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내 몸값 250만원도 겁나게 싸당께”
[Special Report] “내 몸값 250만원도 겁나게 싸당께”
최고 품질 굴비는 35cm 넘어야 이게 값 산정의 관건이다. 영광 최대 굴비 유통업체 중 하나인 청산유통의 최종환 대표는 이를 한마디로 ‘희귀품’으로 규정한다. “우리 회사가 연간 유통하는 굴비가 4만 상자쯤 됩니다. 한 상자는 보통 150마리로 채워집니다. 연간 대략 600만 마리가 유통되는 것이지요. 이 중 35㎝급 굴비는 100마리가 채 안 됩니다. 평균 6만 마리 중 한 마리인 셈이죠.” 6만 대 1. 25만원짜리 굴비 한 마리는 이처럼 극심한 경쟁을 뚫고 나와야 ‘명품 중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35㎝급 굴비 10마리가 달려 있는 세트는 보는 것도 쉽지 않다. 30㎝짜리와 비교해도 한눈에 확 차이가 난다. 산지가로 이 ‘특등 굴비’는 세트당 얼추 100만~150만원. 여기에 포장비와 유통비, 물류비 등이 합쳐져 서울 고급 백화점에서 250만원짜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치열한 경쟁’만으로는 ‘250만원’이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해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잡은 굴비도 35㎝가 되면 250만원을 받을 수 있을까? 중국 어선이 국내에서 잡은 굴비는? 영광 이외의 지역에서 건조된 굴비는? 결론적으로 이런 굴비는 250만원을 부를 수 없다. 절반 값도 안 된다. 결국 국내 어선이 특정 어장에서 특정 기간에 잡은 굴비를, 영광에서 건조해야만 250만원짜리 굴비 ‘후보’로 겨우 등재될 수 있는 것이다. “굴비는 주로 추자도와 소흑산도에서 잡힌 것을 최고급으로 쳐줍니다. 다른 지역에서 잡힌 굴비보다 맛이 훨씬 좋지요. 또 중국 어선은 냉동기술이 떨어져 제대로 굴비 맛을 내기 어렵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3~4월에 잡힌 굴비는 알이 있습니다. 가을에 잡히는 굴비는 대부분 알이 없는데요, 알 있는 굴비는 두 배 값을 받지요.” ‘영광에서 건조해야 제 값을 받는 이유’도 따로 있다. 영광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금을 조기에 뿌리고 몸통에 짠 맛이 배게 하는 ‘섶간’은 영광 굴비가 명성을 얻게 해주는 1등 공신이다. 최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영광만의 섶간 비법이 있다”며 “일정하게 간을 배게 하려면 기후와 소금의 질과 양이 중요한데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광에서 말려 영광에서 천일염으로 간을 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광’ 지역과 ‘굴비’를 하나로 묶어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인종 때부터 영광 굴비가 맛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특히 법성포는 300개에 이르는 굴비가게가 즐비하다. 최 대표는 “국내 유통되는 굴비는 대부분 ‘법성포’나 ‘영광’이라는 브랜드를 쓰고 있지만 실제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비는 30% 정도”라고 말했다. 35㎝급 굴비는 가히 ‘생선의 황제’로 부를 만하다. 그러나 수산물에는 또 하나의 ‘황제’가 있다. 죽방멸치다. 상품 기준으로 4~7㎝짜리 중멸치 2㎏ 한 박스에 백화점에서 100만원을 호가한다. ‘멸치 한 마리가 수백원’이란 우스갯소리도 죽방멸치 때문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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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멸치 어떻게 잡나… 누구나 죽방으로 멸치를 잡는 방법을 궁금해 한다. “어떻게 잡느냐”는 질문에 삼천포 앞바다에서 죽방염을 운영하고 있는 어민 문야성씨는 머뭇거리다 “설명해도 몰라”라고 한다. 한참을 설득해 들으니 대충 알 만하다. 일단 바다 한가운데 대나무로 빙 둘러싼 방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방 한쪽을 터 삼각형 형태로 두 개의 대나무 벽을 100m쯤 펼친 뒤 방과 벽에 그물을 쳐 둔다. 밀물에 몰려온 멸치가 죽방에 갇힌다. 물이 빠져나가면 남는 게 바로 멸치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문야성씨는 “조석간만의 차가 적당하고 물살이 세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 곳에서나 죽방염으로 멸치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적합한 바다가 삼천포와 남해시 앞바다다. 죽방멸치가 오직 이곳에서만 잡히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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