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terview] “기술 대국이 에너지 주권 행사”
[人terview] “기술 대국이 에너지 주권 행사”
2005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66조원이었다.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해 한국은 반도체를 수출해 30조원을, 자동차를 수출해 29조6000억원을 벌었다. 한국의 대표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로 번 돈을 모두 에너지 수입에 충당하고도 6조원 이상 부족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이 에너지에 지불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그리고 이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에너지인 석유와 가스 등의 매장량은 점점 줄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개발국들의 에너지 사용 증가로 수요는 점점 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체에너지 사업은 항상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미래 에너지는 말 그대로 ‘미래의 일’이어서 종종 현실성 없게 들리기도 한다. 태양열, 풍력, 태양광, 수소 등 각종 미래 에너지는 여전히 ‘연구 중’이고 사람들은 이런 미래에너지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것을 만화나 SF영화에서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재인 핵융합연구센터 소장에게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언제쯤 진짜 미래 에너지가 일상생활에 쓰일 수 있느냐”였다. 신 소장은 “그 시점은 기술발전뿐 아니라 경제적 상황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40년쯤 뒤엔 핵융합 에너지 외엔 대안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040년께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고갈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화석연료 고갈을 향후 50~6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리적 고갈이 그때라면 가격대비 효과 등을 따져야 하는 경제적 연료로는 향후 30~40년이 지나면 위기가 온다는 거죠. 대체에너지는 그 에너지 자체의 기술발전도 필요하지만 현재 주요 에너지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기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절박해져야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죠. 기술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2040년이면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2050년이면 주요한 에너지로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쯤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더라도 대체에너지로 바이오 에너지나 태양, 수소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등이 여전히 있지 않습니까? “현존하는 방식의 원자력 에너지는 폐기물이 발생하는 치명적 결함이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돼 있지 않습니까? 미래 에너지라고 볼 수 없죠. 바이오나 태양 등 자연 에너지를 변환시키는 형태로는 현재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보조 에너지에 불과하죠.”
-그럼 핵융합 에너지는 무한한가요? “핵융합 에너지란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소 원자핵끼리 합쳐지면서 열을 내는 방식인데, 이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전과는 반대 방식이죠. 원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 뽑아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생산 효율은 높습니까? “바닷물 1ℓ당 중수소는 0.03g 존재하는데 핵융합 발전을 하면 이 중수소로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300ℓ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바닷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하는 비용도 10원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핵융합은 풍부한 자원량, 합리적인 가격, 낮은 환경파괴 등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장점이 많은 에너지죠.”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핵 폐기물 등 환경오염은 있지 않습니까? 또 원전처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 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이 있는 것 아닙니까? “삼중수소를 사용해도 물론 방사능 폐기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처리 곤란한 고준위 폐기물보다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오고 이 역시 원자력 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입니다. 또 폐기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역시 10~100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재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죠. 따라서 원자력발전처럼 거의 반영구적인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핵융합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 자동으로 핵융합 과정이 멈추게 됩니다. 원료는 자연상태의 수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발전소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융합 발전소는 도시나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근거리에 지을 수 있어 에너지 공급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인데요.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가장 앞선 지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 봅니다. 우리 기술력은 이들의 75% 정도에 도달해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는 3~5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95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12년의 연구개발, 30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끝에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완공됩니다. KSTAR이 중요한 이유는 국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초석을 다지는 기본 장치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KSTAR은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축소판(약 25분의 1크기)입니다. 미국·일본·EU·중국·러시아·인도와 함께 한국이 참여하는 ITER은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해 7개국이 공동연구를 하는 사업이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죠.”
