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주자들의 온라인 유세전
미국 대선 주자들의 온라인 유세전
마이스페이스의 임팩트 채널 통해 지지자 확보에 나서… 젊은층 공감 얻기에는 아직 미흡 오늘 마이스페이스에서 이상한 새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의 이름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예컨대 힐러리는 59세고, 나는 24세다. 또 내 블로그에 올린 가장 최근의 글은 좋아하는 음악밴드의 새로 나온 CD를 다뤘다. 그러나 힐러리의 블러그에 최근 오른 글은 “첨단기술의 기적” 덕분에 “단순히 ‘국민들에게’가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얘기하게 됐다”는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게다가 그 글은 이미 한 달 전 그녀의 기존 블로그에 게재됐던 내용이었다). 또 나는 수십 가지 관심사를 게시해 놓았다. 예를 들어 블루스 가수 부카 화이트,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의 ‘매스큘린, 페미닌’, 그리고 기름에 다시 튀긴 콩(그 사연은 묻지 말라) 등을 언급한 글이다. 그러나 힐러리는 관심사를 전혀 게시해 놓지 않았다. 또 내 사진 갤러리에는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 중국에서 스키를 탔던 장면, 그리고 파티에서 춤을 추거나, 나중에 후회했을 정도로 너무 유행에 민감한 선글라스를 착용했던 사진 등이 올려져 있다. 힐러리의 사진 게시란에는 세 장의 사진이 자랑스럽게 올려져 있다. “생각하는 사람”처럼 손등으로 턱을 받친 채 먼 곳을 응시하는 사진들이다. 그중 두 개는 사실상 동일한 사진이다. 이는 분명히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의 미래를 보여준다.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는 최근 대선 예비후보들의 온라인 유세 공간인 임팩트 채널(impact.myspace.com)을 출범시켰다. 임팩트 채널에는 유권자 등록 도구와 공공서비스 일자리 게시 공간도 포함돼 있다(시민 참여를 고무하려는 다른 내용들도 있다). 웹2.0 시대에 걸맞게 그 출범 취지도 웅장하게 밝혔다. “미국에서 접속 건수가 가장 많은 웹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리라 생각한다”고 CEO 크리스 드울프는 선언했다. “마이스페이스의 대선 주자 배너 광고는 21세기의 유세 광고판이며, 파급력이 강한 마이스페이스의 정치인 동영상과 블로그는 미래의 선거운동 도구다.” 언론매체들은 즉각 그 미끼를 물었다. 지난달 23일 정오쯤, 구글 뉴스에서 ‘마이스페이스 임팩트 채널’을 검색하자 200여 개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뉴스위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임팩트 채널 사이트가 개설된 지 몇 분 뒤 상사가 내게 e-메일을 보냈다. “마이스페이스 임팩트 채널이 좋은 기사감이 되겠다. 대선 주자들 중에 마이스페이스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내용이었다. 뉴스위크에서 상징적인 ‘젊은 사람’인 나는 취재하겠노라고 충직하게 답변했다. 처음 임팩트 채널에 들어가 봤을 때의 충격(임팩트)은 놀랍게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대선 주자 12명이 자신들의 인물소개란을 만들어 놓았다.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크리스 도드, 존 에드워즈, 루디 줄리아니, 덩컨 헌터, 데니스 쿠시니치, 존 매케인, 버락 오바마, 론 폴, 빌 리처드슨, 미트 롬니 등이다. 인물소개란 중 몇몇은 새로운 내용이지만, 대다수는 기존의 인물소개 내용을 임팩트 채널 홈페이지에 옮겨놓았을 뿐이다. 마이스페이스의 공동 설립자인 톰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임팩트 채널의 대선 주자 소개란이 젊은이들 방식으로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희망한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친구들에 관해 알게 되듯 대선 주자들을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글쎄다. 보통의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중년층을, 그것도 값비싼 정치 컨설턴트들의 편집을 거쳐서만 발언하는 정치인들을 평소에도 친구로 삼아왔다면 모를까. 젊은이들이 마이스페이스에서 흔히 하는 일은 대개 이렇다. 어느 날 자신의 게시판에 가슴이 풍만한 캔디라는 여성의 교양 없는 글이 올라온다. 호기심에 그 여성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그러나 몇 달 뒤 캔디가 실제로는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식이다(내가 직접 그런 포르노물을 봤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마이스페이스의 대선 주자 페이지들을 처음 봤을 때 지루함을 느낀 이유는 자명하다. ‘자화자찬식의’ 경력 소개, 진부한 정책 선전, 성조기와 애국심을 상징하는 적·백·청색의 색채 등 상투적인 내용들뿐이기 때문이다. 각 예비후보들의 인터넷 담당자들은 젊고 영리하다. 그런 만큼 최신 유행에 민감한 듯이 행동하는 늙은이들을 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 유감스럽지만, 이 말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조 바이든의 사진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포르노 배우 캔디와 대선 주자들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몇 번 클릭해 보면 대선 주자들이 그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여부를 확실히 알게 된다. 루디 줄리아니는 최악의 경우다. 임팩트 채널의 줄리아니 웹페이지를 방문해 봤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를 들어보고, 또 대머리를 감추려고 머리를 올려빗기 이전 시절의 사진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줄리아니는 그런 소망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 그의 인물 소개 내용을 보는 일은 아예 불가능했다. 그의 웹페이지 상단에는 이런 메시지가 있다. “이 인물 소개란은 회원에게만 접근이 허용됩니다. 그 내용을 보려면 이 웹페이지 사용자가 당신을 친구로 등록해야 합니다.” 