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청소년 항울제 독인가 약인가

청소년 항울제 독인가 약인가


복용해도 자살 충동 늘고 안 해도 자살 가능성 높아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마이클(17)은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동범들처럼 미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마이클은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가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광란의 살인극을 벌일 때 항울제를 복용 중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처럼 정신이 홱 돌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아들은 왼쪽 어깨에는 나쁜 사람이, 오른쪽 어깨에는 착한 사람이 앉았는데 악당이 계속 이긴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고 마이클의 어머니 로레인은 말했다. 마이클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항울제를 복용하면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로레인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전문가와 상담한 뒤 지난 1월 마이클을 달래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알려진 약물 계열의 프로작을 복용시켰다. 봄이 되자 승부는 ‘착한 사람’으로 기울었다. 마이클은 처음으로 우등생이 됐다. 로레인은 프로작이 마이클을 살렸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그런지는 알 재간이 없다. 요즘에는 로레인을 따르는 학부모나 의사가 점점 줄어든다. 미국 정신의학 학술지에 발표된 새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3~2005년 사이 소아 우울증(5~18세)의 SSRI 처방 건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대조적으로 청소년 자살 건수는 가장 최근 자료가 입수된 2003~2004년 기록적으로 18% 급증했다. 이 두 추세가 서로 관련이 있을까? 많은 전문가가 그렇다고 말한다. “모든 자료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항울제는 목숨을 살리고, 치료하지 않는 우울증은 사람을 죽인다”고 컬럼비아대의 어린이 정신과 의사 켈리 포스너가 말했다. 포스너를 비롯한 일부 의사는 식품의약국(FDA)이 본의 아니게 그 현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FDA가 2003년 항울제와 청소년 자살 사이의 연계 가능성을 경고하는 바람에 겁먹은 부모와 의사들이 SSRI를 멀리하게 됐는지 모른다. FDA는 이어 2004년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살 충동과 자살 행동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블랙박스 경고(검정 테두리 안에 약품의 위험한 부작용을 기재하는 경고)’를 발령했다. 치료 효과보다 해가 더 많다는 두려움 속에서 이제 FDA에 블랙박스 문구를 완화하거나 심지어 삭제하라는 요구가 무성하다. “블랙박스 경고는 기껏 청소년만 죽인다”고 일리노이대 건강통계센터의 의사 로버트 기번은 말했다. 컬럼비아대의 자살 전문가 존 맨을 비롯해 다른 의사들도 그 주장에 합류했다. “FDA가 취소는 아니더라도 항울제의 긍정적 효과에 관해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을 반영해 균형추를 이동시켜야 한다”고 맨은 말했다. 이런 공격은 SSRI를 복용하다가 자살한 자녀의 부모들이 공개석상에서 신랄한 증언을 한 뒤 FDA가 좀 더 엄격한 기재사항 기준을 시행해 칭찬받았던 사실과 대조된다. 그 뒤로 균형추가 반대방향으로 기울었다. “기재사항이 부모 마음을 얼마나 심란하게 만들지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찬성했을 까닭이 없다”고 환자 대표로 위원회에 참석했던 게일 그리피스가 말했다. 요즘 FDA의 선의를 의심하거나, 약품을 복용하는 청소년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그들의 결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정신과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자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결국 죽음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왔다. “치료를 해서 두 사람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수천 명의 청소년을 잃게 된다. 살리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다”고 로버트 밸럭이 말했다. 콜로라도대 건강센터 의사인 그는 이번 새 논문의 공동 저자다. FDA는 이미 박스를 완화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일이지 치료를 막는 일이 아니다”고 그 경고의 책임부서인 정신의학 제품과 과장인 의사 토머스 로런은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은 자료가 1년치밖에 안 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의 사무실은 지난 5월 “항울제의 명백한 효과를 반영하고” 사람들에게 기분 장애가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도록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FDA는 질병통제센터가 2005년도 자살자 수치를 발표하는 12월 또다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자살자 수치가 또 늘어나면 자문위원회를 다시 열 가능성이 있다”고 로런은 말했다. FDA 역사에서 블랙박스를 철회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2003년의 위산 억제제 프릴로섹이었다. “그러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로런은 덧붙였다. “증거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2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3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4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5“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6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7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8“‘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9'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실시간 뉴스

1“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2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3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4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5“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