 조사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대부분이 아주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미시시피주 수사국(MBI)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쇼 중령은 “브라운이 주장하는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MBI는 브라운이 약 25년 전 앨라배마주 경계선 근처에서 남자 2명을 살해했다는 사건을 조사 중이다. 브라운은 그 두 명의 시신을 절단해 늪지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헤스와 미제사건팀 동료는 브라운의 과거 범죄를 계속 추적했다. 자원자들로 구성된 이 팀은 애플 덤플링 갱으로 알려지게 됐다. 75년 디즈니에서 만든 동명 코미디물(불운한 무법자들을 다룬 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별명이다. 이들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독일 빵집에서 사과파이를 먹으러 즐겨 모인다는 이유도 있었다. 헤스 외에도 이 팀에는 존베넷 램지 피살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루 스미트(71)와 범죄 담당 취재기자이자 신문 발행인이었던 스콧 피셔(60)도 있다. 스미트는 사실상의 팀장이지만 브라운에게 접근하려고 헤스를 합류시켰다. 왜냐하면 브라운은 처치 살해 사건에서 자신에게 종신형을 받게 만든 장본인이 스미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브라운은 지금은 자신이 그 소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헤스는 2002년 5월 브라운에게 첫 편지를 보냈다. 그 후 보낸 편지는 모두 20통 정도 된다. 브라운은 대부분의 경우 답장을 보냈다. 헤스는 미식축구팀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경기 성적을 브라운에게 꾸준히 알려줬고, 브라운은 교도소 생활이 불편하다고 투덜댔다. 브라운의 생일(핼러윈 데이와 겹친다)에 헤스는 흰 올빼미 그림이 그려진 생일카드를 보내줬다. 브라운은 그 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맹금류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헤스는 마침내 자신의 가정 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도 브라운에게 알려주기 시작했고, 사위의 피살 사건도 얘기했다. 브라운은 답장에서 “사위를 잃어 매우 안 됐다”고 썼다. 헤스는 “그가 나와 솔직히 터놓고 지내려면 나 역시 깊은 개인적 감정을 공유할 뜻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브라운은 2004년 9월 서로 만나는 데 처음으로 동의했다. 키 188cm에 체중 92kg의 죄수와 헤스의 면담은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이뤄졌다. 브라운은 자신이 저질렀다는 살인 사건들에 관해 어떤 정보를 헤스에게 말해 줄지를 결정하는 등 면담을 주도했다. 지난 7월 스페리 피살 사건에 유죄를 인정한 이래 브라운은 입을 다물었다. 주 정부에서 지정한 관선 변호인의 조언에 따른 행동이었다(그 변호인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브라운은 살해 동기를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슬렁거릴 때’(범행 대상자를 물색하러 돌아다니는 행위를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는 얘기는 했다.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감정도 언급했다. 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혀 엉뚱한 인간으로 변해 버린다.” 자신이 죽였다는 여성 중 한 명을 묘사할 때는 “행실이 지저분하고 저급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브라운의 범행 동기는 큰 의문사항이다. 그는 미국 최대의 연쇄살인범 2명 중 1명으로서 악명을 남긴다는 생각에 즐거움을 느낄까? 아니면 다른 동기가 있을까? 털사 경찰청의 에드 메이저스 형사는 브라운이 언급한 다른 2건의 오클라호마 살인 사건을 조사 중이다. 수감 중인 브라운을 만나 보기도 했던 메이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 같지 않았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사건이 빨리 해결돼 희생자 가족들도 마음의 정리를 끝내게 되기를 원한다.” 유족들이 그런 날을 맞이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때까지 메이저스와 애플 덤플링 갱은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을 듯하다. With ACE ATKINS in Mississippi and JENNIFER ORDONEZ in Los Angeles


희대의 연쇄살인마들 로버트 브라운이 실제로 48명을 살해했다면, 이는 미국 최대의 연쇄살인범 게리 리지웨이가 살해한 사람 수와 같아진다. 살인마 톱 10을 소개한다.

