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박용민의 영화로 읽는 세상]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찾는다’
[외교관 박용민의 영화로 읽는 세상]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찾는다’
한국인이 처음 대기권 밖을 다녀왔습니다. 러시아가 돈벌이로 운영하는 우주 관광에 세금을 낭비했다는 등 냉소적인 견해도 있더군요. 하지만 우주 개발은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본인이 최초로 상업용 우주선에 승선한 지 16년이 흐른 지금 일본은 우주 정거장 개발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돼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도 우주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주 개발은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속의 국경선을 더 멀리 확장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스타 트렉> 은 파라마운트사가 판권을 소유한 5개 TV 시리즈와 10편의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및 파생상품들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재방영되고 있는 TV 시리즈의 편수를 헤아려 보면
내년 작품서 우주 탐사 본격화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가 ‘거짓말만 하면서도 아무도 못 속이던’ 사람이라면, 탈레랑은 ‘참말만 하면서도 모두 속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세간의 평이 전해옵니다. 외교관은 때로는 자신감을 때로는 겸손을 연기할 능력을 갖추긴 해야 하지만, 외교적 능력이란 것은 결코 속임수와 등가물은 아닙니다. 성실을 실천하고 인정받는 외교는 국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해줍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처럼 강대국 틈에 낀 나라의 장래에 걸어볼 기대가 어디 있겠습니까. 행성들이 연합체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성실을 밑천으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지구인 아처 함장의 동화는 그래서 유쾌합니다. 우리말에는 뭔가를 탐색한다는 낱말과, 탐색 끝에 그것을 발견한다는 낱말이 따로 없습니다. 탐색과 발견이란 한자어가 있긴 하지만, 우리말로는 search도 ‘찾다’, find도 ‘찾다’죠. 그러다 보니 예컨대 누가복음 구절은 부득불 (잃어버린 동전을) “찾도록(until she finds it) 찾는다(search)”고 번역됐습니다.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거기 도착하는 결과 못지않게, 때로는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정을 일컫는 우리말이 따로 없는 점은 아쉽습니다. 과정으로서의 찾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자신이 찾는(search) 것보다 많은 것을 찾아(find)냅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여러 발견들은 계획했던 결론의 도출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잡음(noise)들로부터 나왔듯이…. <스타 트렉> 은 탐색 과정을 목적으로 삼은 사람들의 드라마입니다. ‘마지막 변경인 우주’에서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용감히 나아가는’ 것이 그들의 임무입니다. 내년에 개봉될 영화 <스타 트렉> 은 먼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다룬다니까, 우리 속에 잠자는 프런티어 정신에도 자극이 돼 줄 걸로 기대해 봅니다. 별 수 없이 ‘개척정신’이라고 번역되곤 합니다만, ‘프런티어 정신’은 산악인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와 비슷하기도 하고, 연어의 회귀와는 반대로 낯선 곳에 뼈를 묻는 역(逆) 노스탤지어 같은 정서도 포함합니다. ‘미지(未知)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까요? <스타 트렉> 의 원작자 진 로든베리는 91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했고, 그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우주에 쏘아 올려 졌습니다. 가본 적도 없던 우주공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사후에나마 풀고 싶었던 것이었겠죠. 아직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우리 사회로 하여금 드넓은 미지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해줬다면, 최초의 한국인 우주 비행의 참 의미는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호부터 외교관 박용민 씨의 ‘영화로 읽는 세상’을 싣습니다. 박용민 씨는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행간’에 담긴 자칫 놓치기 쉬운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줍니다. 그는 “영화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나 교민들과의 대화에서 서로의 접점을 찾아내기에도 좋은 매체”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과 중동 지역 대사관을 거쳐 현재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영사로 근무 중입니다. 그동안 ‘곽한주의 시네파일’을 애독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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