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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의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레스토랑’] 신사동에서 즐기는 뉴욕 스타일

[유지상의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레스토랑’] 신사동에서 즐기는 뉴욕 스타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이 지난해 10월 강남 신사동에 문을 연 그래머시 키친이 첫돌을 맞았다. 뉴욕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선보이겠다던 애초의 의욕에 손님들이 과연 ‘그래머시’란 찬사를 보낼까.
음식점의 개업 1주년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모든 것이 ‘어눌’ 그 자체다. 고급 인테리어 소품도 견본주택 장식품처럼 보인다. 새로 맞춰 입은 유니폼도 남의 것을 빌려 입은 듯하다. 메뉴도 자신 있게 설명 못해 손님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가끔 음식 나오는 순서도 뒤바뀐다. 주방 조리사와 홀 종업원의 손발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맛도 오락가락한다. 어떤 날은 짰다가 어느 날은 싱겁다. 재료가 잘못 들어온 날도 있지만 대부분 맛을 내는 작업이 숙련되지 않아서다. 그런 와중에 1년을 넘겼다면 아기들의 첫돌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박수를 보낼 일이다. 이를 통계 자료가 뒷받침한다. 식품의약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전국에 6만2,004개의 음식점이 새로 생겼다. 그런데 그해 5만2,851개(85.2%)가 문을 닫았다. 나머지 9,153개만 살아남은 것이다. 개업 1년 생존율이 6.8대 1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는 유명 대학교 인기학과에 입시 경쟁률에 버금가는 수치다.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이 지난해 10월 강남 신사동에 ‘그래머시 키친(Gramercy Kitchen)’이란 레스토랑을 열었다. 기본 컨셉트가 ‘뉴욕 스타일의 모던 비스트로’라며 야심 찬 미래를 내비쳤다. 그 일환으로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처럼 점심은 포기하고 저녁 영업만 운영하겠다는 선언까지 곁들였다. ‘그 비싼 땅에서 과연?’ 우려했던 대로 석 달여 만에 슬그머니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임대료 부담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 뒤 다시 석 달이 지나선 일요일 브런치 영업을 도입했다. 강남의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몰아친 브런치 바람에 어쩔 수 없었을 게다. 두 가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처음 문을 열 때랑 달라진 마음을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경영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무난히 첫돌을 넘긴 것에 대한 축하의 마음이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지켜본 레스토랑답게 그래머시 키친은 실망스럽지 않은 곳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그래머시 키친의 문을 밀었다. 손에 닿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 묵직한 철문이 주는 중압감이 중후함으로 다가왔다. 내부에 들어섰을 땐 어두운 가운데 차분함을 읽었다.


위치 : 서울 강남구 신사동 MJ 빌딩(02-512-1046)

웹사이트 : www.gramercykitchen.com

좌석 수 : 100석(별실 없음, 30명 규모의 2층 공간에서 프라이빗 파티 가능)

영업 시간 : 정오~오후 2시, 오후6시~오후 10시30분(마지막 주문 기준)

쉬는 날 : 설·추석 당일

추천 메뉴 : 점심 스페셜 메뉴 3만9,000원, 포치니 크림 소스의 더티 스테이크 4만7,000원(부가세 별도, 봉사료 없음)

주차 : 무료 주차 대행 서비스
의자·테이블·종업원 유니폼은 세련미가 넘치는 검정색이다. 툭 터진 복층 구조의 높은 천장 덕에 답답함도 없다. 패션을 대하는 듯한 분위기를 낸 것이란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은 1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없다. 점심 영업 덕에 반값에 이곳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반가웠다. 샐러드→주 요리→디저트로 이어지는 3만9,000원짜리 코스 메뉴는 속에 부담이 작아 더욱 즐겁다. 샐러드는 6가지, 주 요리는 10가지, 디저트는 4가지 종류에서 고를 수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지면 100일 동안 같은 코스로 먹을 일이 없다. 여기에 차나 커피까지 곁들여진다. 고르곤졸라 치즈가 들어간 따뜻한 버섯 샐러드. 허물기 아까울 정도로 새싹 치커리를 버섯 위에 가지런하게 쌓았다. 드레싱 베이스는 올리브 오일. 전체적으로 순하고 차분한 맛이다. 주 요리는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해산물 파스타를 시켰다. 높은 불에서 후다닥 만든 소스가 아니다. 약한 불에서 오래 끓여 깊은 맛이 숨어 있다. 디저트로 주문한 얼그레이 티 셔벗과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도 정갈하게 입을 정리해준다. 저녁 메뉴 중엔 더티 스테이크(4만7,000원)가 인기다. 식탁에 오른 음식을 보고 입이 쩍 벌어진다. 두께에 압도당한 것이다. 족히 5cm는 돼 보인다. 숯향이 살아있는 부드러운 육질에 씹는 맛도 있다. 한우 등심 최고급만 골라 쓴단다. 그래머시 키친의 색다른 점은 라스트 오더(마지막 주문 시간)가 밤 10시30분이란 것이다.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그래서 일 때문에 저녁 시간을 놓쳤어도 편안하게 늦은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일요일 늦은 아침인 브런치 메뉴는 오믈렛이 대세다. 매콤한 맛의 스파이시 오믈렛(1만7,000원), 바닷가재 오믈렛(2만5,000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와인 리스트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 (Wine Spectator)와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점수를 친절하게 적어 둬 고르기 쉽다. 그래머시(Gramercy)는 고어로 ‘정말 고맙다’란 의미의 감사, 놀람의 표현이다. 소믈리에 홍재경 지배인의 추천 와인을 곁들이며 음식을 만든 이귀태 주방장의 요리 설명까지 들었다면 ‘그래머시’란 단어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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