미리 승인된 친지들에게만 웹사이트 접근을 허용하는 태도는 줄리아니의 평판에 완전히 부합된다. 전제군주와 비슷하다는 평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애당초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를 개설한 취지, 즉 새로운 지지자 확보라는 목적에 배치된다. 사실상 접근이 허용된 공식적인 인물소개란 중 가장 부실한 곳은 빌 리처드슨의 페이지다. 학력과 공식적인 경력,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전부다. 힐러리의 인물소개란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모든 (빈약한) 내용은 기존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빌려왔고, 힐러리는 3인칭으로만 언급된다. 개인적 친근감을 느껴보려는 네티즌들의 환상을 여지없이 깨부수는 행위다.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하는 수준이 이처럼 낮다 보니, 어정쩡하게나마 적응하는 대선주자들이 2등급 수준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 도드는 자신의 아이팟 곡명 목록을 갱신하고(음악 그룹 CSNY와 날스 바클리의 곡을 추가했음), 지지자들이 좋은 노래를 제안하거나 감사의 말을 녹음하도록 배려했다. 론 폴(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의 페이지에선 연계된 웹사이트인 Eventful.com에 접속해 유권자들이 폴 의원에게 자기네 도시를 방문하도록 “요구”하는 일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그런 요청을 얼마나 받았는지 지역별로 분류한 내용도 소개된다. 존 매케인은 멕시코 혁명을 다룬 ‘혁명아 자파타(Viva Zapata)’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의 홈페이지는 ‘오바마 복장’의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게시하도록 공간을 마련해 줬다. 마이스페이스상의 2등급 예비후보 대다수는 또 자신의 페이지를 음악, 사진, 동영상(예컨대 바이든은 제이 리노의 투나잇쇼 출연 장면을 올렸다), 정치헌금 모금 도구, 잘라붙이는 배너 등으로 장식해 놓았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다른 인기 있는 웹2.0 사이트들로 연결되는 링크도 갖췄다. 마이스페이스 문화의 밑바탕은 신뢰성이다. 적어도 그렇게라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임팩트 채널의 인물소개 내용들은 진실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덩컨 헌터는 심지어 ‘God Bless the U. S. A’를 자신의 주제곡으로 선택했다(이는 그가 정치인, 혹은 정신이상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에게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잠재적 대통령이 당신의 영역에 들어와 당신을 접촉하려 애쓴다면 기분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비록 그가 늙은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세 명의 예비후보 진영은 마이스페이스의 진솔한 고백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동시에 세련되게) 융합되는 인물소개 페이지를 만들어냈다. 바로 존 에드워즈, 데니스 쿠시니치, 미트 롬니다. 세 사람 모두 1인칭 시점에서 방문자들에게 얘기한다. 또 세 사람 모두 수십 장의 사적인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중 상당수는 놀랄 정도로 진솔하다(예를 들어 에드워즈는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딸 케이트를 껴안은 사진을, 롬니는 아내 앤과 연애하던 시절 초기의 어색한 모습의 사진을 게재했다. 쿠시니치의 경우는 너무 큰 티셔츠를 입은 채 카메라를 향해 바보처럼 웃는 모습의 사진이다). 쿠시니치와 롬니는 인사말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게시했다. 에드워즈와 롬니는 곡명에 ‘하나님’이나 ‘미국’이란 표현이 없는 노래들을 올려놓았다(에드워즈는 푸 파이터즈의 ‘Times Like These’, 롬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 또 자신을 상징하는 특색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에드워즈의 경우는 ‘존의 친구들’이라는 사진 게시란이다.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기네 홈페이지의 기본 사진으로 설정해 놓은, 내 놀라운 마이스페이스 친구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 사진 게시란을 소개하는 글에서 에드워즈는 “링크 주소를 보내주기만 하면 당신의 사진도 추가시키겠다”고 써놓았다. 롬니는 세 아들, 태그·조슈·크레이그를 설득해 자신들의 인물소개 페이지를 만들도록 했다. 표면상으론 롬니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아들들의 사이트로 링크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다. 실제로는 롬니의 ‘가족의 가치’ 이념을 부각시키고, 그가 (진정한 친구들을 지닌!) 실제의 마이스페이스 이용자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조처다. 마지막으로, 쿠시니치는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직접 설명하는 짤막한 녹음 청취 코너를 설치해 놓았다. “일부 사람이 내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이름의 발음법을 배우는 데 나 역시 여러 해가 걸렸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는 설명이 발음과 함께 나온다.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실제로 그렇다. 실은 너무 이상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마이스페이스가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그 웹사이트가 권력에 굶주린 정치인들을 가끔이나마 인간처럼 행동하게 강요한다면, 나로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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