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이니셜·반팔은 ‘촌티’나요
주머니·이니셜·반팔은 ‘촌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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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셔츠는 소재가 가장 중요 드레스셔츠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다. 보통은 순면이 좋으며 계절에 따라 린넨, 캐시미어 소재를 선택하면 된다. 셔츠는 피부에 직접 닿는 이너웨어이므로 부드럽고 흡수성이 좋은 세번수(가는 실로 짠 옷감)의 순면이 좋다. 착용감이 좋은 200수의 순면 소재는 구김이 많이 가는 편이므로 구김을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럽인들은 실크 드레스셔츠만 입는다는 유명한 이미지 컨설턴트의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 그들은 실키 한 순면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광택이 심한 것은 아니다. 실제 실크 셔츠는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므로 지양하는 것이 좋다. 빨수록 부드러워지는 소재도 있으므로 소재를 선택할 때 전문가에게 섬세하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면과 린넨(마) 혼방 소재가 시원하면서도 구김이 덜 간다. 린넨의 구김 때문에 피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너무 개의치 않아도 된다. 어차피 여름에는 뭘 입어도 덥다. 여름엔 상대를 위해 시원해 보이는 린넨이나 보일(성기게 짠 옷감) 소재를 입는 것이 좋다. 물론 CEO들은 실내나 자동차에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린넨 셔츠는 같은 소재의 재킷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 실크나 강연사(잔주름이 많은 옷감)로 짠 울 정도가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셔츠의 디자인 선택은 이렇게 소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칼라(collar)’다. 칼라는 크게 스탠드 업 칼라(stand up collar)와 턴 다운 칼라(turn down collar)로 나뉜다. 대부분 맞춤 숍에는 칼라 템플레이트(collar template)가 준비되어 있어, 각각의 샘플을 보면서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칼라다. 얼굴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칼라는 디자인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를 바꿔 주기도 한다. 자신의 얼굴형과 목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칼라의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우아한 스타일은 각도가 100도 정도 벌어진 세미 와이드 칼라(semi-wide collar)다. 밴드의 높이와 셔츠 칼라의 길이까지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때 셔츠의 칼라가 긴 경우는 칼라의 뾰족한 끝이 재킷의 깃에 묻혀야 깔끔해 보인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를 입을 때는 오바마처럼 밴드가 높은 하이 칼라(high collar)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를 매지 않을 때는 포켓스퀘어를 꽂아 시선을 분산시키면 완성도 높은 코디를 할 수 있다. 커프스 디자인은 칼라를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예쁜 커프 링크스를 끼울 수 있도록 디자인된 더블 커프스(혹은 프렌치 커프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경우 포멀한 용도로만 입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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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셔츠의 디테일 패턴물 소재일수록 명품 셔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앞 단은 물론 요크(어깨를 감싼 부분)에서 소매 연결 부분의 스트라이프나 체크 무늬를 완벽하게 맞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매 여밈 부분의 무늬까지 맞춘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자르지 않은 한 장의 옷감처럼 보인다. 고급스러운 셔츠는 입으면 입을수록 순면이 피부에 부드럽게 길든다. 물이 닿으면 닿을수록 수축돼 기분 좋은 착용감이 증가한다. 고급 셔츠에는 주머니가 없다. 신사들은 셔츠에 펜을 꽂거나 명함을 넣지 않는다. 펜은 책상 위에 두거나 재킷의 펜 주머니에 넣는다. 그것은 19세기에는 단순함이 최고의 미로 여겨지던 데서 유래해 여전히 고가의 비스포크 셔츠에는 주머니를 만들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한 개의 주머니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두 개의 주머니는 더 이상 드레스셔츠가 아니다. 런던의 저민 스트리트(Jermyn Street)의 유명한 셔츠 브랜드 핑크(Pink)는 여전히 사이드 심(앞판과 뒤판의 연결부분)의 벌어지는 부분에 사이드 거셋(앞판과 뒤판의 연결 부분에 덧댄 천)을 달고 있다. 이는 바지의 허리단에 스토퍼(stopper)를 사용하기 전에 움직일 때 셔츠 자락이 바지 밖으로 나올 경우 피부가 보이지 않도록 만든 데서 유래했다. 요즘은 섬세한 비스포크 바지의 경우 스토퍼가 있음에도 사이드 거셋을 다는 것은 고급스러운 셔츠를 표현하는 하나의 디테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몇몇 셔츠 브랜드에서도 이를 표방하고 있다.
비즈니스 때는 틈을 보이지 마라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는 말은 셔츠를 입는 데도 상당히 중요하다. 셔츠를 입을 때는 틈을 보이지 말아야 함에도 우리나라 남자들이 유독 셔츠와 목, 셔츠와 타이 사이에 틈이 많이 나도록 입는다. 한동안은 입는 사람들이 갑갑해서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안 채우고 넥타이를 매서 그 틈이 생기는 줄만 알았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그런 이유로 틈이 생긴 채로 있다. 하지만 셔츠의 첫 단추를 유심히 보니 기성복 브랜드에서는 첫 단추가 완벽하게 물리지 않도록 디자인된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이 경우 목둘레가 약간 여유가 있다면 단추를 뜯어 왼쪽으로 살짝 옮겨 달면 된다. 특히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는 거울을 보고 틈이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 좋다.
청량감 더하는 칼라와 커프스 노출 사진처럼(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 셔츠의 칼라와 커프스는 밖으로 보이는 것이 좋다. 마치 우리 한복처럼 깃과 끝동이 흰색이면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산뜻해 보일 수 있다. 재킷의 길이를 정할 때는 반드시 드레스셔츠를 입고 셔츠 소매가 노출되는 분량을 정한 다음 재킷의 소매길이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소매를 길게 입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습관을 바꾸면 주변에서 옷 잘 입는다는 칭찬으로 되돌아올 테니 과감히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커프스가 약 1.5㎝ 보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나 이는 취향에 따라 약간 다르게 해도 상관없다.