게리 리지웨이
시애틀; 1982~98년. 살인 행각: 82년 여성 매춘부들의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지웨이는 2001년까지 심판을 피해갔다. 초기에 경찰의 신문을 받기도 했지만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한 뒤 풀려났다. 결국 DNA 검사로 들통났다. 결말: 종신형. 희생자 수: 48명.

존 웨인 게이시
시카고 일대; 1972~78년. 살인 행각: 자신의 자동차에 남자와 소년들을 태워준 뒤 클로로포름으로 마취시키고 수갑을 채운 채 강간한 다음 목 졸라 죽였다. 게이시는 시신의 대부분을 자기 집 마당에 파묻거나 땅밑의 배관용 공간에 숨겼다. 결말: 1994년 처형됨. 희생자 수: 33명.

테드 번디
워싱턴·유타·콜로라도· 플로리다주; 1974~78년. 살인 행각: 번디는 자신의 매력과 미소로 검은 머리의 여성들을 유혹해 강간한 뒤에 때려죽였다. 77년에 체포됐지만 플로리다주로 탈출해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뒤 검거됐다. 결말: 1989년 처형. 희생자 수: 28명.

딘 콜
휴스턴 일대; 1970~73년. 살인 행각: 본드 흡입 파티로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2명의 10대와 팀을 이뤄 범행을 저질렀다. 그 10대들은 돈을 받고 소년들을 콜에게 넘겨줬고, 소년들을 고문했다. 콜은 동업자들과 다툼을 벌이다 사살됐다. 결말: 1973년 피살. 희생자 수: 27명.

먼 머젯
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주; 1888~94년. 살인 행각: 시카고시가 세계박람회를 준비할 때 머젯은 객실 100개짜리 호텔을 지었다. 그러나 비밀리에 만든 함정문·가스실·소각장을 이용, 투숙하는 연인들과 손님들을 살해했다. 결말: 1896년 처형됨. 희생자 수: 27명.

래리 아일러
켄터키·인디애나·일리노이·위스콘신주; 1982~84년. 살인 행각: 아일러는 동성애자와 밀회를 즐긴 뒤 그를 살해했다. 건물 관리인이 그의 쓰레기통에서 시신 일부분을 발견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결말: 1996년 에이즈로 사망. 희생자 수: 23명.

제럴드 스타노
플로리다주; 1973~80년. 살인 행각: 도보여행자와 매춘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지만 강간하지는 않았다. 단지 죽이는 과정을 즐긴 듯했다. 예컨대 한 희생자를 51번이나 칼로 찔렀고, 또 다른 희생자는 목을 조른 뒤 익사시켰다. 결말: 1994년 처형. 희생자 수: 22명.

폴 존 날리스
조지아·플로리다·오하이오·네바다·텍사스·앨라배마·버지니아주; 1974년. 살인 행각: 술집에서 싸움을 벌여 구금됐으나 탈출한 뒤 4개월 동안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해했다. 구금된 상태에서 경찰관의 총에 손을 대려다가 사살됐다. 결말: 1974년 사살됨. 희생자 수: 18명.

조엘 리프킨
뉴욕; 1989~93년. 살인 행각: 마약중독자와 매춘부들을 제물로 삼았다. 희생자 중 한 여성을 곡사포 탄피로 때려죽였다. 그런 뒤 그녀의 손가락들을 몽땅 잘라내고 치아들도 뽑아버렸다. 신원확인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결말: 종신형. 희생자 수: 17명. 제프리 다머 밀워키: 1985~91년. 살인 행각: 다머는 희생자 중 한 남성의 머리에 구멍들을 뚫고 그 속에 산(酸)을 부어 넣어 끔찍한 시신을 만들려 시도하기도 했다. 또 시신 조각들을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기도 했다. 결말: 1994년 교도소에서 피살. 희생자 수: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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