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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떡도 팝니다”

“스타벅스에서 떡도 팝니다”

▶1966년 충남 공주 출생. 89년 서울대 농생물학과 졸업. 96년 농림부 사무관. 99년 경기도청 농산유통담당사무관. 2004년 경기도청 농산유통과장. 노스다코다주립대학원 경제학 석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농업 위기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농민들은 먹고살 일이 더 막막해졌다고들 했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당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농산물이 있다. 주인공은 우리나라 주식인 ‘쌀’. 그 무대가 놀랍다. 스타벅스에서 경기미로 만든 떡을 판매하는 것이다. 떡을 스타벅스에 데뷔시킨 사람은 떡집 사장도, 스타벅스 사장도 아닌 경기도청의 농산유통과장이다. 이진찬 과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께서 쌀 소비량을 늘리라고 주문한 게 일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떡을 만들어 팔면 쌀 소비량도 자연히 늘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쉽게 나왔다. 문제는 만드는 게 아니라 파는 것이었다. 이 과장은 떡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다른 브랜드 매장에 떡 판매대를 설치하는 것. 처음에는 떡과 비슷한 빵을 생각했다. 국내 제과업체에 떡 판매를 요청했지만 대답은 ‘노’였다.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게 거절의 이유.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여직원들이 아침밥은 안 먹어도 모닝커피는 꼭 챙겨 마시더군요. 그때 올해 초 통계청에서 발표한 7대 블루슈머(블루오션의 소비자)가 떠올랐습니다. ‘이거다’ 싶었지요.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떡을 같이 먹게 하자. ‘헝그리 코리안(Hungry Korean)’을 노렸습니다.” 이 과장은 망설이지 않고 스타벅스에 전화했다. 왜 하필 스타벅스였을까. “제일 유명하잖아요.” (웃음)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자의 대답은 ‘굿 아이디어’ 였다.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데뷔 일은 4월 10일. 스타벅스 무교·소공동 점에서 경기미 떡 판매를 ‘개시’했다. 놀라운 것은 ‘스타벅스에서 떡을 판다’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떡이 잘 팔린다’는 사실이다. 전체 쿠키·케이크 매출 가운데 떡이 40%를 차지했고, 치즈케이크 대신 호박떡 케이크를 찾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났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스타벅스는 5월부터 광화문점에서도 떡을 팔고 있다. 이 과장은 “경쟁력만 인정받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스타벅스 해외점에서도 떡을 사 먹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커피전문점뿐 아니다. 편의점에서도 떡 판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커피와 떡은 제법 잘 어울린다. 경기미로 떡을 만들어 스타벅스에 공급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쌀로 만든 멥떡은 커피 향이 떡 속으로 스며들어 같이 먹기 좋다”고 설명했다. 또 떡은 달지 않아 쿠키나 케이크를 사 먹지 않던 고객도 소비자로 끌어들였다. 호박떡 케이크는 3900원이다. 스타벅스 매장이라 그런지 가격도 적정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일이 단순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떡을 조금 더 만든다고 해서 쌀 소비량이 당장 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떡 문화를 심어줬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떡을 보고 떡방앗간이 아닌 커피 향을 떠올리게 됐으니까요.” ‘상명하복’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선 이 과장이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군부대ㆍ학교에 떡을 공급하는 등 앞으로도 쌀 소비가 늘도록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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