셔츠 커프스에 새긴 이니셜의 오해 우리나라 남성들이 정장을 입을 때 잘못된 몇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드레스셔츠 커프스에 이니셜을 자수로 새긴 것이다. 셔츠 이니셜의 시작은 미국에 세탁소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을 때 주인을 구분하기 위해 자수로 이름을 새기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오늘날에야 태그를 달아 바코드로 관리하니 굳이 필요 없다. 다만 오늘날에는 비스포크 셔츠가 기성복 셔츠보다 비싸니 고급스러운 자신만의 셔츠를 입었다는 것을 뽐내기 위해 선호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이니셜의 위치는 어디일까? 커프스에 풀 네임을 커다랗게 새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유럽인들은 주로 셔츠의 왼쪽 가슴 벨트에서 약 10㎝ 위에 자신의 이니셜 알파벳 두 자만 쓰는 것을 선호한다. 깔끔해 보이고 재킷의 단추를 풀었을 때 보일 듯 말 듯한 위치라 오히려 더 품격 있어 보인다.
드레스셔츠에 담긴 아메리칸 코드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보듯 아마도 1950년대의 미국이 유독 더웠나 보다. 오늘날 반팔 드레스셔츠를 입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인 1953년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셔츠의 소매를 자른 반팔 셔츠는 폭발적인 인기였다고 한다. 셔츠의 가슴 주머니도 이때 미국에서 생겨났다. 드레스셔츠는 이너웨어였는데 주머니가 생김으로써 아우터(outer)로 격상된 듯했다. 사람들은 이곳에 펜이나 명함 등 물건을 수납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 셔츠의 칼라에 단추를 단 버튼다운 셔츠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버튼다운은 타이를 매지 않고 입도록 고안돼 타이와의 일체감이 부족하다. 물론 이때의 셔츠는 드레스셔츠보다는 캐주얼 셔츠의 개념이었다. 넥타이를 매기에도 충분하게 디자인된 이탈리아식 버튼다운 셔츠는 타이를 매도 되지만 전형적인 미국의 버튼다운 셔츠는 캐주얼이므로 수트와는 입지 않는 편이 좋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즈니스 수트의 룰은 여전히 유럽의 표준을 따른다. 여기서 언급한 것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오히려 세련되게 옷을 입는 법이다.
클레릭(cleric) 셔츠로 색감을 풍부하게 콘트라스트(contrast) 칼라라고도 하는 이 셔츠는 몸 판은 스트라이프나 다른 소재를 사용하고 칼라와 소매 커프스만 흰색으로 배색하는 셔츠를 말한다. 대개 소매는 프렌치 커프스로 하며 솔리드의 경우 핑크, 라이트 블루 등 파스텔 톤이 많이 사용된다. 클레릭은 아주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입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클레릭의 장점은 색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깔을 자유롭게 입고 싶을 경우 이 셔츠를 입으면 된다. 특히 라운드 칼라는 영국의 귀족적인 명문가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칼라다. 셔츠의 색과 포켓 스퀘어의 색을 연관시키면 스토리가 만들어져 아주 풍성한 연출이 된다. 이때 넥타이의 색깔은 재킷과 같은 솔리드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셔츠 칼라의 디자인에 따른 넥타이의 매듭도 조화가 잘 맞아야 한다.
새로운 셔츠보다는 좋은 셔츠 사라 우리나라 백화점에는 온통 요란스러운 셔츠뿐이다. 클래식 셔츠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처럼 비즈니스맨들이 캐릭터가 강한, 다시 말해 장식이 많은 셔츠를 입는 예는 거의 없다. 어쩌면 모두 트렌드 천국이 돼 버린 느낌이다. 우리나라로 출장 온 외국인을 보면 된다. 디자이너들은 섬싱 뉴(something new), 그러니까 뭔가 새로운 디테일 셔츠를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 같다. 그런 디자이너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셔츠를 입고 비즈니스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연구하는 디자이너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드레스셔츠란 대부분 비즈니스 상황에서 입는 옷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드레스셔츠를 입은 남자는 품격 있고 믿음직스러워야 한다. 트렌디 한 셔츠를 입은 남자란 트렌드처럼 언제 변할지 모르는 듯 가벼워 보인다. 그래서 신뢰하기 어렵다. 비즈니스에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상대에게 신뢰를 얻고 싶다면 새로운 셔츠보다는 클래식 스타일의 좋은 셔츠를 사는 것이 좋다. 남성의 브이존(재킷을 여미면 ‘V’자를 이루며 셔츠와 타이가 겉으로 드러나는 곳)은 얼굴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남성의 중심에 위치하는 곳이므로 입체감이 가장 중요하다. 남자의 옷에는 모름지기 이 입체 사상이 흐르고 있다. 인체의 중앙에 볼륨감 있는 넥타이가 있고 이를 보좌하는 볼륨감 있는 셔츠 칼라 때문에 수트가 중후해 보이는 것이다. 셔츠란 수트와 넥타이를 잘 보좌하는 액세서리라는 것을 기억하자. 너무 플랫 하거나 혼자 동떨어지게 원색적이거나 재킷의 톤보다 짙은 컬러의 경우는 잘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수트에 캐주얼 셔츠 코디는 난센스다. 딱딱한 것이 싫다면 심지가 부드럽게 처리된 소프트 셔츠를 입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옷을 자주 사지 않더라도 목과 소매 사이즈는 외우자. 아니 최소한 수첩에라도 적고 다니자. 이것이 작은 자기 사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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