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중견기업] GM이 인정한 ‘플라스틱 아트’
[파워 중견기업] GM이 인정한 ‘플라스틱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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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쟁이-교수-경영인으로 22년이 지난 현재 대의테크는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동차부품 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수 아닌 인수 당시’의 회사는 말 그대로 ‘장난감 같은’ 수준이었다. “매출은 연 8900만원이 고작이었고 설비는 낡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쌓아둔 것이라곤 빚밖에 없었지요. 회사의 모양새를 바꾸는 것이 급했습니다. 장난감에서 출발했으니만큼 플라스틱 사출업으로 전환해 대기업을 노크했습니다. ” 끈질긴 설득 끝에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납품할 기회를 잡으면서 회사는 건실한 플라스틱 사출업체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자동차 운전석의 계기판과 오디오·공조장치 조절기 등이 장착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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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얼굴’ 만들어 인천시 부평에 있는 선엔지니어링 연구소에 가면 채 회장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선엔지니어링은 대의테크의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 설립한 지 이제 2년밖에 안 됐지만 호주 홀덴, 인도 타타 상용차에 IP 설계기술을 수출하는 쟁쟁한 실력파 회사다. 이 회사 실험실에서는 에어백 측정 장치, 진동 실험, 헤드 임팩트 테스트, 온도 센서 타점 기록계 등 플라스틱과 관련된 모든 자동차 실험장비를 갖추고 있다. 채 회장은 “설계에서 사출금형, 도금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들어가는 자동차부품과 관련해서는 모든 과정을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 검증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파트너에서도 증명된다. 대의테크는 사출금형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아크(Ark)그룹으로부터 30%의 지분투자를 받았다. 투자액도 액면가의 6배. ‘인사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것도 아라키 도시히로 아크그룹 회장이 1년이나 ‘구애’한 끝에 투자를 유치한 것이니 대의테크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GM의 글로벌 파트너가 되면서 2004년엔 세계 3위 자동차부품 회사인 캐나다 마그나(MAGNA) 그룹과 합작 투자해 대의인티어를 세우기도 했다. 인티어는 IP 분야에 주력하는 마그나의 자회사. 인티어로부터 투자 받을 때는 ‘기술료 650만 달러, 로열티 350만 달러를 내라’는 협상 조건을 물리치고 거꾸로 27억원의 기술개발료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는 매그너스 후속 모델인 V-250(모델명 토스카)을 개발하던 때였다. GM대우 측에서 마그나 그룹의 인티어와 손을 잡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세계적 업체와 제휴하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가 싶어 미국 인티어 본사로 날아갔습니다. 막상 가보니 기술료와 로열티로 1000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겁니다.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로열티는 줄 수 있다. 대신 영업권 450만 달러를 내놓아라’고 큰소리 쳤지요.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협상에 실패한 그는 귀국하자마자 ‘인스트루먼트 패널 드림팀’을 만들었다. GM대우에서 파견된 ‘용병 연구원’을 포함한 개발인력 22명으로 신기술개발팀을 꾸린 것. 이들과 채 회장은 토, 일요일도 없이 5개월 동안 신제품 IP 개발에 매달렸다.
GM 네트워크 타고 세계로 그 결과 두 번째 협상에서는 채 회장이 주도권을 잡았다. 신제품 개발 소식을 듣고 방한한 인티어의 경영진은 “투 섬즈 업(two thumbs up·‘엄지손가락을 올린다’는, 좋다는 의미인데 두 손가락을 들어 최고라는 것을 강조한 것)”을 연발하는 것이다. 그만큼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협상 결과 대의테크는 기술개발료로 27억원을 챙긴 다음 경기도 안산에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저희 회사를 방문해 보면 대개는 두 번 놀랍니다. 중소기업치고 이렇게 훌륭한 전시실, 실험실을 갖춘 곳이 없다는 것이 첫째입니다. 신제품을 내놓는 데 4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하면 또 놀라지요. 통상 신제품 IP를 개발하려면 8~9개월 걸리거든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최고의 플라스틱 아트’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지요. ” 이제 채 회장은 해외 진출에 뜻이 더 많다. 특히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미 2005년부터 중국에 대의연태기차부품을 세워 상하이기차(SGM)에 IP를 공급하고 있다. 채 회장은 “내년까지 중국 선양, 멕시코 등에도 공장을 지어 매출 5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까지 포기했던 작은 장난감 업체를 인수해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업체로 키운 채 회장의 경영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채 회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직원들에게 ‘꿈의 길’을 열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의 꿈이 무엇입니까? 자기가 개발한 기술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보는 것 아닙니까? 경영자의 역할은 간단해요. 엔지니어가 뛰어놀 들판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직원들을 먼저 신나게 달리게 해야 회사가 씽씽 달리지요. ”
대의테크는… 1985년 장난감 회사였던 대의실업을 인수해 자동차부품 업체로 탈바꿈. 2006년 기준, 6개 계열사 1060여 명이 3000억원 매출. ●대의인티어 : 미국 인티어와 합작해 안산에 설립한 내장재 전문업체. 2006년 335억원 매출(68명). ●엠지에스 : 범퍼 전문 생산업체로 GM대우·기아 자동차 등에 납품. 650억원(250명). ●선엔지니어링 : 2005년 설립한 자동차부품 설계 전문회사로 최근엔 해외 마케팅 주력. 호주 홀덴, 인도 타타자동차 등에 제품 설계·개발 서비스. 150억원(150명). ●한산 : 전북 군산의 종합 부품공장으로 GM대우 등과 거래. 382억원(207명). ●대의연태기차부품 : 중국 상하이기차(SGM)에 인스트루먼트 패널 공급. 43억원(95명). |
세 번의 시련, 세 번의 기회 | ||
“시련 있어도 좌절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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