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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AR] 세계 명차와 겨룰 프리미엄 세단

[NEW CAR] 세계 명차와 겨룰 프리미엄 세단

현대자동차가 명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 공을 들인 제네시스를 내놨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와 정숙성, 부드러운 가속력 등에서 수입차 사냥에 나서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의 기함 ‘제네시스(GENESIS)’가 렉서스나 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가 아닌 기존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됐다. 국내뿐 아니라 1월 14일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현대차 마크를 달고 나왔다. 국내 판매가격이 4,000만~5,300만원인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 달러 전후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등급 아래인 그랜저(TG)가 2만6,000달러 선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가격 상승은 아니다. 미국 시장은 세그먼트마다 경쟁 차종이 수십 개씩 있어서 성능이 조금 좋아졌다고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2004년 현대차가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론칭’이었다. 파워 트레인(엔진 등 동력 계통)에 자신감을 가진 현대차는 이현순 연구개발부문 사장을 필두로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파워 트레인은 세계 최고인 벤츠, BMW와 비교해도 크게 뒤질 게 없다”며 자신감을 역설하곤 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명품 브랜드는 도전해 볼 만한 과제가 아닌가. 문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다. 1989년 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미국 시장에 퍼부은 마케팅 비용만 20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금 시세로 계산해 보면 족히 5조원에 달할 게다. 여기에 판매 채널도 따로 선정해야 한다. 주로 1만 달러대 차량을 파는 현대차 미국 전시장에서 4만 달러짜리 차를 팔 수 없다. 또 제네시스 차종 한 가지로는 별도 채널을 선정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최소 2, 3종류가 있어야 딜러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금 그만한 자금을 마케팅에 쓸 만큼 여유가 없다. 유럽, 미국, 중국에 건설했거나 하고 있는 신공장 투자에도 바쁜 몸이다. 파워 트레인과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2006년부터는 ‘현대차의 명품 브랜드 등장은 2010년 이후로 연기됐다’는 설이 기정 사실화됐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나왔지만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명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 공을 들인 차다. 제네시스는 우선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사냥에 나선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와 정숙성, 부드러운 가속력이란 특징으로 봐선 유럽차보다는 혼다 어코드, 렉서스 ES350 등 일본차가 경쟁자다. 미국에선 올 4월 판매를 시작한다.
스포츠 세단을 추구하는 후륜 구동 =
제네시스의 특징은 후륜 구동이란 점이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려면 아무래도 앞뒤의 무게 밸런스가 잘 맞는 후륜 구동이 아니고선 어렵기 때문이다. 전륜 구동은 연비가 좋고 눈길 등에 유리하지만 무게 밸런스가 앞쪽에 치우쳐 코너링에서 상대적으로 뒤진다. 엔진은 국내 모델의 경우 V6 3.3ℓ, 3.8ℓ 람다(λ) 엔진을 달았다. 이미 그랜저(TG)에 사용돼 정숙성과 부드러운 가속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숙성에선 도요타 엔진과 견줘 봐도 뒤질 게 없다. 하지만 BMW 등 유럽차와 비교했을 때는 중고속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토크에서 뒤진다. 시속 100km에서 엑셀을 급격히 밟았을 때 느껴지는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미국 모델에서는 에쿠스 대체 차종의 기본 엔진으로 자리 잡을 신형 V8 4.6ℓ 타우(τ) 엔진을 단다. 최고 380마력을 내는 대형 엔진이다. 기본 컨셉트는 정숙성과 부드러움이란 점에서 람다 엔진과 흡사하다. 아직까지는 양산을 중시하는 현대차이기 때문에 독특한 성능보다는 균형을 맞춘 보편적인 엔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뒷바퀴 서스펜션은 후륜 구동 명 차에 사용하는 멀티링크(5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유럽차에 비해 뒤졌던 강성이다. 슬라럼 등 심한 코너링에서 차체가 휘청거릴 경우 미국 전문가 테스트에서 망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체 설계의 노하우가 그대로 전사(傳寫)되는 차체 강성에 대해 현대차는 이번만큼은 유럽차에 뒤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쏘나타 차체를 개발한 국내 최고의 차체 전문가인 남양연구소 이언구 부사장의 열정이 녹아 있는 제네시스는 비틀림 강성에서 기존 국산차에 대한 평가를 뒤집었다. 그런 자신감에서 아우디와의 충돌 테스트도 감행했다.
디자인은 보수적으로 =
디자인은 파격보다 일단 많이 팔기 위해 보수적인 안전 위주의 길을 택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유선형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전후 좌우 이미지가 그렇다. 단순한 직선의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요즘 기아차와는 완연히 다르다. 디자인 파격으로 승부하기에는 아직까지 현대차가 쌓아야 할 실력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일본차와 비슷하다. 렉서스에 BMW의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경영진의 최종 디자인 품평회에서도 일부 파격적인 디자인을 경쟁차 수준으로 다듬었다고 한다. 범퍼를 중심으로 위에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에 공기를 흡입하는 큰 선을 디자인해 스포츠 세단 풍으로 변신을 도모했다. 측면은 다이내믹한 주행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 짧은 전후륜 오버항(overhang; 앞뒤 바퀴와 범퍼 사이의 거리)을 추구했다. BMW의 강렬한 드라이빙 이미지는 이런 짧은 오버항에서 나온다. 현대차의 첫 스포츠 세단이란 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후면 듀얼 머플러 역시 2004년 이후 고급차에 적용되는 디자인 추세다.
편의장치는 세계 명차 수준 =
편의 장치는 유럽 명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일본차처럼 별로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잔뜩 집어넣은 과잉 설계에 가깝다. 레이더 센서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정속 주행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코너를 돌 때 전동 모터로 램프의 위치를 진행 방향으로 제어해 사각(死角) 지대를 없애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 연비 등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DIS) 등은 그동안 국산차에 없던 새로운 편의 장치다. 오디오 역시 명차 수준으로 업 그레이드 했다. 렉서스 일부 기종에 사용됐고 롤스로이스에 달려 유명세를 탔던 하만베커사의 렉시콘(Lexicon)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재즈나 클래식을 들어보면 확실한 차이가 난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카메라를 통해 후방 모습이 내부 모니터로 전해진다. D레인지로 변경하면 모니터에는 두 개로 나뉘어 이분할 된 전방 광경이 들어온다. 인피니티에서 재미를 본 전방 카메라다.