-이런 기술이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까? “원천기술을 획득하면 향후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30여 개 업체가 이미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이 보편화되는 2050년이 되면 극동지역에서 200기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 수요가 발생해 최소 8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앞선 기술로 3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죠. 에너지 시장 외에도 플라스마를 이용한 반도체 장비시장, LCD 제조장비, 수소발생장치, 태양전지 등 다양한 응용분야를 고려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이 현실화되면 에너지 주권도 크게 변하겠군요. “그렇죠. 이제까지는 자원부국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기술대국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기술로 핵융합 발전을 한다면 한국도 에너지 패권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일이죠. 지금 한국 산업계가 미래의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있는데 핵융합 발전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40년께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고갈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화석연료 고갈을 향후 50~6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리적 고갈이 그때라면 가격대비 효과 등을 따져야 하는 경제적 연료로는 향후 30~40년이 지나면 위기가 온다는 거죠. 대체에너지는 그 에너지 자체의 기술발전도 필요하지만 현재 주요 에너지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기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절박해져야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돌리기 때문이죠. 기술적,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2040년이면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2050년이면 주요한 에너지로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쯤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더라도 대체에너지로 바이오 에너지나 태양, 수소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등이 여전히 있지 않습니까? “현존하는 방식의 원자력 에너지는 폐기물이 발생하는 치명적 결함이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돼 있지 않습니까? 미래 에너지라고 볼 수 없죠. 바이오나 태양 등 자연 에너지를 변환시키는 형태로는 현재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보조 에너지에 불과하죠.”
-그럼 핵융합 에너지는 무한한가요? “핵융합 에너지란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소 원자핵끼리 합쳐지면서 열을 내는 방식인데, 이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전과는 반대 방식이죠. 원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 뽑아낼 수 있습니다.”
|
-에너지 생산 효율은 높습니까? “바닷물 1ℓ당 중수소는 0.03g 존재하는데 핵융합 발전을 하면 이 중수소로 서울∼부산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300ℓ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바닷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하는 비용도 10원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핵융합은 풍부한 자원량, 합리적인 가격, 낮은 환경파괴 등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장점이 많은 에너지죠.”
-하지만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핵 폐기물 등 환경오염은 있지 않습니까? 또 원전처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 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이 있는 것 아닙니까? “삼중수소를 사용해도 물론 방사능 폐기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처리 곤란한 고준위 폐기물보다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오고 이 역시 원자력 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입니다. 또 폐기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역시 10~100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재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죠. 따라서 원자력발전처럼 거의 반영구적인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핵융합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 자동으로 핵융합 과정이 멈추게 됩니다. 원료는 자연상태의 수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발전소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융합 발전소는 도시나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근거리에 지을 수 있어 에너지 공급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인데요.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가장 앞선 지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 봅니다. 우리 기술력은 이들의 75% 정도에 도달해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는 3~5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95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12년의 연구개발, 30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끝에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완공됩니다. KSTAR이 중요한 이유는 국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초석을 다지는 기본 장치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KSTAR은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축소판(약 25분의 1크기)입니다. 미국·일본·EU·중국·러시아·인도와 함께 한국이 참여하는 ITER은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해 7개국이 공동연구를 하는 사업이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죠.”
-이런 기술이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까? “원천기술을 획득하면 향후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30여 개 업체가 이미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이 보편화되는 2050년이 되면 극동지역에서 200기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 수요가 발생해 최소 8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앞선 기술로 3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죠. 에너지 시장 외에도 플라스마를 이용한 반도체 장비시장, LCD 제조장비, 수소발생장치, 태양전지 등 다양한 응용분야를 고려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이 현실화되면 에너지 주권도 크게 변하겠군요. “그렇죠. 이제까지는 자원부국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기술대국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기술로 핵융합 발전을 한다면 한국도 에너지 패권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일이죠. 지금 한국 산업계가 미래의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있는데 핵융합 발전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용어설명 ·KSTAR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한국형 핵융합발전소 건설의 초석이 될 KSTAR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토카막형 핵융합연구장치다. 1995년 12월 사업이 시작된 KSTAR은 2007년 8월 건설이 완료돼 핵융합에너지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한다. ·플라스마 기체 상태의 물질에 계속 열을 가해 만들어진 이온핵과 자유전자 입자들의 집합체.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제4의 물질상태’로 불리기도 한다. ·토카막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장치를 말한다. 핵융합 반응은 1억도 이상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 금속으로는 불가능해 자기장을 이용한 토카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ITER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으로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해 7개국이 참여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공동연구개발 사업이다. 이 실험로는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되면 참여국은 한국을 비롯해 EU·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 등 7개국이다. ·경수소, 중수소, 삼중수소 수소는 질량에 따라 질량이 1인 경수소, 2인 중수소, 3인 삼중수소 등으로 재분류된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은 수소 핵융합 반응이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수소끼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반응할 수 있는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2‘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3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4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5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6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7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8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9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