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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정부도 국회도 일 좀 해라

[양재찬의 프리즘] 정부도 국회도 일 좀 해라

베이징 올림픽 기간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했다. 예상보다 많은 메달 소식에 잠시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박수를 쳤다. 기대하지 않은 데서, 비인기 종목에서 선전하자 기쁨이 더했다. 이렇게 우리가 생중계에 이어 주요 장면을 계속 틀어대는 TV에 빠져 있을 때에도 지구촌 시계는 휙휙 돌아갔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15개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9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일본 경제도 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신용위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7월 실업률이 4년 만에, 물가상승률은 17년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대 경제권의 침체를 중국의 올림픽 특수가 메워줄 줄 알았더니 상황은 정반대다. 올림픽 개막 당일 4.46% 급락한 중국 증시는 거의 올림픽 기간 내내 미끄럼을 탔다.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과거 다른 올림픽 개최 국가에서 나타난 ‘올림픽 밸리 효과’(올림픽 개최 이후 경기침체)가 중국에선 성화가 꺼지기도 전에 나타나며 경착륙 경고등이 켜졌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전부 갈수록 나빠지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나라 안 사정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신규 취업자는 5개월 연속 10만 명대다. 200억 달러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으며 공개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어느새 시장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그 결과 국제유가 급등세가 꺾였는데도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 MB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업에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8·15 특별사면에 경제인을 대거 포함시켰지만 투자가 살아난다는 소식은 없다. 상반기 투자 증가율이 0%대로 추락했고, 민간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MB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경제 상황은 갈수록 힘을 잃은 채 신음하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완화로 성장동력을 키운다는 게 MB노믹스의 핵심인데,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보듯 공공부문은 무늬만 개혁하고 규제완화는 대불공단 전봇대 몇 개 뽑고 마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8·21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필두로 MB노믹스가 뒤늦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추석 민생 대책, 쌀가공산업 대책,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 국가 에너지 종합계획 등 정책 발표가 8월 말에 몰렸다. 출범 이후 우왕좌왕하고 삐걱대다 ‘잃어버린 6개월’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가구에 육박하는 등 침체된 건설·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8·21 대책에 엉뚱하게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 방안이 들어갔다.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졸전 끝에 메달은커녕 8강에도 못 오르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축구장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해야 된다” “겨울에는 물 얼려라. 연아 스케이트 타야 된다” “바닥에 매트 깔아라. 민호 유도해야 한다” “골대도 줄여라. 핸드볼 선수들 연습해야 한다”라면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것도 그만큼 CEO 출신 대통령에게 걸었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이야기다. 올림픽에 나간 우리 선수들은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아 땀의 대가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실력은 키우지 않고 이기기만 바란다고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당장 시급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며 실력을 키우자. ‘저탄소 녹색성장’ 등의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에 힘써라. 임기 개시 82일 만에 겨우 원 구성에 합의한 국회도 지금부터라도 세비 받는 만큼 일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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