실내 인테리어도 수준급 =
현대차가 가장 자신 있는 인테리어 분야가 바로 실내다. 실내 디자인만큼은 동급 유럽의 명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마무리 소재의 재질이나 완성도 역시 세계 수준급이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그만한 마무리 수준과 재질을 찾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죽을 덧댄 두툼한 핸들이나 부드럽지만 묵직하게 열고 닫히는 운전석 도어 등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아 내가 좋은 차에 타고 있구나’하는 편안한 느낌이 든다. 렉서스에서 추구하는 편안함 속에 나만의 공간이란 감동이 제네시스에서도 보인다. 운전석 도어 안쪽에서부터 조수석 도어 안쪽까지 병풍을 두른 듯이 가죽 트림으로 감았다. 이 역시 유럽 명차에서 흔히 보는 디자인이다. 기어 박스 하단에는 내비게이션, AV, DVD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과 차량의 주행 정보를 알게 해주는 통합정보 시스템이 달려 있다. 2001년 BMW에서 시작해 이젠 아우디, 벤츠에 이르기까지 모두 채택한 조그 셔틀 형태의 종합 정보 단말기다. 메뉴를 이동하기 위해 조그 셔틀을 돌리면 ‘퉁, 퉁’하는 단파가 전해진다. 처음 시도라 그런지 조금은 강한 느낌이다. 뒷좌석 역시 공조, 오디오 등 모든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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