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국인 요코즈나 아사쇼류 | |
일본의 스모(相撲) 경기를 케이블TV로 가끔 본다. 어린 시절 잠시 씨름을 했던 필자는 국민 스포츠로 단단하게 뿌리내린 스모와 흔들리고 있는 국내 씨름을 비교하면서 부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갖곤 한다. 에도(江戶·1603~1861년) 시대 때부터 흥행 스포츠로 자리 잡은 스모는 그간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변함없이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대표적인 것이 승부 조작설이다. 한 스포츠 신문에서 터뜨린 승부 조작설의 중심에는 외인 요코즈나(橫綱·스모의 천하장사격) 아사쇼류(朝靑龍)란 선수가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인 그는 16세에 스모 유학을 와서 23세인 2004년에 요코즈나에 올랐으며 지금까지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같은 몽골 출신 선수를 돈으로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스모 협회가 자체 조사를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결국 법정까지 갈 모양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잡음도 스모가 인기 스포츠이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이고, 시각을 달리하면 잡음 때문에 스모의 인기가 더 올라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요즘의 스모와 우리 씨름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국제화·개방화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 출신 역사(力士)가 화제를 뿌릴 정도로 스모는 국제화된 지 오래다. 일본 정부가 스모를 정식 올림픽 종목에 넣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정부나 씨름계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캐나다·중국·한국·몽골 등의 젊은 레슬링 선수들이 스모를 배우러 일본으로 건너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 숱하게 열린 시범 경기 덕에 스모는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스포츠로 떠올랐다.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일본 스모판에 유입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스모 팬들도 노년·중장년층에서 젊은층으로 확대됐다. TV를 통해 스모 경기를 보면 젊은 여자 팬들이 외국인 선수를 응원하며 소리지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마쿠노우치(幕內)에서 활약하는 선수 42명 가운데 13명이 외국인(그 중 8명은 몽골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지방질 투성이의 일본 선수들에 비해 근육질인데다 외모까지 준수한 서양 선수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런 스모의 인기에 기여한 일등공신은 개방에 따른 국제화다. 외국인 역사를 수입해 선수층을 넓혔기 때문에 흥행에 불이 붙을 수 있었다. 스모 선수가 버는 돈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일정 자격 이상이 되면 협회에서 월 200만~300만엔(약 1,600만~2,4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여기에 승리 수당과 기업 협찬금도 꽤 된다. 논란의 대상인 아사쇼류의 연간 신고 소득은 15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팀이 해체되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인 우리 씨름 선수의 신세와 대조적이다. 대접이 후하니 스모로 ‘재팬 드림’을 이루려는 외국의 거한들이 속속 몰려오고 있다. 아사쇼류 덕분에 몽골에서는 스모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아사쇼류는 일본 팬이 싫어하는 스모 선수 중 1위다. 하지만 이런 걸출한 선수의 출연으로 스모가 한층 흥미로워졌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어떤 스포츠라도 재미있어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보는 재미 측면에서 스모는 의식·복장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일본인 체력으로는 외국 선수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 선수가 스모판을 점령하면 스모의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열린 토너먼트 대회도 여전히 만원 사례였으며, 오사카에서 열리는 하루바쇼(봄 대회)도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이 야구 등 다른 종목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헝그리 정신과 승부욕, 좋은 체격으로 무장한 외국인 스모 선수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아사쇼류는 체격 조건에서 일본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개방과 국제화는 결국 치열한 경쟁을 부르게 마련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없진 않겠지만 그만큼 흥행 요소가 되기도 한다. 쇠락하고 있는 한국 씨름계도 스모의 국제화 교훈을 되새겨 볼 만하다.
장영철은 1961년 生, 한양대 체육학과 졸업 스포츠경영 컨설턴트, 1급 생활체육지도자(운동처방 전공), 중앙일보 스포츠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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