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cope
Periscope
The West Hails Georgia as a Democracy. But Is It One?
그루지야 민주주의는 과장됐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은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설령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을 불러오더라도 그렇게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그 논리적 근거는 대부분 간과됐다. 그녀에게 그루지야는 미국 내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정치인들이 툭하면 내뱉는 단어, 즉 ‘민주주의 국가’다.
존 매케인은 그루지야를 ‘아주 작은 민주주의국가’라고 칭했다. 또 러시아가 남오세티야로 진격하자 그루지야에 대한 위협은 자유진영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제 우리 모두가 그루지야 국민”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조 바이든은 그루지야를 일컬어 ‘젊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의 러시아 담당 참모 마이클 맥홀 또한 최근 의회 증언에서 그루지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를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비정부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최신 연구보고서에서 이 나라를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와 같은 범주로 분류하면서 몰도바, 우크라이나 그리고 모든 유럽연합과 NATO 회원국보다 덜 자유롭고 비민주적이라고 평가했다. 컬럼비아 대학의 그루지야 전문가 링컨 미첼 교수는 그루지야 민주주의가 정부와 정당 간에 진정한 연결 고리가 없어 진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루지야가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 치하에서 혁혁한 경제 성장은 누렸지만, 사카슈빌리 본인은 제대로 된 사법제도를 구축하기는커녕 입법부를 약화시키고 행정력을 중앙에 집중시켰다고 덧붙였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있다 해도 점점 퇴보하는 추세다. 2007년 11월 의회 앞의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한 사카슈빌리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민영 TV 방송국을 폐쇄했다.
워싱턴의 두뇌 집단들은 더 정교한 관점을 되찾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거의 무시해 왔다. 이는 부분적으로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젊은 사카슈빌리가 자유와 해방이라는 용어를 구사하는 데 기인한다고 미첼 교수는 말했다. 그럼으로써 미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환심을 샀다.
사카슈빌리에게 권력을 안겨준 2003년 장미 혁명도 이라크 전황이 좋지 않을 때 일어났으며,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가 실제로 꽃을 피운다는 증거로 그루지야를 치켜세웠다. 이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처음의 전제대로 그루지야가 악의 제국의 위협에 처한 작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치자.
그렇다면 미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군사 대결이) 두려워 그루지야의 NATO(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결사체다) 가입을 반대한다고 서유럽을 몰아붙이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한 번도 이런 유의 흑백논리에 수긍한 적이 없다. 이는 그루지야와 NATO 관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MICHAEL FREEDMAN with STEFAN THEIL
Why Low Oil Won't Last
저유가 추세 예단은 금물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지난주 중반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몇 주 전만 해도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했던 유가가 다시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주로 월스트리트의 금융 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도 스포츠다목적차량(SUV)을 구입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지난해 유가 급등을 최초로 예견한 원유 전문가이자 골드먼삭스 애널리스트인 아전 멀티는 유가가 내년에 다시 140달러 선으로 올라설 거라는 자신의 예측을 여전히 굳게 신뢰한다. “양극을 오가는 원유 시장 심리가 극단적 오름세에서 극단적 내림세로 이동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기본 구도는 달라진 게 없다.
다시 말해 신흥 시장은 꾸준히 고속 성장을 한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수요가 회복하는 가운데 올림픽 이후 중국의 수요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데다 전 세계적으로도 줄어든 원유 비축분을 다시 채워야 할 필요가 있어 유가는 생각보다 빨리 오르게 될 것이다. 멀티의 추천종목이 뭐냐고? 에너지 관련주다.
RANA FOROOHAR
The Cloud's Chrome Lining
구글, 웹브라우저 시장에 도전장
구글이 지난 9월 초 웹브라우저 크롬(chrome)을 공개하며 브라우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이미 전체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고 모든 윈도의 기본 사양으로 깔려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모험을 강행한 걸까? 구글은 단순한 인터넷 검색 이상의 브라우저를 지향한다.
이미 크롬과 연계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e-메일, 문서 작성, 회계처리 등 MS 오피스와 동일한 기능)을 무료로 배포했다. 하드 드라이브 용량과 별도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웹 응용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크롬 자체가 웹 브라우저인 동시에 운영체제(OS)가 된다. 세부기능은 다음과 같다.
쨒 탭: e-메일을 쓰다가 다른 창이 다운되면서 메일 내용을 다 날린 적이 있는가? 크롬의 개별 탭은(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와 다른 점이다) 각자의 메모리 용량에 따라 구동된다. 따라서 한 페이지가 다운되어도 다른 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쨓 옴니박스: 크롬은 구글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에 충실하다.
최상단에 탭이 위치하고 메뉴와 상태 표시줄은 아예 생략했다. ‘옴니박스’로 불리는 주소창은 검색창을 겸한다. url이나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페이지 목록이 뜬다. 툴바에는 북마크 기능만 있다. 쨕 첫 화면: 크롬에는 기본 홈페이지가 없다. 대신 최근 가장 자주 방문했던 웹사이트들의 링크가 뜬다. 단 ‘익명 모드’로 방문한 사이트는 뜨지 않는다(블로거들은 이미 ‘포르노 모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쨖 단점: 크롬은 현재 윈도 XP/비스타에서만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또 북마크의 세부 조정이나 웹페이지를 e-메일로 보내는 기능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픈소스 엔진 웹키트(WebKit)에 기반했다는 게 약점이다. 각종 바이러스들의 융단폭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곧 개선될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BRIAN BRAIKER
From Globalized to Green
세계화 전도사의 그린 혁명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세계화 평론으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했다.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문제이고 에너지 가격 급등은 국제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신간 ‘뜨겁고 평평하며 붐비는 지구: 그린 혁명이 필요한 이유(Hot, Flat, and Crowded)’에서 프리드먼은 소비자들과 기업인, 정치가들에게 지구온난화와 자연자원의 고갈로 인해 펼쳐진 위기와 기회에 눈을 뜰 것을 강변한다.
프리드먼은 세계가 점점 더 붐비고 더워지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여기엔 ‘세계는 평평하다’는 그의 베스트셀러 전작에서 논한 세계화 현상이 일조했다). 더 많은 사람이 컴퓨터에 접속하고 자동차를 탈수록 에너지 자원의 수요가 높아지고 탄소 배출량이 많아진다. 결국 “식물과 동물의 멸종 현상이 심화하고 산유국의 횡포가 늘어난다.” 이대로 가면 2040년의 지구는 ‘워터월드’나 ‘매드맥스’의 우울한 미래상과 비슷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극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건 아니다. 프리드먼은 ‘코드 그린’이란 행동양식(국가 차원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보조금 지원, 탄소 배출의 대가를 비싸게 하거나 정부나 사기업의 친환경 연구를 활성화할 메커니즘, 자원 보존과 효율을 개선하는 개인들의 노력 등)을 제안한다.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면 새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가 위상도 높아진다. 필요한 건 국가적 리더십과 집중력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상호비방에 언론과 정계가 들썩이는 미국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DANIEL GROSS
Still on Top
‘두 얼굴’ 금융시장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52개국의 금융발달지수(Financial Development Index)에서 미국이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경제위기가 무색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뉴욕대학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를 라나 포르하르 뉴스위크 기자가 인터뷰했다.
이번 결과가 현재의 금융위기에 시사하는 바는?
규제 환경, 자본화, 비즈니스 환경, 대출 용이성 등 여러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금융 안전성은 그 중 한 항목일 뿐이었고 미국은 10위를 기록했다. 종합 순위 2위를 기록한 영국도 금융 안전성 분야에서는 22위에 올랐다.
홍콩이 8위인데 반해 더 건실하고 서구화된 금융 시스템을 갖췄다는 인도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는데.
인도는 아직도 농촌 지역이 많고 은행의 보급률도 매우 낮다.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인도인이 많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가장 놀라운 점을 꼽으라면?
선진국이라고 꼭 순위가 높고 개발도상국이라고 낮지 않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종합 22위였는데 한국(19위)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신흥경제국보다 낮았다. 이런 경향 더욱 심화될 것 같다.
Medvedev Looks South
러시아-중남미의 신냉전 밀월
모스코바의 그루지야 침공이 희한하게도 중남미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반군 출신인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그루지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공화국의 독립을 세계 최초로 인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스트로와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역시 독립을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러시아가 “세계 초강대국”으로 복귀한 것을 환영한다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카리브해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마치 그루지야가 신냉전 동맹의 시금석이 되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벨로루시 같은 옛 소련 위성국가들과 중남미 중소국의 좌파 지도자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어쩌면 이는 해결되지 않은 분쟁과 세계화 경제에서 소외된 나라들의 반감을 틈타 미 대륙의 일부 지역에서 반미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하지만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멕시코 같은 신흥 경제국가들이 그루지야 사태에 침묵을 지키면서 중남미 분열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의 밀월관계는 자칫 “지난 수년간 우리가 피해 왔던 세계 열강의 대립 구도”를 되살릴 수 있다고 브라질의 외교정책 전문가 아모리 드 수자는 말한다. 중남미의 방위비 지출은 2000년대 들어 30% 이상 증가했다. 또 차베스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40억 달러어치의 군사장비를 사들였다. 냉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황의 심각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MAC MARGOLIS with
PHIL GUNSON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최강야구부터 무쇠소녀단까지”...땀 흘리는 예능이 인기인 까닭
2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3‘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4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5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6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7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8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9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